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모딜리아니' 김준영, "매년 한 작품 이상 화가 역할 맡아보고 싶어"
[인터뷰] '모딜리아니' 김준영, "매년 한 작품 이상 화가 역할 맡아보고 싶어"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2.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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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인생 담은 HJ컬처, 연작 뮤지컬 '모딜리아니'·'에곤 실레'
"예술가의 삶과 그들이 남긴 작품들을 보고, 듣고 즐길 수 있을 것"

제작사 HJ컬쳐의 신작 뮤지컬 <모딜리아니> <에곤 실레>가 지난 9월 첫 공연을 시작으로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2관에서 공연 중이다. 

창작뮤지컬 <모딜리아니>와 <에곤 실레>는 실존했던 화가 모딜리아니와 에곤 실레의 삶을 다룬 연작 뮤지컬로 자신의 그림이 비난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영혼을 담아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완성했던 화가 모딜리아니와 인간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그려내며 화재를 모았던 천재 화가 에곤 실레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각각 60여분의 러닝타임으로 같은 공연장에서 연달아 진행하고 있으며,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은 두 작품 모두를 한 번에 관람하거나 두 작품 중 원하는 작품만 선택해서 관람할 수 있다.

본지는 이번 작품에 참여한 배우 김준영을 만났고, 그가 연기하고 있는 인물들에 대해서 들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 ⓒ 조나단 기자
사진 ⓒ 조나단 기자

 

Q.  반갑다. 본지와 첫 인터뷰다. 간단하게 인사와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김준영  안녕하세요. 저는 뮤지컬 배우 김준영이라고 합니다. 저를 소개한다는게 언제나 제일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웃음) 잘 부탁드립니다.

Q.  앞으로 자기소개를 하는게 익숙해져야한다.

김준영  제가 배우라는 직업으로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아직은 어려운 것 같습니다.

Q.  올해로 4년 차됐는데,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한 계기가 있을까. 

김준영  어떤 계기가 있던 것은 아니었어요. 그냥 어렸을 때, 그리고 제 기억이 시작하는 그 순간부터 저는 '배우를 해야겠다', '배우가 돼야겠다'고 생각을 했던 것 같거든요. 어떻게 보면 동경을 했던 것도 같고, 그렇게 시작을 하게 되고 나서부터는 연기던 노래던 배우는 모든 게 다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연기를 하는 것도 그렇고 대사를 내뱉는 게 재미있었고, 저한테 잘 맞았던 것 같기도 해요. 뭔가 특별한 이유나 계기가 있었으면 좋겠지만, 그런 건 없었고 그냥 어떻게 보면 막연한 동경에서 시작을 하게 됐고 그렇게 오랜 시간을 들여 지금의 저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Q.  그럼 이번 작품은 어떻게 시작했나.

김준영  일단 아무래도 이번 작품 같은 경우에는 제가 소속되어 있는 회사의 작품이다 보니까 처음 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부터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해주셨었어요. 

Q.  어떤 청사진을 보여줬던걸까?

김준영  청사진이라기보다는 이번 작품의 이전 올라간 작품도 그렇고 저희 제작사에서 매번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게 저한테는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그래서 더 끌렸던 작품이었어요. 하루에 두 작품을 한곳에서 올린다는 게 재미있었고, 제가 어떻게 하다 보니 극 중에서 화가 역할을 많이 맡게 됐었거든요. 그러다보니 최소한 매년 한 작품 이상 화가나 작가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던 것 같아요. 그런 가운데 이번 작품 또한 어떤 화가 시리즈가 될 거라고 하셔서 하겠다고 했죠. 

사진 ⓒ 조나단 기자
사진 ⓒ 조나단 기자

 

Q.  실존했던 인물을 연기하는 게 어떻게 보면 쉬워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플레이어의 입장에선 어렵다는 이야기들이 많다. 준비 과정에서 어려웠던건 뭐였나.

