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배터리 '강자'?…줄 잇는 리콜로 곤혹
LG엔솔, 배터리 '강자'?…줄 잇는 리콜로 곤혹
  • 한상설 기자
  • 승인 2022.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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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서도 가정용ESS 배터리 불 날 수도 있다며 리콜 조치
앞서 미국 소비자위원회, 화재 위험 들어 1만1500대 리콜
작년 볼트 EV도 세 차례 리콜…안정성 높일 기술개발 시급
미국서 가정용 배터리 화재 위험에 1만여대 리콜 이어 1 발생

LG에너지솔루션 전기차 배터리를 포함한 가정용 ESS(에너지저장장치)에서 화재 발생위험에 따른 리콜이 이어지면서 품질 리스크가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현대차 코나 전기차, 제너럴모터스(GM) 볼트 EV, 국내외 ESS 등에서 리콜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미국 가정용 ESS 리콜 대상 물량이 지난해 말보다 5배 이상 확대되면서 품질 리스크는 더욱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LG엔솔의 배터리 품질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데 대해 이는 제조 기술의 결함으로 보인다면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23일 외신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호주 공정거래위원회(ACCC)는 LG엔솔이 생산한 태양광연계형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천여개에서 결함이 발견돼 과열에 따른 화재위험이 있다고 판단, 소비자보호 차원에서 리콜을 단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리콜은 2017년 3월부터 2018년 9월 사이에 생산된 가정용 ESS 제품이다. 화재위험이 있는 개수는 총 7300여개로 추정된다.이번 조치로 현재까지 약 2900여개의 가정용 ESS가 교체된 것으로 전해졌다.

ACCC는 이들 제품에서 화재발생위험과 관련 지난 2019년 10월 이후 호주에서 사람이 부상당한 사건과 재산 피해 3건을 포함해 총 9건의 사건을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ACCC측은 “이번 문제는 LG 시스템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서 “LG 셀을 사용하는 SolaX, Opal, Redback, Red Earth 등 타사 시스템 역시 화재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미국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는 지난 4일(현지시간) LG엔솔 가정용 ESS 'RESU 10H' 배터리에서 5건의 화재 발생 신고가 접수된 것과 관련해 1만 규모의 리콜(코드 21-175) 명령을 내렸다. RESU 10H는 400볼트(V)의 고전압에 최대 9.8KWh 저장용량을 갖춘 가정용 ESS배터리 모델로, 리콜 대상은 2017년 1월부터 2019년 4월까지 판매된 제품이다.

지난해 12월16일(현지시간)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에 올라온 LG에너지솔루션 에너지저장장치(ESS) 리콜 관련 보고서. (자료=CPSC 홈페이지 캡처)
지난해 12월16일(현지시간)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에 올라온 LG에너지솔루션 에너지저장장치(ESS) 리콜 관련 보고서. (자료=CPSC 홈페이지 캡처)

CPSC는 이번 리콜 대상 제품이 지난해 이미 리콜이 이뤄졌던 제품이라고 밝혔다. LG엔솔은 지난해 12월 화재 우려로 RESU 10H 제품 약 1815대에 대한 리콜(코드 21-055)을 실시한 바 있다. 이번 리콜 대상 범위는 첫 리콜이 실시된지 8개월 만에 5배 이상으로 확대된 것이다.

이는 그동안 생산된 제품에 화재 발생 위험이 있는 품질결함 제품이 예상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당시 리콜 대상 제품은 2017년 1월부터 2019년 3월 사이 판매된 제품이다. CPSC는 이번 리콜과 관련해 LG엔솔 ESS 배터리가 과열됐을 때 화재 발생 및 유해한 연기 방출의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LG엔솔 미시간 법인은 이번 리콜 명령에 따라 제품 무상 교체를 진행하면서 소비자들이 새로운 배터리를 교체할 때까지 과열에 따른 리스크를 줄일 수 있도록 대비책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LG엔솔은 지난 5월 국내외 ESS에 대한 자발적 리콜 계획을 내놨다. ESS 화재 원인에 대한 정밀 분석 실시한 결과 중국 남경공장에서 초기 생산된 ESS 전용 전극에서 일부 공정 문제로 인한 잠재적인 리스크가 발견됐고, 해당 리스크가 가혹한 외부환경과 결합되면 화재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교체 대상은 2017년 4월부터 2018년 9월까지 ESS배터리 전용 생산라인에서 생산된 ESS용 배터리다.

LG엔솔은 지난해에도 품질 결함에 따른 리콜로 곤혹을 치뤘다. LG에너지솔루션은 1조 원 규모 현대차 코나 BSA(고전압배터리시스템) 교체 리콜을 실시했다. 지난 2017년 4월부터 2018년 9월 중국에서 생산된 ESS(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 교체했다. 여기에 4000억원의 비용이 들어간 추산된다. 여기에 GM의 볼트 리콜까지 추가됐다.

지난해 LG엔솔의 GM 볼트 리콜은 이미 세 번째였다. 지난해 11월과 올해 4월 두 차례에 걸쳐 리콜을 진행했다. 11월에는 배터리 충전량을 90%로 제한하도록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시행했고, 4월에는 배터리 모듈 기능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100%까지 충전이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최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마친 볼트EV에서 또 다시 화재가 발생하면서 화재 원인 재조사에 나섰고, 배터리 조립 과정의 문제로 밝혀지면서 추가 리콜을 결정했다. 두 번의 리콜을 거친 후, 결국 배터리 모듈 제작 과정상의 문제로 확인된 셈이다.

LG엔솔은 지난 리콜로 거액의 비용을 지출했다. LG엔솔이 지난해 리콜 이슈로 지출한 비용은 지난해 상반기 영업익(1조1560억원)을 훌쩍 초과한 약 1조4700억원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 세부적으로는 △코나EV 리콜 9800억원(총 1조4000억원 중 30% 현대차 부담) △국내외 ESS 리콜 4000억원 △GM 2차 리콜 910억원(미확정) 등이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LG엔솔은 국내 1위·세계 2위로 업계를 선도하고 있지만 배터리 품질 논란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리콜은 배터리 화재 발생 위험을 차단하기 위한 회사 차원의 선제적 조치이나, 전기차 배터리에서 ESS까지 리콜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LG엔솔 배터리 안전성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엔솔이 "배터리의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 개발과 원인 규명 노력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교수는 "화재 원인 분석 접근과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데 있어 단순 조직 확대나 인력 보강 차원을 넘어 기술의 문제인지 사람의 문제인지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배터리 전기차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기에 '리콜의 엔솔'이란 오명이 고착화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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