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간판 스타 줄줄이 불명예 퇴장
벤처 간판 스타 줄줄이 불명예 퇴장
  • 장종수
  • 승인 2005.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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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순 터보테크 회장‥사법처리 가능성 배제못해
장흥순(45) 터보테크 회장이 29일 분식회계 사건을 책임지고 '백의종군'을 선언함에 따라 또 한명의 벤처업계 간판 기업인이 불명예 퇴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장 회장은 이민화 전 메디슨 회장 등과 더불어 한국 벤처업계 1세대를 대표하는 기업인으로 꼽힌다. 서강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를 나온 장 회장은 벤처기업이라는 말 자체가 생소했던 지난 1988년 정밀제어기기 업체 터보테크를 창업했다. 기술력만을 갖고 창업한 터보테크를 매출액 수백억원대의 중견 기업으로 성장시킨 장 회장은 IMF 이후 벤처 붐을 맞아 대표적인 벤처기업가로 부각되며 명성을 얻었다. 1998년 국내 벤처 CEO(최고경영자)로서는 처음으로 세계경제포럼(WEF) 선정 아시아 차세대지도자 100인에 선정되고 1999년 벤처기업협회 부회장에, 이듬해인 2000년 초대 이민화 회장이 물러나자 협회 회장직을 맡아 벤처업계의 대변자로 떠올랐다. 이후 벤처 붐에 이은 지난 2000년 코스닥 거품 붕괴 등 굴곡많던 시기를 거치며 벤처업계를 대표해 목소리를 냈고 작년 말 정부의 벤처기업 활성화대책 수립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등 벤처의 '부활'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이처럼 화려한 영광의 시절 한쪽 그늘에서 정작 자신의 회사는 속으로 부실을 키워갔고 이것이 결국 장 회장 '몰락'의 씨앗이 됐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것처럼 지난 2000년 유상증자 과정에서 구주를 매각하는 '정공법' 대신 금융권 대출을 받아 증자를 진행했다 이후 코스닥 붕괴의 여파로 주가가 10분의 1 선으로 내려앉으면서 대출 부담이 급속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IMF 당시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엔젤 투자를 받았는데 이것이 부채로 돌아와서 부실을 가중시켰다. 궁지에 몰린 장 회장은 700억원 규모의 자산을 가공 계상하는 방식으로 부실을 감춘 채 끌고가다 결국 분식회계 사건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맞게 됐다. 한 회사 관계자는 "이자가 급속히 불어나 어느 순간부터 제1금융권에서 거래를 못하게 되자 제2금융권의 살인적인 이자를 감당해야 했다"며 "한마디로 5년간 골병이 든 것"이라고 말했다. 장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내 잘못된 경영 판단으로 부실이 생겼다"며 "나 개인의 잘못일 뿐 전체 벤처기업과는 관계가 없으므로 다른 벤처기업인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장 회장이 분식회계 사실을 시인함에 따라 앞으로 있을 검찰 수사 결과에 의해 장 회장의 사법처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앞으로 장 회장의 장래가 주목된다. 장 회장이 지난 6년간 이끌어온 벤처기업협회도 장 회장 본인의 퇴진에도 불구, 적지 않은 타격을 받게 됐다. 특히 협회 초대 회장인 이민화 전 메디슨 회장도 지난 2001년 과도한 벤처 투자의 여파로 회사가 경영난에 빠지면서 경영에서 물러나고 회사도 부도처리된 바 있어 더욱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일단은 터보테크라는 한 회사의 일이지만 오랫동안 회장직에 있었던 분이 이렇게 돼서 안타깝다"며 "다만 이번 사건이 최근 되살아나려는 벤처업계에 찬 물을 끼얹는다거나 전체 벤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으로 확산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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