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시장 ‘급속냉각’…계약포기 속출 속 매수세 '실종'
아파트 분양시장 ‘급속냉각’…계약포기 속출 속 매수세 '실종'
  • 한상설 기자
  • 승인 2022.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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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아파트 당첨 후 계약 포기 2.7배 증가
급매물 쏟아져도 실수요자 절반이 매수 포기

부동산 분양시장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수도권에서 아파트 청약에서 당첨되고도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급증세다. 그런가 하면 집값이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급매물이 쏟아지고 있지만 실수요자들은 아직도 비싸다며 절반 이상이 매수를 접은 상태다.

 부동산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13일 공개한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1~11월(10일 청약접수일 기준) 수도권에서 무순위 청약으로 나온 아파트 미계약 물량은 7363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2698가구)보다 2.7배 증가했다.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대출금에 대한 부담이 대폭 늘어나고 집값 하락세가 당분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로 당첨이 되고도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파트 미계약 물량은 2번 이상 무순위 청약을 받은 단지의 가구수를 중복으로 집계한 수치다. 무순위 청약은 일반청약 완료 후 부적격 당첨으로 취소됐거나 계약포기로 계약이 취소 또는 해제된 물량을 무작위 추첨하는 것을 말한다.

사실 집값이 상승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무순위 청약은 추첨제인데다 분양가도 공급시점과 같기때문에 ‘로또 청약’으로 불린다. 그러나 부동산 거래절벽과 가격하락에다 고금리로 금리부담이 갈수록 무거워지면서 계약포기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 분양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서울 강북구 북서울꿈의숲 전망대에서 바라본 강북지역 아파트단지 모습.(사진=뉴시스)
수도권 아파트 분양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서울 강북구 북서울꿈의숲 전망대에서 바라본 강북지역 아파트단지 모습.(사진=뉴시스)

올해 들어 부동산경기가 부진하면서 무순위 청약 경쟁률마저 낮아졌다. 지난해 1~11월 수도권 아파트 미계약 물량 경쟁률은 118.7대 1이었으나, 올해 같은 기간 경쟁률은 44.9대 1로 급락했다. ‘청약불패’로 여겨졌던 서울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서울 청약 당첨자 미계약 물량은 371가구에서 1573가구로 4배 이상 늘었다. 경쟁률은 734.0대 1에서 143.7대 1로 5분의 1수준까지 떨어졌다.

경기도는 미계약 물량이 1885가구에서 4136가구로 증가했고, 경쟁률은 21.7대 1에서 19.3대 1로 하락했다. 인천도 442가구에서 1654가구로 4배 가까이 미계약 물량이 늘고 경쟁률은 16.3대 1에서 15.0대 1로 소폭 떨어졌다.전국적으로 아파트 당첨 후 미계약 물량은 9125가구에서 1만4060가구로 늘었으며, 무순위 청약 경쟁률은 44.8대 1에서 28.8대 1로 하락했다.

김웅식 리얼투데이 리서치연구원은 “수도권 무순위 청약 경쟁률이 2배 이상 하락한 것은 금리 인상 등으로 분양시장이 냉랭해지면서 무순위 선호도가 낮아졌다는 의미”라며 “오는 14일부터 무순위 청약 해당 거주 요건이 폐지되면서 입지와 분양가에 따라 많은 수요자가 몰리는 단지가 생기고 ‘n차’ 무순위 물량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집을 사려는 매수세도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잇다. 급매물 홍수 속에 실수요자들의 매수세는 실종되고 있다.규제지역의 경우 청약 당첨 후 계약을 포기하면 최장 10년까지 재당첨이 제한되지만 불이익을 감수하고 계약을 포기하고 있는 것은 분양을 받는 것보다런 불이익을 감수하고 계약을 하지 않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올들어 실거주 목적의 주택 매입 비중이 줄어들고, 부동산 가격 하락과 함께 ‘급매물’의 비중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주택 가격이 너무 높다고 인식한 실수요자들은 주택 구매를 미루고, 향후 부동산 가격 추가 하락 가능성에 집주인들은 서둘러 매도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국토연구원이 전날 공개한 서울·경기지역의 부동산 탐색·거래 활동 및 시장 인식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실시한 ‘도시가구 부동산 활동조사’ 결과에서 이같이 나타났다. 국토연구원은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 올 상반기 등 세 차례에 걸쳐 서울·경기 지역에서 부동산 거래를 했거나 거래를 하기 위해 알아본 경험(탐색경험)이 있는 시민 1000~1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주택 구매 수요가 위축되고 있다. 부동산 매물을 탐색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 매수거래를 체결한 응답자는 지난해 상반기 61.2%였지만 하반기엔 56.3%로 줄었고, 올 상반기엔 47.9%로 더 줄었다. 지난해에는 10명 중 6명이 집을 알아보다 집을 샀지만 올해는 10명 중 5명 이상이 집을 알아보다 매수를 포기했다는 의미다.

김지혜 국토연 부동산시장연구센터 부연구위원은 “매물을 탐색 중인 응답자 비중은 작년과 올해 여전히 70%대를 기록 중”이라며 “그럼에도 탐색한 매물을 거래하지 않은 이유는 매매 및 전·월세 거래 모두 가격이 높아 수요가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매수거래의 목적에서 실거주 사유 비중도 점차 줄고 있고 '투자목적'의 매수비중에는 큰 변화는 없었다. 전반적으로 실수요자들이 주택 구매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거래가가 하락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집주인들은 서둘러 집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매매거래의 급매물 비중은 6.7%에 그쳤지만 올 상반기엔 53.0%로 전체의 절반을 넘어섰다. 전·월세 거래 역시 같은 기간 급매물 비중이 7.0%에서 32.3%로 확대됐다. 전·월세보단 매매거래에서 급매물 확대폭이 더 크다.

김 부연구위원은 “매수 측면에서 보면 2021년 상반기엔 주택 가격이 매우 높았고, 이후 금리 및 시장 상황이 악화돼 매매가격이 하락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매수 시기가 좋지 않다고 보고 있다”며 “매도 측면에서는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매도 여건이 악화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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