김준영  처음 모딜리아니와 에곤 실레라는 인물을 맡게 된다고 했을 때, 이 인물들을 찾아봤었거든요. 처음 이 인물들을 바라봤을 때 저는 모딜리아니와 에곤 실레가 보이는 모습 그대로를 생각했었어요. 모딜리아니는 뭔가 소심했을 것 같았고, 내향적인 인물일 것 같았는데, 파고들어보니 그는 주변의 시선과는 다르게 더 자신감이 있던 인물이었더라고요. 대외적으로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는 그의 예술성을 계속해서 표출하고 쏟아내고 있더라고요. 극 중에서 이런 모습들을 드러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어떤 아픔, 그 속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에곤 실레 같은 경우에는 되게 자신감이 넘치는 인물이었지만 사실 소심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을 거라고 봤어요. 어떻게 보면 그는 주변에서 보기에 언제나 자신감이 넘치고, 신념이 잡혀있다고 봤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가 어떻게 보면 거울 앞에서 자기를 바라볼 때 가장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쳤을 것 같았어요. 어떻게 보면 대외적으로는 모딜리아니보다는 조금 더 소심한 성격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는 계속 외로움을 느꼈을 것 같았었고, 내면에 쌓아왔던걸 표출하면서 그걸 해소한 게 아닐까 싶었어요. 그런 이미지를 생각하면서 인물들을 준비했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의견을 냈던 것 같아요. 어떤 장면, 넘버에서는 이렇게 표현하는 게 더 매력적이지 않을까 생각했고, 이야기를 했었던 것 같아요. 

Q.  어떻게 보면 뮤지컬 두 작품을 연달아 하는데, 헷갈린 건 없었나.

김준영  두 인물이 같은 시대는 아니지만 비슷한 시대를 살았거든요. 그래서 같으면서도 다른 시대에 살았던 두 인물을 표현하는 게 있어서 공부를 하면 할수록 헷갈리는 부분들이 생기더라고요.(웃음) 두 화가를 중심으로 주변 인물들, 인성이나 여자 문제, 가족 문제 같은 것들이 묘하게 비슷한 지점들이 있어서 쉽지 않았죠. 그리고 어느 시대 예술가나 다 똑같겠지만 비난받는 작품들이 있었고, 두 화가 모두 비난을 받았던 적이 있죠. 그런 부분들이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 본 공연이 올라가기 전까지 계속 공부했었던 것 같아요.

Q.  같으면서도 다른 두 인물, 그리고 작품인데 차이점을 두려고 했던 부분들이 있다면? 아니면 같은 결을 가지고 가고 싶었던 부분도 있었는지 궁금하다.

김준영  일단 두 작품의 연출적인 콘셉트 자체가 달라서 어려운 건 없었어요.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일단 저는 모딜리아니는 작품에서 보이는 인물이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자신감이 있었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모딜리아니는 살아생전 끝까지 자신의 작품들이 인정받지 못했죠. 그래서 자신감이 있었지만, 끝까지 인정받지 못하는 그 미묘한 감정, 아픔이 더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본 공연에 올라와서 그 부분들에 신경을 제일 많이 썼던 것 같아요. 건강이 안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계속 무언가를 하려고 하죠. 그림을 그리고 싶으면 그림을 그렸었고, 조각을 하고 싶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조각을 했죠. 그런 부분들을 강조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에곤 실레 같은 경우에는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어떤 소심한 부분들이 있었을 것 같은 인물이었기 때문에 내면의 자신감을 극대화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전 작품과 극과 극으로 치닫는 인물들로 나오게 된 거죠. 같은 날 공연을 하기 때문에 두 작품을 모두 봐주시는 관객분들이 재미를 느끼시길 바랐던 것 같아요. 

Q.  대비되는 부분들 때문에 더 재밌었던 것 같다.

김준영  그래서 걱정도 되긴 했었어요. 이렇게 뭔가 구별되는 부분이 있지 않으면 흥미를 잃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었거든요.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연기하는 인물들, 제가 연기하는 모딜리아니와 에곤 실레가 실존 인물이기 때문에 너무 크게 벗어나면 안 되겠다는 생각도 들어서 조율하는 과정에 의견 교환을 제일 많이 한 것 같아요.

