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우 실록소설] 대호(大虎) 김종서 (4)
[이상우 실록소설] 대호(大虎) 김종서 (4)
  • 이상우 언론인·소설가
  • 승인 2022.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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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서가 메고 다니는 활은 세종 임금이 직접 하사한 것이었다. 

김종서는 몇 년 전 강원도에 암행어사로 간 일이 있었다. 강원도 감사는 풍년이 들었으니 조세를 더 거두어야 한다고 했으나, 농민들은 흉년이 들어 굶고 있는데 무슨 세금이냐며 반발하는 상소를 빗발치게 조정으로 올려 보냈다. 세종 임금은 이 상반된 상황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가장 신임하는 관원인 김종서를 행대감찰(종6품)의 임무를 주고 강원도에 밀파했다.

현장에 간 김종서는 감사의 비리를 낱낱이 밝히고 농민들의 비참한 실상을 임금에게 보고했다. 세종 임금은 감사를 한성으로 소환하고 농민들의 조세를 면제해 주었다. 

일이 끝난 뒤 세종 임금이 김종서를 불렀다.

“그대가 이번 일을 공정하게 밝힌 덕분에 많은 불쌍한 백성들을 살렸소. 과인이 활 한 자루와 전통을 줄 터이니 이것을 항상 메고 다니시오.”

세종 임금은 김종서 보다 아홉 살이 젊었다. 선왕 시절부터 관직에 있어온 김종서를 깎뜻이 대했다.

“황공하옵니다. 그런데 마마. 제가 무신도 아닌데 웬 활입니까? 이것을 무엇에 쓰라는 분부이신지요?”

김종서는 원래 문과에 급제하여 보직도 문관의 자리를 맡고 있기 때문에 무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것을 항상 차고 다니다가 짐승이 나오면 쏘도록 하시오!”

세종 임금이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옛? 짐승이 나오면 쏘라 하셨습니까?”

“그렇소.”

“대궐에 무슨 짐승이 나옵니까?”

“하하하. 대궐에도 장차 짐승이 많이 나올 것이오.”

김종서는 세종 임금의 뜻이 무엇인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그러나 임금의 명이니 어쩔 수 없이 활과 전통을 메고 다녔다. 

홍득희와 홍석이를 데리고 경원으로 돌아온 김종서는 문자 학습소로 갔다. 문자 학습소란 여진족과 돌궐족, 몽골족 등의 어린이를 모아서 변경 민족의 언어와 문자에 대한 연구를 하는 김종서의 사설 서원 같은 곳이었다.

“너희들도 틈을 내 한자 공부를 하여라. 여진족 아이들도 여럿 있으니 심심치는 않을 것이다. 더구나 득희는 여진 말을 잘 하니까 나한테도 도움이 될 것이다.”

“고맙습니다, 선비님.”

김종서의 기대대로 홍득희는 영특했다. 김종서가 알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금방 알아차리고 경원 일대에 흩어져 있는 여진 문자로 된 옛날 비석이 있는 곳을 알아내어 여러 군데를 알려 주었다. 

무술에도 뛰어나 같은 또래의 남자 아이들을 능가했다. 말을 타는 솜씨가 좋아서 여진족 어른을 앞지를 정도였으며, 활을 잘 쏘아 사냥을 나가면 김종서보다 수확이 더 많았다. 무엇보다 몸이 날래서 김종서로서는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득희야, 너는 장차 무엇이 되고 싶으냐?”

김종서가 진지하게 물었다.

“장군이 되고 싶어요.”

득희의 말에 옆에 있던 여진족 사내아이가 타박을 주었다. 

“계집아이가 무슨 장군이냐. 시집가서 살림 잘 하는 게 최고지.”

“싫어. 나는 장군이 될 거야.” 

홍득희가 정색을 하고 쏘아보자 여진족 사내아이는 주춤하고 물러섰다.

 

그때였다. 말을 탄 병사 10여 명이 김종서의 학습소로 달려왔다.

“여기 한성서 왔다는 놈 어디 있느냐?”

맨 앞에 선 병사가 험악한 얼굴로 큰 소리를 질렀다. 병사들의 인솔자인 듯했다.

“나를 찾는 것 같은데...”

김종서가 앞으로 나섰다. 5척 단구에 허술한 복장의 김종서는 볼품이 없어 보였다.

“네놈은 한성서 무엇을 하는 놈인데 이 변경으로 와서 국경 수비를 방해하느냐?”

앞장선 병사가 말에서 내리지도 않고 거드름을 피우며 물었다.  

“나는 한성 사헌부에서 어명을 받고 온 김종서요. 당신은 누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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