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원전수출 40조 '잭팟'? …기대는 '금물'곳곳에 난관
폴란드 원전수출 40조 '잭팟'? …기대는 '금물'곳곳에 난관
  • 한상설 기자
  • 승인 2022.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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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APR 1400'의 원천기술이 자신의 기술이라며 소송제기
사업의향서(LOI) 법적구속력 없고 폴란드 총선도 최종계약 변수
파트너인 폴란드 민간전력사의 취약한 재정능력은 최대 걸림돌

한국이 폴란드 민간 발전사와 원전 건설 사업 협력을 추진하기로 하고 최근 양측이 사업의향서(LOI)에 서명한 것은 천문학적 규모의 원자력발전소 수출이라는 점에서 기대감을 키운다. 폴란드에 원자력 발전소 2~4기를 수출해 대금을 제대로 받는다면 40조 원 ‘잭팟’은 가능하다.

하지만 아직은 장밋빛 전망에 마냥 취할 단계는 아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폴란드 측과 서명한 사업의향서(LOI)가 통상적으로 법적 구속력이 없다. 이제 사업의향서에 서명한 단계여서 양측이 본 계약에 체결에 이르는데는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 또한 폴란드 현지 정치 상황에 따른 변수가 워낙 많아 최종 계약이 성사를 장담할 수 없는 될지 장담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수원은 지난달 10월 31일 서울플라자호텔에서 폴란드 최대 민간 발전사인 제팍(ZEPAK), 폴란드전력공사(PGE)와 폴란드 퐁트누프 지역에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는 LOI에 서명했다. 최종 계약이 성사되면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와 수출 계약을 한 이후 13년 만이다.

한수원·제팍·PGE 등 3개사가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서쪽으로 240km 떨어진 퐁트누프 지역에 한국의 신형 원전인 APR(Advanced Power Reactor) 1400 기술을 기반으로 한 2~4기 규모의 원전을 짓는다는 내용이다. 퐁트누프 원전은 제팍이 2024년 말 운영을 중단하는 폴란드 퐁트누프 석탄 화력 발전소를 철거하고 해당 부지에 지어질 계획이다. 폴란드의 ‘에너지 정책 2040(PEP 2040)’에 포함된 폴란드 정부의 기존 원전 계획을 보완하기 위해 민간 기업 주도로 새롭게 추진되는 퐁트누프 원전 사업 규모는 최소 10조원대에서 최대 40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통상적으로 본계약 체결 후 2~3년 뒤 착공이 진행되는 만큼 이번 폴란드 퐁트누프 원전 사업의 착공 시점은 2025~2026년으로 예상된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야체크 사신(Jacek Sasin) 폴란드 부총리 겸 국유재산부 장관이 지난달 말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폴란드 퐁트누프 원전 개발 계획 협력의향서(LOI) 및 양해각서(MOU) 체결식에 참석해 양해각서 체결 후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야체크 사신(Jacek Sasin) 폴란드 부총리 겸 국유재산부 장관이 지난달 말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폴란드 퐁트누프 원전 개발 계획 협력의향서(LOI) 및 양해각서(MOU) 체결식에 참석해 양해각서 체결 후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아직은 단꿈에 젖을 단계는 아니다. 한국이폴란드에 수출하려는 워전이 미국 웨스팅하우스에의해 발목이 잡힐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는 지난 10월 21일(현지 시간) 한수원과 한전을 상대로 미국 수출입통제법에 따라 한국형 원전 APR 1400의 수출을 제한해 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미국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웨스팅하우스 측은 APR 1400이 자사원천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한수원이 이를 다른 나라에 수출하는 것은 지식재산권 침해라고 주장한다. 다른 나라 수출시 웨스팅하우스와 미국 에너지부의 허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주장은 억지라는 측면이 없지 않다. 지난 2007년 6월 만료된 해당 기술의 사용 협정문에는 로열티 지급 없이 국내외에서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실시권’이 명문화돼 있다. APR 1400은 미국 컴버스천 엔진니어링의 시스템80모델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웨스팅하우스의 주장이 전혀 허무맹랑한 것은 아니어서 입찰에서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 10년 안에 폴란드 원전을 완성하겠다는 로도맵이지만 사업 타당성 조사가 끝나더라도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와 소송을 종결지어야 본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웨스팅하우스의 기술소송이 폴란드 원전수출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과 폴란드 제팍이 LOI를 체결한 현시점에서 사업 추진 규모가 아직 미정이고 세부 검토에만 1년 정도 소요돼 실제 본계약은 2024년 하반기로 예상되는 만큼 벌써 최종계약에 이르는 데는 난관이 한 둘이 아니다. LOI는 정식 계약을 하기 전 당사자들간의 예비적 합의의 일종이다.

