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제 경제칼럼] 금융업의 뱅크런(bank-run) 발생 관리
[김선제 경제칼럼] 금융업의 뱅크런(bank-run) 발생 관리
  • 김선제 성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경영학 박사 대학교수
  • 승인 2023.03.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뿐만 아니라 글로벌 벤처기업의 자금줄 역할을 해온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했다. 총자산 2,000억 달러가 넘는 대형은행의 갑작스런 부도로 스타트업계에 돈줄이 마르고 제2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나오고 있다. SVB가 18억 달러의 미국국채 매각손실을 발표한 지 이틀 만에 캘리포니아 주정부에서 파산조치를 내렸다. 매각손실 공시내용을 들은 고객들의 밀려드는 예금인출을 SVB가 견디지 못했다. SVB에 뱅크런(bank-run)이 발생했다. 뱅크런은 고객들이 예금의 안정성을 우려하여 일시에 예금인출을 시도함으로써 발생하며, 금융회사들이 유동자금을 충분히 보유하지 않아서 생긴다.

  SVB 파산은 충격적이다. 2022년 말 기준 총자산 2,090억 달러로 미국 내 16위 은행인데다 인도, 영국, 독일 등 11개국에서 영업한 글로벌 기업이기 때문이다. SVB는 2008년 금융위기 때 문을 닫은 워싱턴뮤추얼은행(4,340억 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큰 파산은행으로 기록됐다. SVB 파산은 연준(Fed)의 급격한 긴축에 따른 결과다. 금리상승에 따라 자금경색에 빠진 실리콘밸리 기술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예금인출을 요구하자 주로 국채로 보유한 자산을 매각해서 예금인출에 대응했기 때문이다. 2022년 초 1%대였던 10년 만기 미국국채 금리는 이달 초 4%를 돌파했다.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채권가격은 하락한다. 국채에서 대규모 손실을 보고 주가가 폭락하자 뱅크런이 발생했고 은행파산으로 이어졌다.

  미국정부가 고객이 SVB에 맡긴 돈을 예금보험한도인 25만 달러와 상관없이 전액 보증하기로 했지만, 뉴욕의 시그니처 은행이 폐쇄되는 등 SVB 붕괴여파가 나타났다. 금융업은 수신기능으로 받은 자금을 여신 등 다양한 자산에 운용해서 수익을 창출한다. 여신과 수익의 차익이 예대마진이다. 은행은 시장금리 변동에 관계없이 일정한 예대마진을 얻으므로 자산운용에서 부실이 발생하지 않는 한 안정적인 경영을 할 수 있으나 부실이 발생하면 경영이 어려워진다. 금융업에서 자산을 운용할 때 기본원칙이 ALM(Asset Liability Management, 자산부채매칭) 전략이다. 이 전략은 수신금액의 만기 기간에 맞추어 자산운용기간을 연계한다. 단기 수신금액은 단기로, 장기 수신금액은 장기로 자산을 운용해야 유동성 위험이 발생하지 않는다.

  SVB는 ALM 원칙을 지키지 않아서 뱅크런이 발생했다. 기업들이 여유자금을 맡긴 수신금액은 언제든지 예금인출을 할 수 있는데, 코로나 기간에 호황을 누린 IT업체들이 맡긴 수시입출예금을 미국국채 10년물 등에 장기 투자했다가 Fed의 금리인상으로 인한 시장금리 상승으로 가격이 떨어진 채권을 매각함으로써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고, 고객들 신뢰를 잃으면서 대규모 자금인출에 직면하여 파산까지 되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도 투자금융회사들이 해외에서 단기로 외화자금을 차입해서 국내에서 장기로 기업대출을 실시함에 따른 ALM 미스매칭이 트리거 역할을 하였다. 금융업은 고객의 신뢰를 잃으면 뱅크런에 직면한다. 우리나라 금융회사들도 자산을 운용할 때 가장 기본인 ALM 원칙을 유념해서 지켜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