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모딜리아니' 금조, "삶의 변화 큰 해, 의미 있는 작품 만나"
[인터뷰] '모딜리아니' 금조, "삶의 변화 큰 해, 의미 있는 작품 만나"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2.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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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2관에서 공연 중인 창작뮤지컬 <모딜리아니>와 <에곤 실레>가 마지막 공연을 향해 순항 중이다.

공연제작사 HJ컬쳐의 연작 화가시리즈이자, 창작뮤지컬 <모딜리아니>와 <에곤 실레>는 실존했던 화가 모딜리아니와 에곤 실레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각각 60여분의 러닝타임으로 같은 공연장에서 연달아 진행하며,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은 두 작품 모두를 한 번에 관람하거나 두 작품 중 원하는 작품만 선택해서 관람할 수 있다.

자신의 그림이 비난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영혼을 담아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완성했던 화가 모딜리아니와 인간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그려내며 화재를 모았던 천재 화가 에곤 실레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본지는 이번 작품에 참여한 배우 금조를 만났다. 다음은 그와나눈 일문일답으로 공연과 관련된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음을 밝힌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Q.  반갑다. 1년 만이다. 지난 인터뷰 때 올해의 나에게 자만하지 말라고 말했었는데, 올해의 나를 돌아보자면 지난해 말했던 것처럼 자만하지 않았던 삶을 살았나?

금조   안녕하세요. 안 그래도 제가 재작년부터 자만하지 말라고 해서 작년에 제가 그 말을 왜 했을까요라고 했었는데 마지막에 2022년의 나도 자만하지 말자고 말을 했었네요. 지금 생각해 봐도 작년에 제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이해가 안 됩니다.(웃음) 당연히 자만은 하지 않았습니다. 아 그리고 제가 다이어트를 하고 싶다고 했고 운동도 하겠다고 했었는데 다시 한번 말조심을 해야 된다는 걸 깨달은 순간입니다. 뭔가 확신에 차서 말을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튼 다이어트는 실패를 했고, 결혼을 했습니다. 결혼을 했는데도 다이어트는 안 했어요.(웃음) 앞으로도 인생에 다이어트를 안 할 것 같습니다. 그냥 행복한 돼지로 살기로 했어요. 그래도 뭔가 다이어트를 위한 운동이라기보다는 필라테스를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저랑 잘 맞아서 필라테스는 조금 해보고 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 정적인 운동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한번 해보니 생각보다 정적이지도 않고 오히려 되게 재미있더라고요. 그래서 작년에 말했던 다짐들 중에서 유일하게 정직하게 지켰다 하는 건 운동을 한 겁니다.(웃음) 

Q.  삶에서 많은 변화가 생긴 한 해 였을 것 같다.

금조   저는 변화라고 생각하진 않거든요. 주변에서 기분이 어떠냐고 많이 물어보는데 저는 사실 크게 변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 몰라서 머쓱할 때가 있어요. 나중에 아이를 갖게 된다면 삶의 큰 변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하는데 지금은 그런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냥 제가 살아온 삶을 그대로 잘 살아가고 있어요.

Q.  아이를 갖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나.

금조   일단 지금 저희는 아이를 안낳을거예요. 따로 생각을 안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언젠가 또 지금의 이 말을 후회하는 때가 있을 것 같기도해요. 그럼 지금 이 인터뷰가 생각나겠죠?(웃음)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Q.  이번 작품은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금조   <모딜리아니>와 <에곤 실레>의 작곡가님이 저한테 먼저 이야기를 해주셨었어요. 2020년 '데뷔를 데뷔하라' 리딩 쇼케이스 중에서 제가 작곡가님의 작품에 참여해서 리딩 공연을 올렸었던 적이 있었거든요. 그 인연이 이번 작품까지 이어지게 됐습니다.

Q.  대본을 봤을 때 어떤 작품이 될 것 같았나. 예상이 안됐을 것 같다.

금조   작품 자체의 결은 제가 해오거나 봐왔던 결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었던 것 같아요. 다만 형식이 너무 독특해서 개인적으로 재미있겠다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공연을 챙겨보곤 하는데 가끔 1시간 40분이라는 시간이 길다고 느낄 때가 있는데 이 작품은 시간이 정해져 있다 보니까 공연을 보는 관객분들 입장에서 집중하고 재밌게 볼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실제로 좋은 평을 해주시고 계시고요. 

