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경제 `L`자 곡선 가능성
하반기 경제 `L`자 곡선 가능성
  • 신동민 기자
  • 승인 2003.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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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개발연구원(KDI)이 9일 제시한 올해 성장 전망이 3.1%로 크게 낮아졌다는 것은 경기 침체의 골이 그만큼 깊다는 것을 반영한다. 정부는 하반기 경제 운용 계획을 짜면서 올해 성장 목표를 4%대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직간접적으로 시사해 왔지만 KDI의 이날 전망으로 사실상 물건너간 셈이다. 그러나 KDI는 하반기에는 1.4분기에 중첩적으로 발생했던 많은 부정적 요인들이 어느 정도 해소되고 있다며 점진적인 회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KDI는 이러한 하반기 회복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추경 이외의 제2추경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금리 인하에 대해서도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해 다소 신중한 시각에서 봐야 한다고 KDI는 밝혔다. KDI는 아울러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성장과 분배의 조화를 위한 정책이 자칫 근로자의 이익만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면 성장잠재력을 훼손할 수 있고 이는 결과적으로 소득 분배의 개선에 역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 분배 위주 정책의 위험을 경고했다. 성장률 3% 크게 넘기 어려워 KDI는 작년동기대비 성장률이 지난 1.4분기의 3.7%에 이어 2.4분기에는 2.4%로 떨어졌다가 3.4분기 3.0%, 4.4분기 3.1%로 점진적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회복을 기대하기는 힘들어 성장률이 `L자 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높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는 올해의 성장 전망을 4%에서 3%로 낮췄고 ABN암로는 3.5%에서 2.0%, 메릴린치증권은 3.5%에서 3.3%로 각각 하향조정했다. KDI는 2.4분기에 경기 침체가 지속됐으나 최근에는 경기 침체의 속도가 점차 완만해지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지표들이 일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5월 중 산업생산, 출하, 도소매판매, 설비투자 등이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상당 부분이 조업일수 감소 등 기술적 요인에 기인한 측면이 크고 생산.재고의 순환 국면에서도 2.4분기 재고 증가율이 크게 확대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KDI는 할인점과 백화점의 판매액 증가율도 3월 이후 부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상기시켰다. KDI는 이라크전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해소돼 유가가 하락하고 연초 급락했던 반도체 가격이 회복세를 보이는 등 1.4분기에 중첩적으로 발생했던 많은 부정적 요인들이 어느 정도 해소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카드채 및 SK글로벌 사태와 관련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해소와 작년까지 급팽창했던 가계 신용의 조정이 점차 완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도 긍정적 요인으로 평가됐다. 추가 경기 부양은 신중히 접근해야 KDI는 하반기에 우리 경제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미 계획돼있는 추경 등 단기적인 경기 대책은 계획대로 집행하되 추가적인 경기 부양 조치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조동철 KDI 거시경제팀장은 "연간 성장 전망 3%가 낮은 수준인 것은 사실이지만 여기에 얽매여 정책을 가져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향후 예상되는 실질적인 경기 흐름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KDI는 이에 따라 하반기 경제 운영은 중장기적 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서는 이익집단의 요구에 대한 일관된 대응 원칙을 확립해 개별 경제주체에게 향후 경제 질서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하며 경제의 투명성과 유연성을 제고하는 구조조정 정책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KDI는 제언했다. 금리정책도 단기적 경기 여건이 다소나마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부동산 가격, 주가 등 자산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신중한 접근이 바람직하고 추가적인 충격이 있을 경우 신축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견해가 제시됐다. 하반기 금융정책은 전환(투신) 증권사 처리 등 부실 금융회사의 신속한 처리에 초점을 맞춰 추진해야 한다고 KDI는 밝혔다. 지금은 파이를 키울때 KDI는 경기 침체로 청년층, 임시.일용근로자, 여성 등 취약 근로계층의 고용이 크게 위축되고 저소득계층의 소득 증가가 매우 부진한 것은 사실이지만 저소득계층의 소득 개선에는 경제 성장세의 회복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대기업에서는 임금 인상률이 교섭력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저소득층이 주로 종사하는 소기업이나 임시일용직, 자영업은 소비 등 경기 상황에 직접적으로 영향받는 경향이 있다고 KDI는 지적했다. KDI는 저소득층의 소득은 임금 인상률보다는 내수와 취업 상황에 더 밀접히 관련돼 있으며 최근의 경기 침체로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추정했다. KDI는 성장과 분배의 조화를 위한 정책이 기존의 조직화된 근로자들의 이익만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돼 성장잠재력을 훼손한다면 이는 소득 창출과 소비 확대를 통한 소득 분배의 개선에 역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조동철 팀장은 "분배를 위한 파이를 키우는 것이 현재로서는 시급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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