이번 LOI와 MOU 체결이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것은 맞지만 원전 수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수원은 폴란드 정부가 아닌 폴란드 민간 사업자인 제팍과 LOI를 체결한 것으로, LOI는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언제든 일방의 변심에 의해 파기될 수 있다.

과연 폴란드 두 전력회사가 거액의 원전건설을 감당할 능력이 있는지도 최종계약체결에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와 한수원이 폴란드 두 전력회사에 최대 40조 원을 빌려주고 나중에 돌려받는 방식의 수출계약이 될 것을 보인다. 두 회사는 이자를 1%만 받아도 100% 부도가 날 판국인데 원전 수출 치적을 위해 40조 원 정도를 태울 수 있는 무모한 수출이 될 수 있다.

설령 양측이 최종계약을 체결하고 공사를 완료한다고 하더라도 과연 대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 폴란드 원전수출은 겉만 화려하지 나중에 천문학적인 돈만 날리는 허망한 참사위험도 도사리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들은 이번 사업의향서의 내용은 산업부와 한수원은 폴란드 정부도 아니고 시총 3조 짜리 폴란드 국영전력회사와 시총 4000억원 짜리 발전소 운영사와 함께 원전을 만든다는 계획이 곧 그 위험성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고 폴란드 정부가 대금지불을 보증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폴란드 원전 MOU, LOI를 체결한 야제크 사신 폴란드 부총리가 본국으로 돌아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원전 두 곳을 지을 국가 예산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는 질문에 "폴란드 정부 예산은 투입하지 않는 조건으로 전력업체 PGE와 민간 에너지기업 ZE PAK은 한수원과 원전 사업 LOI를 맺었다"고 답변했다.

이어 "다만 한국 정부는 원전에 투자할 강한 의사를 가졌고, 진지하게 투자를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원전공사대금 문제에는 전혀 관혀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내년 11월 실시되는 폴란드 총선 결과도 돌발 변수 우려를 키운다. 현재 폴란드의 집권 여당은 보수당이다. 야당이 최근 폴란드 정부의 한국산 무기 도입에 반발하며 한국과 체결한 계약서를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총선에서 집권 세력이 패배한다면 한국과의 무기 구매계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각에선 이번 LOI 체결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폴란드 정치권이 치적을 쌓기 위해 남발하는 공수표가 될 공산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1년여간 폴란드에서 소형 모듈 원자로(SMR) 관련 LOI 체결은 5건이다. 제팍은 한수원과 LOI를 체결한 날 퐁트누프 부지에 SMR을 건설하기 위해 폴란드 화학 업체 SGE와 체결했던 기존의 LOI를 해지했다.

본계약이 현실화되더라도 또 다른 난관에 빠질 수 있다. 제팍이 한수원과 LOI를 체결하기 전 다수의 업체와 맺은 LOI는 모두 SMR에 관한 것으로, SMR은 바닷가에 지어야 하는 대형 원전과 달리 대량의 냉각수가 필요 없어 강이나 호숫가에 지을 수 있고 사막 한가운데에도 건설할 수 있다. 내륙의 호숫가에 자리한 퐁트누프 부지가 대형 원전이 들어서기에 적합하지 않아 냉각수 확보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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