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희망퇴직’이란 말인가?
누구를 위한 ‘희망퇴직’이란 말인가?
  • 황최현주 기자
  • 승인 2012.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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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의 처사에 뿔난 르노삼성차 노조

르노삼성자동차(이하 삼성차)가 급격한 판매부진과 800여명 노동자들의 희망퇴직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삼성차측은 언론보도를 통해 자발적으로 퇴직을 희망하는 노동자들에 한해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으며, 24개월치의 봉급과 상담을 통해 이직활동에도 많은 신경을 쓰겠다 밝혔다. 그러나 르노삼성차 노동자들은 사측의 이러한 처사가 ‘희망퇴직’이 아닌 ‘절망퇴직’이라며 사측이 요구하는 일방적 퇴직은 불가하다 성토했다.
‘르노삼성자동차지회 전국금속노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노동자 그 누구도 퇴직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나 희망 따윈 없었다”고 말하며, “회사측이 노동자들에게 무리한 업무연장과 강도 높은 업무 요구를 의도적으로 노동자들에게 지시함으로써 결국 이를 견디지 못한 노동자들이 본인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회사를 나가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측 주장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회사측 지시로 강도 높은 업무지시와 밤늦게까지 진행되기까지 하는 연장근무를 해왔다. 하루 생산량 40대의 차량을 42대로 늘려 생산하라는 사측의 강도 높은 업무지시가 내려지자 견디지 못한 노조측은 사측에 업무강도 조절과 사원들의 복리혜택을 제공해달라고 수차례 건의를 했다. 그러나 사측은 노동자들이 제시한 요구들을 거절했고, 결국 사측의 무리한 요구를 견디지 못해 자진 퇴직하는 노동자들이 늘어만갔다. 노조측은 “사측에 건의한 우리들의 요구가 거절된 상태에서 그 누구도 애사심을 가질 수가 없었다”며 열악한 업무환경에 혀를 내둘렀다.
그 때문인지 내수시장에서 르노삼성차의 판매가 급격히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고, 올 상반기에는 매출이 최대 42%대까지 추락하면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아야 했다.
소비자들이 삼성차를 외면하는 이유를 두고 관련업계는 “모(母)기업인 르노가 르노삼성차의 신차 개발에 전혀 비용을 투자하지 않고 있는 것과 중장기 제품 전략에 소홀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소비자들은 르노삼성차의 엔진성능과 디자인이 타 브랜드 자동차들에 비해 현격히 떨어지는 점, 차를 믿고 맡길 수 있는 A/S센터가 부족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구매하기를 꺼려했고, 관계업자들은 일본에서 수입한 부품들을 주로 사용하는 르노삼성차에 못마땅한 시선을 보냈다.

-우리는 닛산이 아닌 삼성차를 조립하고 싶다

800명 희망퇴직에 노조가 크게 반발하자 르노그룹의 ‘카를로스 곤’ 회장은 이들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르노닛산의 신차인 ‘로그’ 생산을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에서 조립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노조 일각에서는 르노그룹의 처사에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노조측은 “지금 우리는 닛산이 아닌 삼성차를 조립하고 싶다”며 “닛산 로그를 부산공장에서 만들겠다는 르노그룹의 저의는 닛산차를 생산할 공장이 필요한 와중에 르노삼성차가 매출이 급감한 것을 틈 타 일감을 제공해주겠다는 생색내기"라 말했다.
실제로 르노그룹은 중국에서 판매 호황을 누리고 있는 르노삼성차 'QM5'를 중국 공장에서 생산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판매호황을 누리고 있는 차종일수록 르노삼성차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물량확보를 해주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르노그룹은 오히려 르노삼성차 노동자들에게 가혹했다. 이에대해 노동자운동연구소의 한지원 연구실장은 한 언론사의 칼럼을 통해 "르노의 계획은 2014년부터 르노삼성을 일본 닛산공장의 하청공장 정도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고 밝혔고, 르노삼성차 노조측 역시 “어쩌면 삼성차를 아예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하려는 시초일지 모른다”며 르노그룹의 의견에 전혀 동조해줄 수 없음을 시사했다.
노조는 지난 12일, 부산?양산지부와 부산공장 남문에서 두 시간 정도 부분파업에 돌입했다.여기서 노조는 사측에 노동강도 조절과 현재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불리한 조항들을 완화해주기를 요구했다.
노조측은 “우리가 바라는 것은 단 한 가지다”며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달라는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회사의 밝은 미래를 볼 수 있는 청사진 하나만으로도 애사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우리들의 심정을 사측이 조금이라도 이해해주기를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한편, 르노삼성차측은 노동자들의 희망퇴직과 관련해 그 어떠한 입장도 더 이상은 표명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세간에 떠도는 르노삼성차에 대한 소문과 노조들의 입장은 사측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음을 일축했다.
현재 르노삼성차의 지분은 르노그룹이 80%를, 삼성카드가 19.9%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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