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간의법정' 이상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
[인터뷰] '인간의법정' 이상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2.1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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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개막해 인간과 안드로이드 로봇의 법정 공방을 다루는 이야기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SF창작뮤지컬 <인간의 법정>이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있다.

현직 변호사이자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조광희 작가 겸 변호사의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된 창작뮤지컬 <인간의 법정>은 22세기를 배경으로 인간 한시로의 안드로이드 로봇 아오가 그의 주인을 살해한 혐의로 법정에 서면서 발생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이번 작품의 제작을 맡은 TMM은 이번 작품과 관련해 "인간과 다른 '종' 간의 경계에 대해 물음을 던지는 작품"이라며 "인간과 유사한 안드로이드형 로봇이 의식을 갖게 된다면 그는 인간인 것인가 아니면 기계인 것인가에서 시작했다. 안드로이드 로봇이 인간의 법정에서 재판을 받게 되는 과정을 통해 우리의 본질에 대해서 묻고있다"고 말했다.

본지는 이번 작품에서 한시로의 연인 미나 역을 맡은 이상아 배우를 만났고, 그와 이번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으로 공연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Q.  반갑다. 한 해가 지나가고 있는데, 올해 두 번째 인터뷰로 만나게 됐다.

이상아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게 돼서 기쁩니다. 배우 이상아입니다. 일을 하고 있으니 만나게 되는 것 같아요. 

Q.  전 작품도 그렇고 이번 작품도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작품에 들어갈 때 원작을 보는 편일까?

이상아  네, 저는 원작이 있는 작품들 같은 경우에는 항상 먼저 찾아서 보거나 읽거든요. 이번 작품의 원작을 읽었을 때 소재가 너무 재미있기도 하고 흥미롭더라고요. 그리고 음악이나 시연 영상을 보내주셨었는데 너무 좋아서 같이 하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어요. 원작 소설을 읽었을 때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재미있어서 빨리빨리 읽게 됐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맡은 역할인 미나나 카운슬러의 라인을 따라서 가다 보니까 어느 순간 마지막 장을 넘기고 있는 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두 역할을 어떻게 준비했을까

이상아  사실 연습 과정에서 고민이 많았었어요. 전 작품인 <유진과 유진>이란 작품에서도 중간중간 여러 역할들을 오가지만 아무래도 전작에선 중심이 되는 캐릭터가 있고 거기에 덧붙여서 서브 캐릭터들이 중간중간 나왔다면 이번 작품에선 진짜 퀵턴으로 빠르게 갈아입고 나오고, 들어갔다 또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나오고 하다 보니까 쉽지 않더라고요. 전 작품처럼 뭔가 목소리를 바꾼다거나 뒷모습으로 뭔가를 더 하는 부분들은 없지만 무대 위로 올라갔을 때 두 역할에 차이를 두려고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의상만 다르게 입고 나온 미나 혹은 카운슬러라고 보일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고 봤기 때문에 저는 개인적으로 행동이나 표정 그리고 톤에 중점을 두고 두 역할을 나눴던 것 같아요. 두 인물의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일단 저는 둘 다 너무 똑똑하고 따듯한 사람이라고 봤었거든요. 당당하지 못할 것도 없다고 봤어요. 그래서 미나 역할로 나올 때는 뭔가 톤 자체를 자유롭게 높낮이를 준다거나 조금 더 직선적인 모습을 보여줬다면 카운슬러로 나올 때는 미나보다는 훨씬 평이하게 가려고 노력했었던 것 같아요. 카운슬러는 다가가기보다는 다가올 수 있게, 걸어나갈 수 있다 기다려주고 받아주는 인물로 봤었거든요. 여기서 반대로 미나 같은 경우에는 먼저 싫다고 한다거나 자기의 의견을 빨리 표출할 수 있는 뭔가 더 주도적인 인물처럼 보였고 그걸 보여주려고 했었던 것 같아요. 이게 두 역할을 준비하던 과정에서 제가 고민했던 부분이고 차이점인 것 같습니다.

