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젊은 피를 수혈받다
대학로 젊은 피를 수혈받다
  • 김영진 기자
  • 승인 2007.0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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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청국장의 김한길 연극연출가
지난해 봄, 대학로 언저리에 자리한 허름한 혜화동1번지, 그곳에서 조용하게 올린 연극 한편이 대학로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켰다. 연극 ‘임대아파트’. 이 연극은 일상의 담담한 리얼리티 위에 꿈과 환상을 덧칠하고, 거기에 삶을 보는 따뜻한 유머를 곁들여 시끄럽기만한 대학로에 ‘잔잔한 일상의 힘’을 보여줬다. 서울의 빈한한 임대 아파트를 배경으로 세쌍의 연인들의 일상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우정을 마치 현미경으로 관찰하듯 섬세하게 그려 넣은 이 작품은 쉽지 않은 현실 속에 갈등하고 방황하면서도 살아가는 이유와 그 희망을 찾는 청춘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런 따뜻한 리얼리티가 관객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임대아파트’는 지난해 여름 재공연을 거쳐,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이제는 대학로 언저리가 아닌 중심부에서 재공연을 올리고 있다.
“‘임대아파트’를 쓰게된 동기는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에게는 절실하고 간절한 부분인데, 남들에게는 사소하고 아무렇지 않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는 것에 포커스를 맞췄습니다. 숨겨놓은 성적표가 발각된다든지, 음란잡지를 보다가 들킨다든지… 이런 것들은 개인에게는 엄청난 사건이죠. 이 작품을 통해 그런 인간, 혹은 일상의 속내를 끄집어내서 얘기해 보고 싶었습니다.” 이 작품의 작가이자 연출가인 김한길의 말이다. 그는 대학로에서 소위 ‘뜨고’ 있는 젊은 연출가군에 속한다. 그 이유는 일상에서 소재를 포착하는 힘과 캐릭터를 구축하는 능력이 여는 연출가들에게서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섬세함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한국연극계의 최고 연출가이자 현재 국립극단 예술감독으로 있는 오태석의 수제자다. 이런 백그라운드가 때론 방패막이 될 수도 있지만, 스스로 성장하는데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하지는 않을지 우려스럽다. “그런건 전혀 없습니다. 그분을 서울예대 극작과에서 스승으로 모시면서 알게 됐는데, 그 분은 자신이 40년 동안 연극하면서 축적했던 걸 제자들에게 모두 베푸시는 분입니다. 절대 말로서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으시죠. 행동으로 보여줄 뿐입니다. 그 모습에 반했을 뿐 저의 백그라운드라고 생각해본 적 없습니다.” 학창시절, 그는 평생 모실 진정한 스승을 이제야 만났다고 생각해 오태석의 뒤를 항상 따라다녔다고 한다. 그 인연은 현재 오태석이 예술감독으로 있는 국립극단의 작업에 참여하면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그가 창단한 극단 ‘청국장’이란 이름이 재밌다. “제가 처음으로 쓴 단만극의 제목이 청국장입니다. 또 청국장은 발효가 되기 위해서는 오래 기다려야 하고 냄새도 나고 좀 촌스럽잖아요. 이런 면이 어쩌면 아날로그적이고 원시적인 연극과 어느 정도 일치하지는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이런 청국장의 특성과 연극이 일치하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해 극단 이름을 청국장이라고 지었습니다.”
김한길은 현재 작가와 연출가를 겸하고 있다. 지금이야 이런 현상이 아주 보편화된 것이 돼 버렸지만, 어쨌든 극작과 연출을 겸하면서 느끼는 점은 남다를 것 같다. “제가 극작과 연출을 겸하는 이유는 연극 대본이라는 건 공연을 전제로 쓰여진 대본이기 때문에 완성본이 있을 수 없죠. 공연을 하면서 계속 수정해 나가야 합니다. 제 같은 경우도 대본의 초고가 나오면 연습을 하면서 계속 수정을 봅니다. 극작과 연출이 톱니바퀴처럼 물려서 가니깐, 자연스럽게 극작과 연출을 겸하게 됐습니다.” 지금까지 올린 공연중에 어떤 작품이 가장 애착이 가냐라는 질문에 그는 대뜸 ‘춘천, 거기’를 꼽았다. 그 이유는 관객들의 사랑도 많이 받았고 특히 단원들이 100만원씩 돈을 모아서 만든 ‘공동체 연극’이었기 때문이란다. 첫 공연을 올릴때가 가장 떨린다는 그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무대와 객석을 지켜본다고 한다. 그것이 또한 연극의 매력이라고. 그는 올해도 계획이 꽉 차 있다. ‘임대아파트’가 끝나는 5월에 혜화동1번지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사건발생 1980’도 계획돼 있고 ‘라이어2’도 연출할 예정이다. 관객과의 소통을 연극의 생명이라고 말하는 연극연출가 김한길. 그는 앞으로 연극이 자생할 수 있는 길은 소통 밖에 없다며 자신을 끊임없이 비우기를 희망했다. 위기가 없었던 적 없는, 벼랑 끝에 항상 놓여져 있는 대학로에 김한길과 같은 젊은 피의 수혈이 때론 희망을 준다. ‘임대아파트’는 5월27일까지 대학로 쇼틱씨어터1관에서 공연된다. 문의:02-762-9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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