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많은 ‘그룹주 펀드’는 바람 잘 날 없다?
가지 많은 ‘그룹주 펀드’는 바람 잘 날 없다?
  • 김영진 기자
  • 승인 2007.0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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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만 가능한 독특한 스타일, 지주회사 펀드도 나와
특정 그룹에만 투자하는 펀드에 돈이 몰리고 있다. 지난 한해 펀드시장의 아이콘으로 부상한 한국투신운용의 ‘삼성그룹주펀드’(6개 펀드, 삼성그룹리딩플러스주식 제외)에는 설정이후 2조5천억원 이상의 돈이 몰렸다. 이 펀드가 편입한 삼성테크윈과 삼성엔지니어링 등의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약세장 속에서도 높은 수익률을 올리자 수탁고가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펀드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국내 주식형 펀드로는 거의 유일하게 힘을 받고 있는 상품이다. 이러한 그룹주 펀드의 인기에 힘입어 최근 여러 운용사들이 비슷한 상품들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우리CS자산운용이 SK그룹 관련 주식에 투자하는 ‘우리SK그룹우량주 플러스 주식펀드’,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하는 상위 5대 그룹에 투자하는 미래에셋의 ‘5대그룹주 주식형 펀드’, 한국대표 15대 그룹과 대형 공기업 등에 투자하는 삼성투신운용의 ‘당신을 위한 삼성 코리아대표그룹 주식형 펀드’ 등이 대표적이다. 수탁액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달 21일 출시된 5대그룹주 펀드의 수탁액은 지난 8일까지 218억원이 몰렸으며, 코리아대표그룹 펀드는 일주일새에 134억원 이상의 수탁액이 모였다. 그야말로 ‘그룹’이 브랜드가 된 시대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한국펀드평가의 박현철 펀드애널리스트는 “해외에도 이런 형태의 펀드가 있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분명한 건 펀드 역사가 오래된 펀드 선진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사례”라며 “대기업들이 시가총액 상위 몇십퍼센트를 차지하는 한국적 기업지배문화에서만 탄생할 수 있는 펀드”라고 해석했다. 박 펀드애널리스트의 말대로 특정그룹 계열사에만 투자하는 펀드 상품은 과거 ‘재벌’로 불렸던 한국만의 독특한 기업문화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삼성그룹의 경우 전기전자에서부터 호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업종을 커버하고 있어 그룹 계열사 투자만으로도 분산투자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 특정 그룹에 속한 계열사들은 그룹 공동운명이라는 인식하에 ‘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룹주 펀드의 인기 요인이다. 그렇다면 그룹주 펀드는 정말 그 브랜드 가치만큼 안전한 투자처며 확실한 수익률을 보장받을 수 있을까? 정말 ‘영생불사’하지 않을 그룹이 있을까? 대답은 글쎄다. 같은 그룹내에서도 업종별로 다양하게 분류를 해 놓고 있다지만 리스크가 큰 펀드일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하나같은 반응이다. 박 펀드애널리스트 역시 “펀드투자의 가장 기본은 장기투자와 분산투자”라며 “비록 한 그룹이 수십개의 계열사를 가지고 있다지만 그룹 총수 한 사람에 의해 전체 그룹이 좌지우지 되기 쉽고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지금의 1위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최근의 그룹주 펀드들은 자산의 50%만 해당 그룹에 투자 이러한 우려 때문인지 최근 출시되는 그룹주 펀드들은 자산의 50%를 해당 그룹 주식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대형 우량주나 업종 대표주에 투자하고 있다. 한국운용이 지난 10월 출시한 ‘한국삼성그룹리딩플러스주식펀드’는 삼성그룹 14개사에 50% 투자하고 나머지 반은 삼성그룹이 커버하지 않는 그룹에 투자해 안정성을 높였다. SK그룹주 펀드도 SK그룹 10개 종목과 포스코에 자산의 50% 이상을 투자하고, 나머지는 업종 대표주에 투자하는 형태다. 5대그룹주 펀드와 코리아대표그룹 펀드 역시 여러 우량기업에 분산투자해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한다. 그룹주 펀드 넘어 지주회사 펀드로? 최근 CJ자산운용은 그룹주 펀드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자 ‘CJ 지주회사 플러스 주식펀드’를 출시했다. 이 펀드는 △우량 자회사를 보유중인 지주회사 △CJ, 신세계, 한화, 현대모비스 등 지주사로의 전환 가능성이 있는 준지주회사 △그룹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그룹 핵심 계열사 주식 등을 집중적으로 편입하는 펀드다. 즉, 이 펀드는 지주회사의 안정성과 준지주회사의 성장가능성, 그룹 핵심 계열사의 수익성 등을 고루 갖추고 있어 자산가치는 물론 성장성에 대한 투자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지주회사는 전년대비 자산총액이 1000억원이상이며, 자회사 지분율이 50%(상장사는 30%) 이상, 부채비율 100%이하, 채무보증 완전해소, 금융·비금융 자회사 교차 소유금지 등의 조건이 충족되면 설립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재벌의 독점 등을 우려해 지주회사제도를 법률로 금지해 왔는데 IMF 체제 이후 구조조정을 위해 지주회사를 설립할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순수지주회사에 한해 설립이 허용됐다. CJ자산운용 윤경목 상품전략팀장은 “지주회사의 안정성과 준지주회사의 성장 가능성 및 그룹 핵심 계열사의 수익성을 효과적으로 결합했다”며 “지주회사 전환요건을 완화한 정부정책에 따라 지배구조 개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수 합병(M&A), 자산매각 등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는 기업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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