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비리] 총탄 뚫리는 방탄복 납품 받은 국방부...이걸 입고 적과 전쟁 치렀다간 사망
[국방 비리] 총탄 뚫리는 방탄복 납품 받은 국방부...이걸 입고 적과 전쟁 치렀다간 사망
  • 이병철 기자
  • 승인 2023.05.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방사청 산하 국방기술진흥연구소 테스트 제품만 방탄 소재 추가 덧대 승인
A업체 부품 덧댄 제품으로 시험 통과...납품사 설계안 받고도 제조 승인

총탄 뚫리는 방탄복을 알고도 납품 받은 국방부의  방위산업 비리에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방산비리 척결 위해 방위사업청이 발족됐음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군이 요구하는 방탄 성능을 충족하지 못한 방탄복 4만 9000여벌이 납품되어 장병에 보급된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밝혀졌다.  일부 방탄복은 총탄에 아예 관통되기도 했다.

18일 감사원은  ‘장병 복무여건 개선 추진실태’ 감사 보고서를 통해 방위사업청이 2021년 12월 A군납업체와 방탄복 5만 6280벌(107억 7800만원)납품 받아 장병에게 보급했다고 밝혔다. 일부 제품은 총탄이 뚫릴 만큼 부실했다. 

방탄복 유연성과 방탄성능(후면변형)시험방법 및 위치 @국기연
방탄복 유연성과 방탄성능(후면변형)시험방법 및 위치 @국기연

총탄에 뚫리는 부실 방탄복이 성능시험을 통과해 납품된 데는 방위사업청의 부실한 검사에 기인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군납 업체는 방탄복의 실제 성능과는 무관하게 성능 시험만 잘 통과하면 군에 납품할 수 있다는 헛점을 이용했다. A업체는 시험하는 부분에 소재를 덧댄 성능 시험용 방탄복을 따로 제작해 성능 시험을 통과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방탄복 품질 관리를 맡은 방위사업청 산하 국방기술품질원의 국방과학기술진흥연구소(국기연)가  방탄복 제조·납품을 승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방위사업청 무용론이 제기됐다.

방탄복(防彈服·Body Armor, Bulletproof, Ballistic Vest, Plate Carrier)은 착용자를 총탄/파편 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특수제작된 보호구이다. 

군은 방탄복의 성능 기준을 두고 있다.  방탄복은 착용자의 활동성을 저해하지 않도록 어느 정도의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  특정한 거리·각도에서 발사한 총탄을 막아내야 한다. 총탄을 맞은 방탄복은 어느 부위에서건 관통되서는 안 된다. 목 둘레와 좌우 옆구리 부분 등은 방탄복이 안쪽으로 찌그러지더라도 그 깊이가 44㎜를 넘어서는 안된다. 방탄복이 깊게 찌그러지면 방탄복 자체가 착용자의 신체를 찔러 착용자를 죽거나 다치게 하기 때문이다.

방탄복의 기준을 충족하는지를 시험하는 방법도 정해져 있다. 목 둘레와 좌우 옆구리 부분에 대고 총탄을 발사한다. 방탄복이 관통되거나 기준치 이상으로 변형되지는 않는지를 검사한다. 방탄복 가운데 부분이 아니라 가장자리 부분에 대고 총탄을 발사한다. 통상적으로 이런 부분이 방탄복 가운데 부분보다 더 취약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

업체폼보계획서의 방탄재 검사기준서(처수)
업체폼보계획서의 방탄재 검사기준서(처수)

A업체는 처음부터 꼼수를 부렸다.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설계됐다.  방탄소재 50겹을 붙여 만들었. 목 둘레와 좌우 옆구리 부분에만 고밀도 방탄소재가 6겹씩 추가로 덧대었다. 성능 시험에서 이 부분들에만 총탄을 발사해본다는 것을 알고, 이 부분에서 기준치를 충족하도록 만든 것.

반대로 보통 방탄복에서 더 강한 방탄 성능을 내야 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방탄복 중앙부에는 방탄소재 50겹만을 댔다. 이는 방탄복의 유연성을 방탄복 중앙부를 기준으로 측정하기 때문.

A업체는 2021년 3~4월 목 둘레와 좌우 옆구리 부분에 덧대는 방탄 소재의 양을 늘려가면서, 몇 겹을 덧대야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지 자체 시험까지 해본 것으로 드러났다.

A업체는 국기연에 이런 설계안을 제출했다. 국기연은 A업체가 특정 부위에만 방탄소재를 덧댔다는 것을 알면서도 A업체의 설계안을 일부만 수정한 채 승인했다.  방탄복 성능 시험 실제로 수행하는 국방기술품질원(기품원)에는 A업체 방탄복이 특정 부위에만 방탄 소재를 추가로 덧댔다는 것을 알려주지 않았다.

기품원은 정해진 시험 방식대로 목 둘레와 좌우 옆구리 부분에만 대고 총탄을 발사했다. A업체 방탄복이 충분한 성능을 갖추고 있다고 결론을 내린다. 이에 따라 A업체는 지난해 4월부터 방탄복 4만9622벌을 육군에 납품한다.

A업체가 방탄복을 납품하고 있는 도중에 국기연에는 ‘A업체가 특정 부위만을 보강해 방탄 성능을 조작했다’는 민원까지 접수된다.

방탄복 로트별 검사 및 검사조서 발급 현황
방탄복 로트별 검사 및 검사조서 발급 현황

국기연은 총탄을 맞추는 위치를 살짝 바꿔서 성능 시험을 다시 한다.  성능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재차 내린다. 국기연이 조정한 위치도 방탄 소재를 덧댄 효과가 나는 곳이었다.

감사원은 A업체가 납품한 방탄복에 대해 별도 시험을 실시했다. 방탄 소재를 추가로 덧댄 부위를 피해서 총탄을 맞춰봤다. 덧댄 부위에서 멀어진 곳일수록 방탄 성능이 떨어졌다. 일부 방탄복에서는 착용자의 명치 부분에 해당하는 방탄복 한가운데를 쏴봤더니 방탄복이 관통됐다.

감사원은 “국기연이 방탄복에 대한 품질 보증 업무를 소홀히 처리함으로 인해 군은 2022년 방탄 성능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A업체의 방탄복을 납품받아 보급하고 있다”며 “이를 착용한 장병들의 안전과 생명을 담보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방사청에 A업체로부터 납품받은 방탄복 중 성능 기준에 미달하는 방탄복에 대해 A업체로부터 새로운 방탄복을 다시 납품받으라고 했다. 또 향후 A업체의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하라고 통보했다. A업체 방탄복 품질 관리를 소홀히 한 국기연에 대해서는 담당자 2명을 징계하라고 요구했다.

감사원은 일반 장병이 착용하는 방탄복이 군의 성능 기준대로 제작되더라도 야간 위장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도 발견했다.

@감사원
@감사원

방탄복 겉에는 착용자가 각종 전투 장구를 달아놓을 수 있게 천으로 만든 띠(세폭직물)를 덧대는데, 방사청은 이 세폭직물도 적의 열상 감시 장비에 포착되지 않도록 위장 성능을 갖춰야 한다는 기준을 아예 만들어놓지 않았다.

그 결과, 군이 최근까지 조달해온 일반 장병용 방탄복은 야간 작전 시 위장 성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야간 위장 성능 기준은 육군 특수전사령부 장병들이 사용하는 방탄복에만 적용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