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는 곰이, 돈은 되놈이...' 7조 불법 외환거래 NH 1.5억 받고 재판, 중국인 2500억 챙겨
'재주는 곰이, 돈은 되놈이...' 7조 불법 외환거래 NH 1.5억 받고 재판, 중국인 2500억 챙겨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3.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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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피난처 캐이먼제도 설립 투자회사 '김치프리미엄' 이용 7조원 가상자산 운용
2018.8~2022.8.까지 420차례 5.78조원 외환 불법송금, 1.2조원 미신고 거래

[한국증권_조나단 기자] 7조 원대 불법 외환 거래 사건이 발생했다. NH투자증권의 100%자회사인 NH선물(정승현 대표)의 임직원 5명이 조직적으로 불법 외환거래를 도운 혐의(외국환거래법위반방조 등)로 기소됐다. 거액의 불법 거래를 통해 중국인은 2500억원을 챙긴 반면, NH선물 직원들은 고작 1억5000만원 금품을 받고 재판을 받게 될 처지이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번다'는 속담이 그대로 실현된 셈이다. 

20일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부장검사 이일규)는 고가 명품 등을 받고 7조원대 불법 외환 거래를 도운 혐의(외국환거래법위반방조 등)로 NH선물 팀장 A씨(42)를 구속 기소하고 차장 B씨(39) 등 팀원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A 씨와 B 씨는 2019년 8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중국 국적 외국인 투자자 C(42) 씨 등 2명과 공모해 불법 외환 거래를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파생상품 소요 자금인 것처럼 허위 내용의 자금확인서를 첨부해 송금신청서를 제출하는 방법으로 은행을 속였다. 420차례에 걸쳐 5조 7845억 원 상당의 외화를 해외로 불법 송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C 씨 등이 신고 없이 1조 2075억 원 상당의 외환에 대해 미신고 자본거래를 할 수 있도록 도운 것이다.

A 씨는 이 과정에서 C 씨로부터 3000여만 원 상당의 명품 시계와 1300여만 원 상당의 명품 가방, 현금 1000만 원을 받고 고가 와인을 접대받았다. 총 5800여만 원 상당을 대가로 챙긴 의혹을 받고 있다.

B 씨도 C 씨로부터 2400여만원 상당 명품 가방 등 2800여만 원을 받는 등 직원들 모두 각각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씩 모두 1억 1200여만 원 상당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C 씨는 카리브해에 있는 영국 영토인 케이맨 제도(Cayman Islands)에 설립된 투자회사를 이용해 해외에서 매수한 가상자산을 국내 거래소에서 매도한다. 케이맨 제도는 외국은행과 기업이 많은 대표적인 조세피난처이다. 

그 차액인 일명 '김치 프리미엄'을 얻는 방법으로 7조원대 가상자산을 거래해 2500억 원 상당의 이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진다.

C 씨는 국내 비거주자. 외국환거래가 엄격하게 제한됨에 따라 수익금을 환전해 해외 회사로 송금하는 게 불가능해지자 장내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경우 비거주자의 투자 관련 자금 송금·회수가 비교적 자유로운 점을 악용해 증권사에 파생상품 소요자금인 것처럼 외화 송금을 신청한다. A 씨 등은 C 씨의 외화 송금 신청이 파생상품 관련 자금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신청한 대로 해외에 있는 C씨 회사 계좌로 외화를 송금할 수 있도록 도왔다.

검찰 관계자는 "팀장을 포함해 증권사 소속 팀원들이 업무 관련자로부터 수천만 원대 고가 명품 등을 받아 불과 몇 달 만에 팀 전체가 수수한 금액이 1억 원이 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담당 직원들이 금품 수수 대가로 매우 이례적인 규모로 외환거래가 이뤄졌는데 회사에서는 인식하지 못하는 등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매우 미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은행권 최초로 이상 외환거래 사건을 수사한 결과 담당 직원들이 관련 규정조차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고 있거나 금품 수수 대가로 매우 이례적인 규모의 외환거래가 이뤄졌다. 회사가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등 감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해외로 도주한 C씨와 그의 한국인 직원 등 2명에 대해 인터폴을 통해 적색 수배를 하는 한편 C씨의 범죄 수익을 환수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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