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전세시장…'깡통전세' 증가 속 전월세거래 폭증
요동치는 전세시장…'깡통전세' 증가 속 전월세거래 폭증
  • 한상설 기자
  • 승인 2022.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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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빌라경매에서 보증금이 감정가 초과빌라 40% 증가
임대차 거래 예년보다 5배 폭증…'상투 피하자'심리 작용

집값 하락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전월세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보증금이 감정가를 웃도는 깡통전세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현 집값 수준에서 집을 사면 상투를 잡는다는 판단아래 전월세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급증하는 추세를 보여 거래절벽은 앞으로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18일 지지옥션 자료를 보면 집값 하락과 더불어 전셋값도 내리막길이면서 서울 지역에서 경매신청 된 빌라 중 세입자 보증금이 감정가를 웃도는 경매 건수가 1년 전보다 40%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매을 진행해 빌라를 처분해도 세입자는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온전히 챙길수 없다는 예기다. 경매시장에서 주택 경기 침체로 인한 역전세·깡통주택 확산세가 심상치 않음을 읽을 수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세입자의 임차보증금이 감정가보다 더 높은 경매 건수는 2020년 58건에서 2021년 94건으로 증가한 뒤 올해 11월까지 132건으로 지난해보다 40% 증가했다. 2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급증세다. 특히 최근 3년 동안 월별 건수 면에서 올해 11월 39건은 최대치를 기록했다.

경매시장에서 깡통 빌라의 증가는 지속적인 집값하락에서 비롯된다. 집주인이 전세가가 매매가를 웃도는 빌라를 산후 세를 줬는데 집값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면서 구입한 빌라는 바로 깡통전세로 전락하게 된다. 전세를 끼고 산 투자자들은 새로운 세입자를 구해 보증금을 내줘야 하는데 전셋값이 하락하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게 되면서 경매시장에 깡통 빌라가 늘어나고 있다.

서울 전세시장에서 집값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깡통전세가 증가하는 가운에 상투를 피하자는 임대차 거래가 급증하고 있다.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에 전·월세 매물 정보가 표시되어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전세시장에서 집값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깡통전세가 증가하는 가운에 상투를 피하자는 임대차 거래가 급증하고 있다.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에 전·월세 매물 정보가 표시되어 있다. (사진=뉴시스)

실제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울며 겨자 먹기로 강제경매를 신청하는 임차인이 늘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7~10월 전국에서 임차인·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신청한 강제경매 건수는 총 598건이다.

또 집값이 떨어지면서 빌라 감정가도 낮아지는 가운데 경매로 나온 매물을 사는 빌라 낙찰률도 하락하고 있다. 빌라의 경우 집값 하락기에는 아파트보다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경매시장에서 더 외면받는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10월 서울에서 진행된 591건의 빌라 경매 물건 가운데 낙찰된 물건은 71건에 그쳐 낙찰률 12.0%를 기록했다.

이는 지지옥션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1년 1월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통상 유찰될때마다 최저 입찰가가 20%씩 낮아지기 때문에 세입자가 돌려받을 수 있는 보증금은 유찰이 거듭될수록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지지옥션 이주현 선임연구원은 "매매와 전세가 함께 내리는 부동산 시장 침체기에는 깡통주택이 늘며 강제경매 신청 건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집값하락으로 거래 절벽이 심화하는 가운데 전월세 거래량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해마다 1만 건 수준 수준으로 늘었던 임대차 거래는 올해 5만 건으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지금 고가에 집을 샀다가는 집값 하락으로 큰 손해를 볼 수 있다고 판단한 수요자들이 집을 사기보다는 일단 세를 살면서 시장을 지켜보겠다고 판단으로 보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9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는 총 9818건으로 2017년(8만2112건) 대비 약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빌라(다세대·연립) 거래량도 4만1275건에서 2만5663건으로 40%가량 축소됐다. 반면 전·월세 계약은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아파트·빌라 임대차 거래는 18만3703건에서 29만3531건으로 59.78%나 급증했다.

서울 전월세 거래는 지난 5년간 매년(1~9월 기준) △2017~2018년 6388건 △2018~2019년 1만4008건 △2019~2020년 2만9113건 △2020~2021년 1만1106건으로 1만 건 안팎의 증가 폭을 보였지만, 올해는 예년에 비해 더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근래 증가 폭이 가장 컸던 2019~2020년에도 전·월세 거래량은 20만4099건에서 23만3212건으로 2만9113건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올해는 지난해와 비교해 전·월세 거래량이 4만9213건 확대됐다. 작년과 비교하면 5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임대차 수요 증가는 가구 수 증가에 최근 시장 영향까지 겹친 것으로 풀이된다"며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고 집값 고점 인식까지 확대되면서 전·월세에 안주해 시장을 관망하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얼어붙은 매매 거래가 늘어나는 시점까지는 당분간 이러한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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