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미분양 아파트 '지천'…서울도 속출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 '지천'…서울도 속출
  • 한상설 기자
  • 승인 2022.11.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에서 당첨자 90% 계약포기 사례도…100가구 중 7가구 미분양
경기도 파주 헤일리 'e편한세상' 1036가구 모집에878가구 안 팔려
집값 하락 지속하는 데다 잇따른 금리 인상으로 분양시장 큰 타격

서울과 수도권에 미분양 아파트가 갈수록 쌓이고 있다. 서울도 100가구 중 7가구가 미분양이고 심지어 무순위 청약까지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당첨자 90%가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수도권은 서울보다 훨씬 심해 미분양 물량이 곳곳에 널려 있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거래절벽 속에 집값은 줄곧 하락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주택수요가 실종되면서 앞으로 미분양 물량은 갈수록 쌓이고 있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대출 부실 가속화에 의한 건설사 부도 도미노와 제2금융권의 경영위기가 우려된다.

 7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보면 지난 8월 말 청약한 구로구 오류동 천왕역 모아엘가 트레뷰는 140가구 중 129가구가 무순위 청약 물량으로 나왔으나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미분양으로 남았다.

청약 당시에는 1순위 134가구에 208명이 신청해 마감에 성공했으나 당첨자의 90% 이상이 계약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천왕역 모아엘가 트레뷰는 지하철 7호선 천왕역까지 도보로 5분인 초역세권 단지로, 84㎡의 공급가는 10억9500만~10억9700만원이다. 입지 조건이 양호하지만 앞으로 집값이 계속 떨어질 전망인데 계약하는 순간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이다.

인근 부동산 중계업자는 초역세권이라 입지조건만으로 10억원 후반이면 완판을 예상했는데 이렇게 미분양이 많이 발생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남구로역 동일 센타시아, 칸타빌 수유팰리스, 신독산 홀리힐 뉴포레 등도 미분양 물량이 남아있다.

최근 분양에서 대거 미달사태를 빚은 DL건설의 'e편한세상' 헤이리 조감도. (이미지=DL건설 )
최근 분양에서 대거 미달사태를 빚은 DL건설의 경기도 파주 헤이리 'e편한세상' 조감도. (이미지=DL건설·뉴시스))

아파트 미분양은 갈수록 심각한 양상이다. 경기도의 경우 지난 3일 마감한 경기 파주 e편한세상 헤이리는 일반분양 1036가구 모집에 1·2순위 청약까지 진행했으나 158가구만 신청하면서 878가구가 미분양됐다. 평택 석정공원 화성파크드림도 일반분양 1198가구 모집에 879가구만 신청하면서 319가구가 미분양됐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조사를 보면 불과 1년 전만 해도 지역 관계없이 건설업체들이 수도권에 아파트를 지어 파는데 별다른 고민이 없었다. 그러나 완판흥행은 옛말이 돼 건설업체들의 자금난에 허덕이기 시작했다. 

완판행진을 이어온 수도권 분양시장의 초기분양률은 대폭 하락했다. 경기도의 분양시장이 무너지면서 초기분양율은 직전 분기 96.9%에서 93.1%로 떨어졌다. 경기도는 지난해 3분기 초기분양률 100%를 기록한 이후 4분기 99.9%, 올해 1분기 100%로 완판 행진을 이어갔으나, 올해 2분기 95.9%, 3분기 91.8%로 2개 분기 연속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전국 아파트 초기분양률도 올해 처음으로 80%대로 떨어진 이후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93.8%였던 전국 초기분양률은 올해 1분기 87.7%, 2분기 87.7%를 기록했으며, 3분기 들어 82.3%로 5.4%포인트 하락했다.

서울의 경우 지난 3분기(7~9월) 민간아파트 평균 초기분양률은 92.7%를 기록, 전 분기(100%)보다 7.3%포인트 하락했다. 2019년 2분기(91.3%) 이후 최저치다. 초기분양률은 분양 개시일 후 경과기간이 3개월 초과~6개월 이하인 사업장의 총 분양가구 수 대비 계약체결 가구 수 비율을 말한다. 지난 3분기 들어 서울에 분양한 아파트 100가구 중 7가구가 미분양됐다는 얘기다.

서울의 아파트 초기분양률은 2020년 1분기 100%를 달성한 이후 지난해 2분기 99.9%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고 올해 2분기까지 줄곧 100%를 유지해왔다. 집값 급상승기였던 지난 2년 반 동안 분양만 하면 완판되던 부동산시장이 올 7월 들어 깨지기 시작한 셈이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진 올해 초까지만 해도 분양만 받으면 큰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다는 투자심리가 ‘완판 행진’을 이끌었으나,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서울의 분양시장 역시 타격을 입고 있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