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 ‘총체적 위기’…미국자금 英, 佛등 유럽서 이탈
글로벌 금융시장 ‘총체적 위기’…미국자금 英, 佛등 유럽서 이탈
  • 최재영, 손부호 기자
  • 승인 2011.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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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먼 데자뷰…기업 비상걸렸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위기이다.

미국에 이어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에 신용등급 하락이 우려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유럽 신용 불량국에 국채 투자로 대규모 손실을 보고 있다.

유럽 은행들이 조기에 부실을 차단하지 못하면 미국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유럽발 2차 글로벌 금융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렇다고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도 안전하지 않다. 세계가 또 한 차례 금융위기로 요동을 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프랑스 신용등급 하락 위험

유럽 내 미국자금 대거 이탈 가망성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미국 등 주요국 정부가 비상대책을 위해 엄청난 규모의 재정을 투입과 통화를 공급했다. 정부 부문에서는 재정적자와 국가채무의 증가했다.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확산이 됐다. 그 결과 전혀 예측이 불가능한 변동성 확대를 의미하는 ‘팻 데일(Fat tail)리스크’가 발생했다.

‘더블팁’(경기회복 후 재침체)위기에 빠진 미국발 금융위기는 유럽으로 건너갔다. 재정위기를 겪었던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에 이어 프랑스를 거쳐 마지막 보루인 독일까지 확산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프랑스가 미국에 이어 국가신용등급 ‘AAA’ 를 상실할 것이라는 소문에 나돌았다. 프랑스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이 최고치인 165bp(1bp=0.01%포인트)까지 폭등했다.

‘유럽 3국’ 국채를 대량으로 사들인 프랑스계 은행들이 엄청난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전망 때문이다. 이에 따른 금융시스템 붕괴 위기감이 높아졌다.

국제통화기금(IMF)에 의하면 지난해 프랑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84%로 미국보다 7.6%포인트 낮았다. 하지만 ‘AAA’ 등급인 독일(80%) 오스트리아(69.9%) 네덜란드(63.7%) 등에 비해 높았다

지난해 말 현재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주요국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유럽 3국’ 채권 신용위험 노출액(익스포저)는 총 6874억유로(1000조원) 이다. 이 중 국채 보유액은 1240억 유로이다.

최명철 한국증권연구소 연구위원은 “상황이 더욱 나빠져 이들 3개국이 채무 재조정에 들어가면 은행권의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다”면서 “국채 원금 중 20%가 채무 탕감(헤어컷)이 되면 248억유로(38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이 예상된다”고 했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도 "이탈리아는 국가부채가 많아도 금리가 낮아서 견뎌왔지만 금리가 더 올라가면 악순환 고리에 빠져들 수 있어 이탈리아에 엄청난 돈을 빌려준 프랑스의 신용등급이 하락할 가망성이 있다"고 전했다.

그리스ㆍ이탈리아ㆍ스페인 위기가 독일ㆍ프랑스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영국과 프랑스 모두 글로벌 신용평가사에서 신용등급의 강등 가능성을 경고 받았다. 강등 우려가 높아졌다.

한국증권경제연구소는 “유럽 금융시장의 붕괴는 미국자금의 유럽 이탈로 이어져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유럽에 들어와 있는 미국 자금 규모는 총 3조7110억달러(2011년 상반기)에 달한다. 이 중 7.5%에 해당하는 2768억달러가 ‘위기의 유럽 3국’과 관련된 신용위험 노출액(익스포저)다.

유럽의 금융위기에 한국 등 아시아권 신흥국가들이 위기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 영국, 프랑스 등의 은행들이 자기자본비율(BIS)을 맞추기 위해 신흥국가에 빌려준 자금 회수에 나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지난 6월 말 현재 유럽 자금 147조8000억원이 들어와 있다. 이 가운데 상당액이 유럽으로 회수될 가능성이 높아 졌다.

실제 지난 2008년 글로벌 위기 때도 유럽계 자금이 국내 주식ㆍ채권시장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금융시장을 패닉 상황으로 몰아넣은 바 있다. 유럽자금 이탈은 국내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에도 큰 타격을 입힐 전망이다.

 

실물경제 불확실성 대비한 비상경영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은 미국의 재정위기가 국내 경제를 패닉상태로 만들었다.

기업들이 ‘비상경영’ 체제로 돌입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우리 실물 경제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은 정유업종이다. 그간 위기 때마다 ‘유가’문제가 불거졌다. 특히 최근 한동안 치솟았던 국제 유가가 하락세 분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정유사들은 불안전한 환율 문제로 속이 타들어간다. 환리스크 발생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GS칼텍스는 매일 회의의 연속이다. 시장상황 체크는 물론 환율 등 ‘환리스크 전략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호남석유도 비상경영체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호남석유 한 관계자는 “피가 마른다. 실물경제 불확실성이 장시간 지속되면 어쩔 수 없이 비상경영체제로 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사는 ‘반 비상경영 체제’나 다름없다.

삼성금융사 관계자들은 증시가 폭락한 지난 9일부터 미국 현지법인을 중심으로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럽 증시 폭락에 따라 유럽 현지법인에도 실시간으로 정보를 체크하고 있다.

이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금융시장 변화도 중요하지만 이에 따른 안정적인 대책을 마련하라”는 지시에 따른 것이다.

유럽을 전략적인 무대로 삼은 LG전자는 향후 추이를 보고 사업부 이동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발 경제 위기가 또 다시 불거질 것을 대비한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이다. 이미 팀을 구성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태양광 발전 설비에 대한 투자를 보류할 계획이다. 14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힌 현대중공업은 기존 공장 추가 증설 작업이 미루고 향후 상황에 따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아고 있다.

해운업계, 인수합병·구조조정 재검토

STX 등 해운업계는 금융위기에 대비해 미리 인수합병이나 구조조정 등을 검토하고 있다. 다른 업종에 비해 환리스크가 큰 업종이기 때문이다.

최명철 전문위원은 “기업들이 현재 가장 눈여겨보고 있는 것은 외환시장이다. 환리스크를 대비해야 하는 만큼 가장 신경 쓸 수 밖에 없다. 당분간 신규투자보다는 세계 경제 흐름을 따라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12일 현재 글로벌달러 약세 여파로 원·달러 환율은 상승 하루 만에 하락세로 돌아서며 1070에 진입했다. 향후 달러당 원화값이 1100원대로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높아지고 있다.

한 외환딜러는 “주식시장이 대폭락하면 1100원대 이상으로 하락할 수 있다”며 “외환당국이 면밀히 이를 주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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