Q.  서사를 채웠던 부분들은? 준비한 것에 비해서 사실 등장씬이 짧다 보니 준비했던 부분들을 다 보여주지 못했을 것 같다.

이상아  그래서 저는 오히려 이번 작품을 준비할 때 인물의 서사를 깊게 파고들기보다는 이 사람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들을 써나갔던 것 같아요. 뭔가 미나라는 인물은 빨간색에 가까운 인물이라고 봤다면 카운슬러는 파란색에 가까운 인물이었던 거죠. 그리고 아오를 대할 때도 두 인물의 차이가 있거든요. 미나 같은 경우에 아오는 놀잇감이라는 이미지로 다가왔다면 카운슬러 같은 경우에는 동지에 가까운 먼 지역에 살고 있던 친구 혹은 친척에 가까운 그런 이미지로 그려냈죠. 그러다 보니 그 차이점들이 생겼던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최근에 극중 재판하는 장면들이 있는데 미나가 참석해있는데 생각이 많이 들었던 날이 있었어요. 내 남자친구가 죽었는데 그 이야기를 안 하고 저 로봇, 아오를 살리겠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까 갑자기 열이 받더라고요. 또 어떤 날에는 아오가 재판에서 지게 되면 얘가 잃게 되는 건 뭐가 있을까, 어떤 걸까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었죠. 그래서 초반에 미나라는 인물이 쾌락적인 걸 추구하고 있고 그런 인물로만 그려내고 싶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거기까지 깊게 빠져들지는 않게 되더라고요. 반대로 카운슬러 같은 경우에는 처음부터 만나는 어떤 인물이던 소통을 할 수 있는 존재로 만들어내고 싶었어요. 그가 살아오는 과정에서 안드로이드 로봇으로서 보이는 모습 그리고 안드로이드가 아닌 사람인 척 연기를 했을 때조차 상황을 빠르게 캐치하고 적응할 수 있는 그런 인물로 그려내고 싶었고 그게 지금의 카운슬러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사실 카운슬러라는 인물이 중요한 인물 중에 한 명인데 짧게 나와서 아쉬운 부분들도 있어요. 원작에서는 혁명을 주도하는 인물 중에 한 명이다 보니 굉장히 중요한 인물이거든요. 그걸 토대로 이야기를 조금 해보자면 카운슬러가 이런 활동을 시작한지 짧지 않은 시간을 가졌었고, 많은 사람과 안드로이드를 만났어요. 그런 관계 속에서 스스로 굉장히 단단한 정신을 갖게 됐다고 봤어요. 아오를 만났을 때 그가 느끼는 모든 것들 그리고 고민들에 대해서 그래서 빠르게 알아채고 알 수 있었던 거죠. 극 중에서도 그와 빠르게 친해지고 그의 이야기를 잘 들어줄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시간들이 존재했을 거라고 봤어요. 카운슬러로서 아오라는 안드로이드, 혹은 이 인물이 더 빠르게 공감하고 그가 저에게 기댈 수 있는 안전한 사람이자 안드로이드로 보이길 바랐고 그런 인물을 그려내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극 중에서 아오가 카운슬러와 있을 때 미나와 있을 때 느낌이 달라질 수 있었던 것 같고요. 미나와 있을 때 어느 순간부터 답답하게 느껴지길 바랐고, 카운슬러와 있을 때는 아오가 그래도 숨을 쉴 수 있길 바랐죠.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Q.  아오와 카운슬러와의 관계는 어떤가. 교감 이상의 감정은 서로에게 없던 걸까?

