[프리즘]재벌 상속에서 '딸바보'는 없다?
[프리즘]재벌 상속에서 '딸바보'는 없다?
  • 박종준 기자
  • 승인 2013.01.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제민주화-여풍에도 '장자상속' 역주행

요즘 대세인 ‘딸바보’라는 말은 아직까지 재계에선 안 통한다?! 최근 대한민국 사회를 강타하고 있는 경제민주화와 여풍에도 재계에서는 경영권과 관련 ‘장자 승계’의 전통이 더 굳어지는 모양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최근 오너 3·4세들이 그룹 경영전면에 대거 나서는 것은 물론 이들 중 대부분이 장자(맏아들)로, 이들을 통한 경영승계 작업이 가시화되고 있다.

삼성, GS, 대한항공 등 재벌 3-4세 승진 러시...장남, 초고속 승진

작년 12월 5일 재계 서열 1위인 삼성이 ‘포스트 이건희’로 장자인 이재용 부회장을 사실상 낙점했다.
이때 삼성그룹은 정기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고 이재용 부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사실 이 신임 부회장은 승진은 이변이 없는 승진이었지만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이나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비교되면서 이건희 회장이 이 부회장을 사실상 자신의 ‘후계자’로 낙점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대체적이었다. 이번 인사로 삼성은 이 부회장이 경영전면에 나서게 돼 사실상 ‘이재용 체제’로의 전환을 꾀하려는 모습이다.

지난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 이후 유학을 다녀온 후 2001년 삼성전자 상무보로 복귀해 지난해까지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 사장을 지낸 이 부회장이다. 그 과정에서 이 부회장은 이전 변칙상속 논란 등도 있었지만 지난해부터 굵직굵직한 해외 CEO와의 접촉을 확대하고, 베트남 휴대전화 공장에서 삼성전자 수뇌부와 함께 9개 계열사 간부 240여명이 참석한 전략회의를 주재하는 등 경영보폭을 넓혀오고 있다.

대한항공 조원태 부사장의 승진도 눈에 띈다. 지난해 말 대한항공 조현아, 조원태, 조현민 한진그룹 오너가(家) 3남매가 모두 승진한 가운데, 특히 조원태 부사장의 경우 지난 2009년 12월 전무로 기용된 이후 3년 만에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을 해 눈길을 끌고 있다. 조 부사장은 조양호 회장의 장남으로 한진그룹 경영승계 후보 중 한 명이다. 아직까지 한진그룹 후계구도가 확실한 윤곽을 드러낸 것은 아니지만 조 부사장이 장자인 만큼 여자 형제인 조현아 부사장이나 조현민 상무보다는 다소 앞서 있다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아들인 허윤홍 GS건설 상무도 지난 연말 인사에서 사장 직할 경영혁신 담당 상무로 승진하면서 주목받았다. 허 상무는 허창수 회장의 외아들이다. GS는 이번에 오너일가 3·4세들을 경영 전면에 전진 배치했다. 이들은 이번에 주요 계열사의 핵심 요직 승진에 성공했다. 허윤홍 GS건설 상무를 비롯, 허동수 회장의 장남인 허세홍 GS칼텍스 전무 역시 부사장으로 한 계단 뛰어올라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됐다.

이처럼 이번 인사에서 3세들의 약진이 두드러진 것에 대해 당시 GS그룹 측은 “이번 인사는 계열사들의 인사를 한 데 모아서 발표한 것이라 그렇게 보이는 것 뿐”이라면서 “이번 인사는 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도 지난해 말 박문덕 회장의 장남 박태영 상무를 전무이사로 승진시키며 경영승계 작업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이전까지 박 전무는 경영전략실장 등 회사 경영의 핵심 요직을 맡아오며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특히 박 전무는 이번에 새로 신설된 경영전략본부장이라는 요직에 배치됐다.

여기에 한화그룹 인사도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아직까지 인사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이 그룹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일부에서는 관측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김승연 회장이 처한 현실과 맥이 낳아 있다. 지난해 구속 사태와 건강악화로 ‘경영공백’ 우려가 제기된 바 있기 때문이다. 김 실장의 나이가 아직 비교적 어리기는 하지만 아버지 김 회장처럼 조기 승진을 통해 경영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남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도 지난 2009년 부회장 자리에 오른 이후 국내외 영업과 기획을 총괄하고 있다. 정 부회장이 사실상 후계자로 굳어진 모양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정유경 부사장을 제치고 사실상 이명희 회장의 후계자로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3개 계열사 중 9개의 대표이사를 교체하며 쇄신작업을 진두지휘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을 보여주고 있다. 정 부회장은 대관식도 머지않은 모습이다.

또한 지난해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의 장남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전무를 부사장을 승진시키는 등 경영승계 작업을 본격화한 모습이다. 꼭 1년 만이다. 여기에 계열 분리해 분가한 박 회장의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의 장남인 박준경 금호석화 상무보도 한창 경영수업 중이다.

한국타이어도 최근 장자의 경영참여 보폭이 확대되고 있다. 조양래 회장의 첫째 아들인 조현식 사장은 2010년 마케팅본부 사장으로 승진해 회사의 경영과 마케팅을 책임지고 있으며 둘째 아들인 조현범 사장도 이듬해인 2011년 경영기획본부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며 형과 3세 경영체제를 구축해나가는 모습이다.

최근 대우일트로닉스를렉 인수에 성공한 동부그룹도 장남이 주목을 받고 있다. 김준기 회장의 장남인 김남호 동부제철 차장은 지난해 부장으로 승진해 현재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현재 자체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동양그룹은 현재현 회장의 장남인 현승담씨는 지난해부터 동양시멘트에서 상무보로 일하고 있다. 현 상무보는 지난 2007년 동양메이저에 입사, 2009년 동양종금증권을 거쳐 지난 2010년 동양시멘트 상무보로 3년 만에 임원으로 초고속 승진한 케이스이다.

반면 세 아들이 후계구도를 형성한 효성은 ‘장자 승계’가 아직 불투명하다. 효성의 후계구도는 말 그대로 난형난제(難兄難弟)다. 그도 그럴 것이 조석래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사장과 차남 조현문 부사장, 조현상 부사장 등이 엇비슷해 누구 한 명을 낙점하기 곤란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올해 효성그룹 인사에서도 세 아들은 모두 포함되지 않았다.

또한 LG그룹도 구본무 회장을 이을 후계자로 양아들인 구광모 LG전자 차장이 있지만 아직 임원급으로 발돋움하지 않은 상태라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삼성 등 여자 형제 많아...대부분 그룹서 '장자 상속' 여전

이들 재벌의 공통점은 모두 후계구도 핵심은 아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 이는 재계에 팽배한 장자 상속 전통이 여전하다는 방증이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롯데그룹이다. 사실상 신동빈 회장이 부친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대를 잇게 됐지만, 신동빈 회장이 경영전면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전까지 이복 누나인 신영자 현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이 폭넓은 경영활동으로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아왔었다. 하지만 결국 차남인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일본롯데 회장이 각각 경영권을 물려받게 됐다.

이와 관련 지난해 9월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20대 재벌기업들의 2세 승계율 조사에서 삼성, 현대차, LG 등은 아들보다 딸들의 수가 많았으나 승계된 자산 규모는 아들 쪽이 더 많았다.

현대차의 경우 정성이, 정명이, 정윤이 씨 3명의 딸들은 5% 정도의 재산상속을 받는데 그쳤다. 정 부회장에게 3조6000억원의 상속됐으나 장녀 및 딸들은 1970억원 밖에 되지 않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