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펀드 판매 사라진다
엉터리 펀드 판매 사라진다
  • 김민지·조권현 기자
  • 승인 2005.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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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분쟁·불완전 판매 예방 등 기대효과 커…
새내기 직장인 최지연(25)씨는 6개월 전에 가입한 채권형 펀드를 해지하기 위해 ○은행을 찾았다. 최근 금리가 오르면서 다른 펀드에 비해 턱없이 수익률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최씨는“창구 상담원이 가입 때 '원금보장은 물론 최소 8%이상의 수익률을 제공한다'고 말했었다"며 "특히 주식형보다 안전해 보수적인 투자자나 초보자가 가입하기엔 알맞은 상품이라고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요즘같이 금리가 오를 땐 채권형이라 해도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얘기는 전혀 듣지 못했다"고 최씨는 덧붙였다. 이처럼 판매창구에선 아직도 '묻지마식 판매'가 성행중이다. 실제 펀드에 가입하는 고객은 물론 창구 직원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판매하고 있는 것. 그만큼 이런 엉터리 상담의 피해는 결국 고객의 몫이 된다. ◆ 창구 직원조차 제대로 몰라 지난 3일 본보 취재팀이 서울지역 시중은행(외국계 포함), 증권사 영업점 등 6곳을 찾아 펀드가입 상담을 신청했다. 그결과 창구 직원 대부분이 고객에게 주먹구구식으로 '자사의 상품위주 또는 고수익이 보장된다'는 말로 상담하고 있었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한 은행 영업점. 창구에서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직원에게 펀드 가입 상담을 신청했더니“이 펀드가 수익률이 높고 저희 직원 대부분이 가입한 인기상품”이라며 가입을 권했다. 하지만 펀드가 우량주 위주로 안정적 운용을 하는지, 성장성이 높은 주식 중심으로 공격적 운용을 하는지 묻자 그는“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럼 펀드가 한 번 투자한 종목을 얼마 동안 보유하는지, 펀드매니저는 누군지를 다시 묻자“확인을 해봐야 한다"며 당황했다. 서울 신촌의 한 증권사 지점에선 투자할 상품을 하나 추천해 달라고 하자 창구 직원은 망설임 없이 '자사의 주식형 펀드' 설명서를 꺼냈다. 하지만 그는 펀드 규모가 얼마인지, 주식에 얼마나 운용하는지 묻자“글쎄. 수백억원은 넘는다. 우량주식에 투자한다”고 얼버무리며“적금 붓듯 넣으면 종자돈을 만들 수 있다”고 답했다. 원금이 손실을 볼 수 있다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또 다른 중구의 한 은행 영업점 직원에겐 "매월 30만원씩 적립식 펀드에 투자하고 싶다"고 하자 위험고지나 펀드 성격에 대한 설명도 없이 배당수익과 비과세 혜택이 있다는 이유로 '배당주 펀드'를 추천했다. 다른 은행 직원은 주가연계증권(ELS)의 의미를 묻자“좋은 주식에 집중 투자해 은행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라고 황당한 대답을 했다. ◆ 판매사의 자발적 참여 '관건' 상황이 이쯤되자, 금융감독원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펀드 판매광고 및 판매절차 개선방안'을 마련해 시행할 계획이라고 지난 2일 발표했다. 이번 개선방안에 따르면 △홍보전단(리플렛)에는 투자위험, 총 보수·수수료 및 과세 관련정보를 의무 기재해야 한다 △일차적으로 설문지 등을 이용해 투자자의 위험선호도를 파악해야 한다 △투자위험이 높고 판매보수가 높은 펀드는 투자자에게 권유할 수 없다 △투자자의 위험선호도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가 투자위험이 높은 펀드를 매수하고자 하는 경우 별도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 금감원 자산운용업무팀 관계자는“미국의 상당수 판매회사들은 펀드판매 이전 7∼10개 문항으로 구성된 설문지를 활용해 투자자의 위험 선호도를 수치로 파악한다"며 "이를 기초로 판매상담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금감원의 개선방안이 도입되면 엉터리 상담에 따른 고객의 피해는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편으론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한국펀드평가 우재룡 대표는 "투자자의 위험선호도를 파악하기 위한 설문지가 과연 얼마만큼 효과를 거둘지 의문"이라며 "투자성향보다는 고객의 재정상태, 투자목적 과 기간 등을 전문가의 상담을 통해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 사장은 또 "이번 개선방안의 성공은 은행·증권사 등 판매사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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