이상아  공연에서 봤을 때 여자 안드로이드 혹은 남자 안드로이드로 그려졌기 때문에 이성으로서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을 안 할 수는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 이들이 그 관계를 어느 정도까지 가져가야 되나 많은 고민을 했었고 역할을 맡은 배우들과 의견을 나눴었죠. 저는 이들이 서로를 생각하고 있고, 걱정하고 있는 마음이 있다고 봤어요. 그 안에 사랑도 있었죠. 그런데 남자와 여자, 어떤 연인의 사랑이 아니라 친구 혹은 가족 간의 사랑이랄까요. 저는 카운슬러라는 역할로 아오를 바라봤을 때 그의 연인이나 사랑을 주고받는 존재라기보다는 그의 멘토이길 바랐거든요. 그래서 미나 역할로서는 그를 장난감 이상의 존재, 놀잇감 이상의 존재로 바라보지 않았기도 하고요. 그가 있어도, 없어도 상관없는 마음을 가지려고 했어요. 그래서 시로가 안드로이드 아오를 데리고 왔을 때 "네가 동생이 필요한 거라고 했다"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그 이상으로 뭔가 행동하고 생각하려고 하지 않았었죠. 

Q.  만약 본인이라면 안드로이드를 제작하고 싶나.

이상아  저라면 안 샀을 것 같아요. 사실 연습 때부터 이런 이야기를 많이 했었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것 같습니다.(웃음)

Q.  안드로이드 연기에서 어려운 점은?

이상아  앞서 말했던 것과 연결해서 이야기해 보자면 로봇 혹은 안드로이드가 눈물을 흘릴 수 있을 것인가 없을 것인가에 대해서부터 시작해서 그럼 이 안드로이드가 땀을 흘리는가 아닌가도 이야기했었어요. 어떻게 보면 로봇의 개념을 벗어나서 인간과 똑같은 개조 인간? 인조인간을 만드는 단계들이 미래에서 벌어졌고 그 마지막 버전이 아오와 카운슬러가 됐다고 결론을 냈던 것 같아요. 진짜 인간과 똑같지만 생각을 할 수 없는 로봇이 나온 거죠.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로봇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려웠던 점은 땀이 흐르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뒤에서 바쁘게 움직이면서 그런 부분들을 보지 못하게 준비하는 것들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Q.  언젠가 인조인간이 나오지 않을까, 아니면 실제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도 있을 수 있다. 그런 생각을 가끔 하곤 한다.

이상아  언젠가 진짜로 인조인간이 나올 것 같거든요. 생각만 해도 무서워요.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 일상에 한 축이 될 것 같기도 하고요.

Q.  나 대신 일을 해준다고 하면 좋지 않을까.

이상아  저로 생각해 봤을 때 저랑 비슷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사람과도 싸우는데 만약 나랑 똑같이 생겼고 똑같은 생각을 하는 안드로이드 혹은 인조인간이 있다면 그와도 싸우지 않을까요? 서로 꼴뵈기가 싫은 거죠. 부정적인 생각은 하고 싶지 않은데 제가 하고 싶은 일이 있고 하기 싫은 일이 있을 텐데 얘도 저랑 똑같은 생각을 한다면 정말 큰 문제가 될 것 같거든요. 그래서 무섭다는 생각밖에 없습니다. 어딘가에 있을 수도 있지 않냐고요? 저도 생각해 봤거든요. 그런데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저만 아니면 되니까 저는 모른 채로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웃음)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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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극 중에서 나오는 '의식'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

이상아  처음 대본을 읽을 때 '의식'이 대사에서 너무 많이 나오는 거예요. 왜 계속 이들은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을까? 그래서 정말 너무 어려웠어요. 지금도 사실 쉽지는 않은 것 같거든요. 철학적인 부분들도 많고요. 그래서 정말 대본을 계속 읽고 있는 것 같아요. 법정 장면도 그렇고 정신을 차리지 않고 있으면 이 파도 속에 휩쓸려서 길을 잃어버릴 정도로 떠나갈 때가 있거든요. 

Q.  쉽지 않을 것 같다.

이상아  지금도 정신 바짝 차리고 공연하고 있거든요. 진짜 공연을 하는 날이면 대본을 세 번씩 보고 들어가요. 