Q.  쉬웠던 부분은

금조   쉬웠던 건 정말 하나도 없었어요. 우리 두 작품 같은 경우에 아무래도 한 명의 주인공이 극을 이끌어가는 원톱의 느낌이 있었고 제가 맡은 역할 그리고 싱어가 그의 인생, 그의 일생을 받쳐주는 인물들로 나오고 있거든요. 저는 사실 제가 맡은 역할에 배역 이름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저희들도 여자 싱어라고 생각을 하고 공연에 임하고 있습니다.(웃음) 그러다 보니 저나 싱어가 극의 흐름에 있어서 크게 튀거나 시선을 사로잡고 끌고 가는 게 아니다 보니까 더 어려웠었어요. 감정선을 따라가는 데 있어서 생략되는 부분들도 있고, 극의 러닝타임이 짧다 보니 주인공의 서사를 챙겨도 부족할 때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극의 흐름을 끊지 않는 선에서 싱어들이 가져가야 할 서사 혹은 포인트가 되는 장면들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걸렸어요. 짧게 나온다고 하지만 그냥 들러리가 아니라 그 장면에서 나오는 인물들이 현실적이고 관객들의 입장에서도 보면서 쉽게 납득이 가길 바랐거든요. 그래서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걸 정리하는데 많은 시간이 들었고 특히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Q.  제일 어려웠던 건 아무래도 짧은 공연시간 속에서 보여야 하는 감정선이 아닐까 싶었다.

금조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모딜리아니> 속에 잔 역할 같은 경우에는 되게 단단하고 주체적인 여성처럼 표현되는 것처럼 보였고, <에곤 실레>의 발리는 되게 가볍고 발랄한 아이처럼 보였었어요. 그런데 실제 인물에 대해서 공부를 하고 대본 속 인물들에 집중해서 파헤칠수록 잔이라는 인물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유약하고 자주적이지 못했던 인물처럼 보였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고 발리라는 인물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되게 단단한 사람이구나라는 걸 느꼈어요. 잔이라는 인물은 편견 속에 지쳐있었고, 세상을 바꾸고 싶어 했지만 바꾸지 못했죠. 그리고 그 또한 화가였지만 세상에서 그는 화가 잔으로 기억되지 못했고, 모딜리아니의 연인이자 모델 속 인물로만 기억되는 것처럼 뭔가 안타까움이 많은 인물이었어요. 실제로 그는 모딜리아니의 죽음을 알게 된 이후에 그를 뒤따라 가게 되는데 안타까운 부분들이 많았어요. 저라는 인간으로서 만약 그가 이 모든 걸 예술로서 승화시켜서 그림으로 담아 작품으로 남겼다면,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고 단단하게 그만의 삶을 살아갔다면 한 명의 작가로 기억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었어요. 발리 같은 경우에는 반대로 뭔가 막히는 상황에서 그 스스로 생각하고 뛰쳐나올 수 있을 만큼 굴레를 깰 수 있는 사람이에요. 발리 같은 경우에는 극 중에서는 표현되지 않지만 에곤 실레가 다른 사람과 결혼하고 그녀 몰래 여행 다니고 싶다는 말을 듣고 바로 그를 차버린 것처럼 멋있고 단단한 여성이었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다 보여줄 순 없겠지만 짧게나마라도 그런 모습들이 보이길 바라고 준비했던 것 같아요.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Q.  창작극을 많이 해왔었는데, 어떤 매력이 있는 걸까? 

금조   사실 창작극밖에 안 해봐서 창작극이랑 다른 작품들의 차이를 잘 모르겠어요. 비교할게 없다 보니까요.(웃음) 제가 연기하는게 편한 건지 아닌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창작극의 큰 장점이란 건 배우와 창작진간의 소통이 쉽고 자유롭다는게 아닐까 싶어요. 저는 배우의 해석도 좋지만 창작진이 그려내거나 써놓은 캐릭터를 표현해주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게 그려내면서도 제가 할 수 있는 생각이나 해석을 작업을 하면서 조금씩 표현할 수 있고 그런 부분들을 허용해 주는 게 있어서 재미있게 작업을 하는 것 같습니다.

Q.  캐릭터를 어떻게 구축하는 편인가.

금조   저는 혼자서 생각하는 것보다는 연출님이나 작가님한테 가서 "이런 부분들에서 어떻게 생각을 하고 있는건가요"라며 물어보고 어떻게 해도 되는지, 어떤 방식으로 표현을 하거나 연기를 해야하는지 허락을 받거나 대화를 해서 만들어나가는 편인 것 같아요. 

Q.  어떻게 보면 라이선스극들도 잘 맞을 것 같다. 라이선스 작품 같은 경우에는 연기나 포지셔닝, 손짓까지도 정해진 대로 해야 하니 말이다.

금조   아이돌이 그렇잖아요. 제가 사실 처음 공연을 시작했을때 제일 어려웠던게 그거였어요. 한 장면에서 손을 뻗는 장면이 있었어요. 그런데 다들 손을 그냥 자유자재로 뻗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쭉 뻗어야 되나요? 아니면 그냥 펼쳐서 뻗으면 되나요"라고 물어보니까 다들 웃으셨었어요. 그냥 이렇게 하면 된다고 하는데 누구는 손끝까지 펼치고 누구는 살짝 구부리고 펴는데 이걸 어디에 맞춰야 하는지 너무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사실 처음 시작할 때 질문을 정말 엄청 많이 했었어요. 지금은 그렇게까지는 안 해도 되는구나, 적당히 눈치 보면서 넘어가고 있는데 아직도 보이는 게 있어요.(웃음) 라이선스 작품들 같은 경우에는 또 다 지킨다고 하잖아요. 진짜 손짓 하나하나까지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또 이런 걸 다 지켜야 된다고 하면 할 수는 있겠지만 조금 답답할 것 같기도 해요.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Q.  이번 작품에서 같은 배역에 두 명의 배우가 함께하고 있는데 대화를 많이 나눴을까

