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권_조경호 기자]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죄형법정주의(罪刑法定主義·No penalty without a law)에 수혜를 받았다. 금융위원회의 주식처분명령에 불복한 소송에서 1심·항소심에 이어 대법원에서 승소해 고려저축은행의 대주주 자리를 유지하게 됐다. 대주주 적격성 유지 심사제도가 도입된 2010년 9월 이전 발생한 범죄로, 법률이 없으면 범죄도 없고, 형별도 없다(Nullum crimen, nulla poena sine praevia lege poenali)는 근대 형법의 기본 원리이다. 일반적으로 형사 사건에 많이 적용된다.
8일 법조계는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이 이호진 전 회장이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낸 대주주 적격성 유지 충족 명령 및 주식 처분 명령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금융위는 2020년 11월 고려저축은행의 지분 30.5%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이 전 회장이 2019년 6월 업무상횡령 및 배임죄 등으로 징역 3년이 확정된 점을 들어 상호저축은행법 제10조의6 제3항 등에 따라 대주주 적격성 유지요건을 충족하라고 명령했다.
상호저축은행법에 따르면 금융위는 대주주가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집행이 끝나거나 면제된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 대주주 적격성 유지요건을 충족할 것을 명할 수 있다. 또 대주주가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상호저축은행 보유주식의 10%를 넘는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
금융위는 같은해 12월 이 전 회장에게 보유 주식 45만7233주를 처분해 2021년 6월 22일까지 지분을 10% 이하로 낮추도록 했다. 금융위 명령에 불복한 이 전 회장은 지난 2021년 3월 소송을 제기한다.
금융위의 칼과 이호진 전 회장 측의 방패 전략이 맞붙는다. 금융위의 대주주 적격적 유지요건 충족 명령에, 이호진 전 회장의 법률대리인 측에선 죄형법정주의를 방패로 내세운다. 행위가 범죄로 처벌되기 위해서는 행위 이전에 미리 성문의 법률이 규정되어 있어야 한다는 근대 형법의 기본원리를 내세운 것이다.
재판과정에서 법리 다툼에서 이 변호인측이 우세했다. 1심은 이 전 회장의 손을 들어준다. 당시 1심 법원은 이 전 회장의 주장을 받아들여 금융위가 한 대주주 적격성 유지요건 충족명령과 주식처분명령을 모두 취소하라고 한다.
법원은 "금융위는 해당 규정에 대해 대주주 적격성 유지 심사제도가 도입된 2010년 9월 이후 발생한 불법행위부터 적용한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한 바 있다"며 "규정 시행 이후 발생한 범죄행위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는 등 대주주 적격성 유지요건을 갖추지 못하게 된 경우에 한해 적용하는 것으로 제한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또 "이 사건 처분은 대주주의 주식 처분을 강제하는 것으로 헌법상 재산권이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처분사유의 존재가 객관적으로 명확해야 한다"며 "해당 규정 시행 후 발생한 이 사건 횡령·배임 범행만을 대상으로 양형을 정할 때 반드시 금고 이상의 실형이 선고됐을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 전 회장의 공소사실인 섬유제품 판매대금에 대한 업무상 횡령 혐의와 주식 저가 매수로 인한 업무상 배임 혐의 등은 2010년 9월 이전 발생했다. 허위 회계처리, 직원 급여 부당지급 등 혐의는 규정 시행 전후에 걸친 범행으로 조사됐다.
2심 또한 1심과 같은 판단을 내놨다. 대법원도 같은 항소심 판단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