Q.  퀵턴도 많지 않나.

이상아  저는 일단 무대 뒤로 가는 순간부터 옷을 갈아입거든요.(웃음) 미나로 나왔다가 카운슬러로 나왔다가 계속 왔다 갔다 하면서 옷을 갈아입고 있습니다. 그래도 무대 뒤에서 분장 선생님이 도와주셔서 빠르게 할 수 있고 요즘엔 립스틱도 바르고 물도 마실 정도로 시간이 생겼어요. 

Q.  아오 역의 네 명의 배우들이 있는데 어떤가.

이상아  언제나 하는 말이지만 공연을 하면서 제일 신기하고 재밌는데 같은 대본인데 이렇게 다른 인물들이 그려지고 연기할 수 있는 걸까라는 거거든요. 진짜 다 너무 달라요. 일단 막내인 하람 배우부터 이야기해 보자면 하람이는 진짜 아기가 되거든요. 그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신 시골에 내려가면 있는 아기 강아지요. 보고 있으면 이리 튀고, 저리로 뛰어다니면서 세상을 너무 궁금해하는 에너지 넘치는 아기 강아지 같달까요? 딱 바라보고 있으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저를 쳐다보고 있는데 "이게 그렇게까지 궁금해?"라고 말을 해주고 싶은 그런 아기 강아지처럼 느껴져요. 이어서 찬열 배우 같은 경우에는 그냥 남자예요. 상남자 느낌이랄까요? 확실하고 뜨거운 느낌을 가지고 있는 아오인 것 같아요. 그다음에 태양 배우가 연기하는 아오는 되게 차분한 아오더라고요. 태양 배우가 뭔가 역동적이다기보다는 크게 흔들림 없이 되게 여유가 있는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 연기하는 걸 보면서 저렇게 조용한 사람이 저 역할을 맡아서 저런 감정의 폭을 보여주는구나라고 생각했고 보면서 대단하다 느꼈어요. 마지막으로 재환 배우님은 제가 같이 연기하는 회차가 제일 많은데 막내인 하람 배우와는 다르게 진짜 커다란 강아지 같아요. 그래서 보고 있다 보면 진짜 좋고 순수한 사람이다라는게 딱 보인달까요. 순수한 사람이 순수한 연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손을 딱 맞닿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 정말 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순수함이 폭발합니다.

Q.  그 장면이 안 그래도 눈에 띄었다. 극 중 두 인물이 서로에게 뭔가 교감 혹은 멘토와 멘티의 관계성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이상아  저도 그 장면을 좋아해요. 카운슬러 입장에서 아오라는 안드로이드가 행복했으면 좋겠고 그걸 바라는 장면이거든요. 사실 이들이 하고 있는 싸움이 쉽지 않은 상황이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식을 찾고, 자기만의 싸움을 하고 있고 그 상황에서 저를 만나게 됐기 때문에 그가 그래도 저 스스로를 믿고, 조금은 저를 믿어주고 딛고 걸어갈 수 있길 바라고 있는 장면이기 때문에 되게 집중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장면입니다. 

Q.  카운슬러 역할로서 바라봤을 때 아오가 이 재판에서 이길 거라고 생각했나.

이상아  저는 이길 거라는 확신보다는 이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을 거라고 봤어요. 이번 작품에서는 아오가 주인공으로 나오지만 카운슬러 입장에서 아오 이전에 많은 안드로이드를 만나고 어떤 사건사고들이 이어져왔을 거예요. 극 중에서도 노래할 때 주인에게 쫓기는 등의 이야기가 나오긴 하는데 그런 일들이 있다 보니까 자기 스스로의 모습을 아오에게서 봤을 것 같았다랄까요. 그리고 아오라는 새로운 인물이 인간의 법정에 서게 됐고, 그의 이야기가 어떤 선례를 남길 수만 있다면 그 뒤로 또 다른 변화의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거란 믿음 어떤 희망 같은 게 생겼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아오가 잘 버텼으면 좋겠다. 그의 촛불이 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을 가지고 아오를 바라보죠. 그래서 마지막에 아오가 하는 말이 안드로이드지만 카운슬러의 가슴 깊이,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 아픔 혹은 절망 같은 절절한 감정을 느끼고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소설 속 엔딩과는 다르지만 그래서 공연을 하면서 더 마음 아픈 것 같았어요.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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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같은 배역을 맡은 이서영 배우와 많은 대화를 나눴을 것 같다.