금조   연습 과정에서부터 셋이서 이야기를 정말 많이 나눴었어요. 본 공연까지고 그랬는데 작업을 하고 있다 보니까 정말 같은 역할이지만 조금씩 자기만의 결이 나오는 것 같더라고요. 해석을 다르게 하지는 않았지만 각자 배우들만의 매력들이 담겨서 나오는 것 같았어요. 뭐가 어떻게 다른지는 공연을 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웃음) 다들 큰 틀은 같은데 정말 각자 배우들이 가지고 있는 매력들만 달라요. 극장에서 확인해 주세요!

Q.  작업 준비 과정에서 화가들의 그림들을 봤었을 텐데 기억에 남는 그림들이 있을까

금조   저는 개인적으로 모딜리아니의 작품들보다 잔 에뷔테른의 그림들이 훨씬 멋있었어요. 그래서 모딜리아니는 유명한 화가였고, 그녀는 그의 아내로만 기억되는가에 대해서 아쉬움이 많았었죠. 그의 연인이기도 하지만 그녀 또한 한 명의 화가였고 예술가였었거든요. 그래서 잔이 만약에 죽음이라는 선택을 하지 않고 그가 가지고 있는 상황이나 감정을 그림으로 그려냈으면 우리는 또 한 명의 새로운 화가를 만났을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오히려 힘들었던 시대와 상황 속에서 그만의 예술성이 더 꽃피우지 않았을까, 화가로서 인정을 받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란 생각을 했었습니다.

Q.  모딜리아니와 에곤 실레 역의 네 명의 배우들이 있는데 각자 이미지화해보자면?

금조   일단 준영 배우님은 제가 생각했을 때 제일 유약한 모딜리아니였어요. 폐병이 안 들었어도 힘든 상황 속에서 힘들게 죽어갔을 것 같았죠. 그래서 개인적으로 되게 신선하게 다가왔고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민수 배우님 같은 경우에는 반대로 <블러디 사일런스>란 전작에서도 만났었는데 이번 작품에선 전작과 다르게 생명력을 잃어버린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 안에 자세히 보면 심장이 쿵쾅거리고 있달까요. 잠재되어 있는 어떤 생명력이라는 걸 보여주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되게 묘한 것 같아요. 민수 배우님 같은 경우에는 모딜리아니가 폐병이 안 걸렸으면 잘 살아갔을 것 같아요. 그냥 너무 잘 살아서 자기가 표현하고자 하는 그림을 잘 그렸겠죠. 성태 배우 같은 경우에는 이번에 처음 만났는데 제일 많이 잔을 사랑해 주는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폐병도 피폐한 정신도 아닌 잔을 잃어서 죽은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마지막으로 승우 배우님 같은 경우에는 공연에 늦게 합류하다 보니 연습 때 만나고 그 뒤로 몇 번 못 만났거든요. 그래서 아직은 어떤 인물인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뭔가 정의를 내리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어쩌다 보니 모든 모딜리아니의 죽음만 이야기한 것 같네요. 저는 같이 연기하는 입장에서 이런 차이점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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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좋아하는 곡이나 장면이 있다면?

금조   저는 꼭 봐야 되는 장면이 '도시의 밤'이요. 저랑 전혀 상관없는 곡이긴 한데 모딜리아니 혼자서 쓰러져서 부르는 곡이거든요. 개인적으로 제가 제일 좋아하기도 하고 그 장면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아파질 정도로 좋은 넘버예요.

Q.  남은 기간 동안 해결하고 싶은 부분? 그리고 공연을 아직 보지 못한 관객들과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

금조   개인적으로 안 아팠으면 좋겠습니다. 3개월째 기침을 하고 있거든요. 개인적으로 스케줄을 바꾸거나 하고 싶지는 않은데 최근에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서 스케줄을 바꿨던 적이 있어요. 너무 아쉽기도 하고 죄송하더라고요. 그래서 안 아팠으면 좋겠습니다. 끝까지 잘 해내고 싶어요. 감기냐고요? 저도 처음에는 감기인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아서 병원에 가서 검사를 했어요. 부비동염이라고 하더라고요. 컨디션이 안 좋으면 심해지는 것 같아요. 무대에 서야 되는데 서지 못하니까 그게 너무 죄송하고 자괴감이 들었었어요. 마지막까지 걱정 없이 제대로 무대에 오르고 공연을 마치고 싶습니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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