이상아  연습하면서도 많이 보고 대화를 많이 나누고 캐릭터를 만들어갔는데 본 공연 올라가고 모니터링해 보니까 또 되게 다른 인물이 나오더라고요. 미나 자체가 훨씬 더 귀엽게 그려졌던 것 같아요. 그리고 법정에서 나오는 모습이 되게 여린 모습들이 보이는 것 같아서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었어요. 카운슬러 같은 경우에는 저보다 훨씬 더 감정적인 인물로 보이더라고요. 

Q.  해석의 여지를 줬던 걸까.

이상아  준비 과정에서 많은 부분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해보고 싶은 부분들을 해볼 수 있게 도와주셨었어요. 아닌 건 아니다 말해주시고 좋은 부분들은 가져갈 수 있게 해주셨죠. 

Q.  어떻게 보면 창작 초연의 메리트가 이런 게 아닐까. 

이상아  많이 부족하고 정말 힘들지만 그래도 많은 분들이 기억해 주신다는 생각을 하면 힘이 나는 것 같아요. 

Q.  한시로 역에 김승용 배우와 선한국 배우는 어떤가. 

이상아  둘 다 엄청 달라요. 일단 키부터 다르죠?(웃음) 사실 두 배우님이 연기하는 것과 관련해서 정확하게 어떤 부분들이 어떻고, 저런 부분들은 저렇게 다르다고 이야기할 수 없지만 한국 배우님이 연기하는 시로는 뭔가 아기 같은 느낌이 들어요. 생각해 보니 승용 배우님도 되게 귀엽고 애교가 엄청 많으셔서 비슷한 것 같기도 하네요? 뭔가 한국 배우님은 그래도 이렇게 애교 부리는 게 너무 어울리는데, 승용 배우님은 정말 애굣덩어리 연기를 하는데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질 때가 있더라고요. 처음 봤을 때 정말 상남자인 줄 알았었거든요. 그런데 반전 매력이 있으시더라고요. 춤도 정말 잘 추세요.

Q.  춤은 잘 추는 편일까.

이상아  저요? 저는 춤추는 걸 좋아합니다.(웃음) 그런데 안 시켜줘요.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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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호윤표 역의 배우들은 어떤가. 극에서는 비중이 높아 보이진 않았던 것 같은데 원작에선 중요한 인물로 그려졌다고 들었다.

이상아  원작 소설 자체가 호윤표 변호사님의 시각으로 진행되거든요. 그런데 작품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조금 인물의 서사나 중요도가 바뀌게 된 거죠. 제가 봤을 때 조금 아쉬운 부분이긴 하지만 그래도 워낙 윤표 역의 배우님들이 무게감 있게 중간에서 딱 잡아주는 게 있어서 다들 믿고 따라가고 있지 않나 싶어요. 오빠들이 진짜 고생을 많이 했거든요. 저도 이런 창작 초연 작품은 처음이다 보니 대본 보기도 바빴는데 오빠들이 먼저 나서서 이끌어주는 부분들이 있어서 진짜 든든했었습니다. 

Q.  창작극과 라이선스 작품 간의 차이점을 느낀 게 있을까.

이상아  작품들을 맡게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중요한건 '참고할 것이 있는가'인 것 같아요. 라이선스 작품들 같은 경우에는 하나하나 장면부터 연기, 손짓까지 정해져있다면 창작극 같은 경우에는 또 만들어가고, 어렵지만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그런 재미가 있는 것 같더라고요. 

Q.  본 공연 혹은 연습 중에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 

이상아  저는 개인적으로 연습할 때가 많이 기억나요. 재판 장면에서 호윤표 변호사나 서인구 변호사의 대립 장면에서 대사가 정말 많거든요. 재판 장면도 한두 장면이 아니라 여러 장면들 사이사이 들어가 있다 보니까 대사가 엄청 어려워요. 그리고 가장 어려운게 그 대사들이 평범한 대사가 아니라 '원고, 피고인' 같이 법률 용어를 비롯해서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들어가 있어서 티키타카가 정말 중요하거든요. 어느 날이었는지 모르겠는데 티키타카 하고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볼 때가 있었는데 누가 틀렸는지는 모르겠는데 항상 듣는게 있다 보니까 누가 틀리면 딱 느껴지거든요. 그럼 저랑 아오가 뒤에 앉아서 속으로 웃기 시작해요. 일단 안드로이드다 보니까 감정이나 표정을 보이면 안 된다는 생각에 속으로 웃음을 터트리곤 했습니다. 본 공연에서는 그런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어요. 항상 긴장한 상태로 들어가기도 하고 틀리면 안 된다는 생각에 대본을 읽고 나가거든요. 대사와의 싸움인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은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 평소에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들이 많이 나오다 보니 쉽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저보다 변호사 두 분이 열심히 해줬기 때문에 여기가 무대 위에서 재판장으로 변했다는 걸 관객분들이 인지할 수 있을 만큼 피 터지게 연기하고 말하고 있기 때문에 다시 한번 대단함을 느끼고 감사한 마음을 갖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진짜 엄청 고생하셨어요.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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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마지막으로 공연을 보러 올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상아  친구가 공연을 보러 와서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공연인 것 같다고요. 저는 그런 작품이 좋고 재밌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생각이던 공연을 보고 혹은 배우들의 연기를 보고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게 좋은 것 같고 어떤 분이라도 극 중에 나오는 인물들의 생각 혹은 의식에 대해서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보고 인터넷에서 검색을 한 번이라도 하게 된다면 정말 좋을 거란 생각이 들고 여러 생각들을 할 수 있는 공연이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Q.  그럼 내가 나오는 회차를 봐야 할 이유가 있다면?

이상아  제가 여태까지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역할입니다.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고 무대에 오른 순간부터 지금까지 똑같다고는 볼 수 없지만 그래도 대부분 되게 밝고 어린 느낌의 역할들을 맡아왔었거든요. 물론 각 인물들 간의 디테일은 달랐지만요. 그런데 이번 작품은 완전히 다른 결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거든요. 정말 어른이기도 하고 시니컬한 느낌이 드는 인물들이 나와요. 그래서 그게 저의 새로운 모습, 저의 가장 큰 메리트가 있는 작품이자 배역이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안 해봤던 캐릭터였고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저의 새로운 모습, 새로운 얼굴이 궁금하시다면 공연장을 꼭 찾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그러고 보니 아오 역할이 꼭 남자여야 될 필요가 없어 보였다. 어떤가.

이상아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하긴 했었거든요. 성별이 없는 것도 되게 잘 어울린다고 생각을 했었고, 극 중에 나오는 어떤 성과 관련된 능력을 제외하고 충분히 맡을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만약 시켜주신다면 열심히 연기하겠습니다.(웃음) 

Q.  마지막에 마지막으로, 올해의 나를 자평해 보자면? 올해의 나에게 몇 점을 주고 싶나.

이상아  저요? 저는 음... 63점 정도요? 

Q.  너무 점수가 짠 거 아닐까? 그래도 꾸준히 작업을 이어왔는데

이상아  그런가요? 그래고 아닌 것 같아요. 적당한 점수인 것 같습니다. 열심히 했으나 만족스럽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제 자신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싶지 않아요. 그래야 저 스스로 더 발전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저 스스로에게 말하고 싶어요. "아직 넌 갈 길이 멀다 상아야"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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