사진 ⓒ 조나단 기자
사진 ⓒ 조나단 기자

 

Q.  그럼 두 역할 중에서 나랑 제일 잘 맞았다 하는 역할이 있다면?

김준영  아무래도 두 화가 모두 제가 연기하고 있기 때문에, 두 작품 속 인물들의 성격 모두가 저에게 있는 모습이거든요. 그리고 두 인물이 극단적으로, 극적으로, 극과 극의 성격을 가지고 성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저는 둘 다 잘 맞았었고 재밌게 연기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번 작품 말고도 이전에도 여러 역할을 오가는 멀티 역을 맡아서 공연 했지만 한 번도 이게 나한테 더 잘 맞는 것 같다 하는 생각이 나 경험은 없었거든요. 초반에 데뷔했을 때 대본을 볼 때에는 이 역할을 내가 다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적도 있었는데, 많은 작품들을 겪어오고 경험이 쌓이다 보니 그 인물들 모두가 제가 해낼 수 있었었고, 그 속에 제 모습들이 담겨있었고 저한테 그런 모습들이 보이는 것 같더라고요. 그리서 이번 작품처럼 옴니버스라도 어느 하나가 더하고, 덜하고 하는 게 아니라 둘 다 똑같고 재밌고, 잘 맞는 역할입니다. 

Q.  대본을 볼 때, 인물의 서사를 어떻게 쌓아 나가는 편인가.

김준영  일단 대본에 충실하려고 해요. 대본 속 제가 연기를 해야 되는 인물이 있다면 그 인물을 기준으로 대본 안에서 찾는 편이죠. 사실 대본에 나와있지 않은 부분들을 제 상상만으로 만드는 건 어떻게 보면 배우라는 포지션을 벗어나서 나아가는 거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인물이 어떤 상황에 놓였을 때 너무 산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저는 대본을 열심히 보는 편인 것 같습니다. 대본에 충실하고 그다음으로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쌓으려고 해요. 대본 속에서 취할 수 있는 부분들, 인물들 간의 관계를 다 정리해둔 뒤에 그다음에 대본에 없는 서사를 조금씩 찾아나가죠.

Q.  창작극이라는 게 사실 쉽지 않다. 오랜 기간 활동한 배우들도 창작극은 언제나 어렵다고들 한다. 그래도 최근에 창작 작품을 많이 하고 있는데 어려운 점은 없나.

김준영  생각해 보니 엄청 많이 한 것 같네요.(웃음) 그래서 그런가 피곤하고 힘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창작 작품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작가님과 연출님이 만든 이야기에 배우들이 그 인물을 현실로 만드는 거잖아요. 정답이 없는 예술이죠. 사실 창작의 고통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공연을 떠나서 모든 예술들이 창작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정말 힘들고, 정말 오랜 기간 집중해서 연습을 해야 하고 새로운 인물, 새로운 작품이면 언제나 더 긴장되고 어렵고 계속해서 뭔가의 압박에 짓눌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죠. 그런데 이게 저한테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배우란 직업에게 그런 압박을 이겨내고 하나의 공연을 무대 위로 올리고, 관객들을 만나고 그리고 오랜 시간 같은 공연을 올리면서 이야기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그 끝을 봤을 때 그 성취감, 그건 정말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고 기쁨이 있어요.

Q.  그 감정,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성취감이 창작극을 하는 배우들만 얻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좋은 공연, 작품을 무사히 끝마쳤을 때 관객들이 그 작품 속 인물을 본인으로 기억한다는 게 또 다른 장점인 것 같기도 하다. 그 배우만의 오리지널리티라고 해야 할까. 그 작품, 그 인물을 생각할 때 '아, 이 역할 김준영 배우가 했었지'라고 누군가 생각한다면 그건 배우로서 성공한 작품이 아닐까 싶은데

김준영  정말 감사한 일이죠. 제가 할 수 있다는 것도 좋지만, 나만의 어떤 모습, 캐릭터를 누군가 계속해서 기억해 준다는 건 배우로서 성공한 게 아닐까 싶어요. 사실 어떤 작품들을 하게 됐을 때 창작 초연인 작품도 있고, 라이선스나 이미 초연이 올라가서 재연 혹은 삼연에 올라가는 작품들도 있거든요. 저는 그런 작품을 할 때 초연에 그 역할을 맡은 배우님들의 캐릭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노력하거든요. 초연 때 잘 만들어진 그 인물, 역할에는 다 그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었어요. 물론 저 나름대로 고민을 하긴 하죠. 어떤 고민이냐면 초연 때 이 인물을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이 인물이 가지고 있는 서사 혹은 생각, 표현들은 왜 그럴까를 생각하고 고민하고 공부해요. 그러다 보면 정답이 나오더라고요. 이렇게 해석하는 것도 작품을 이해하고 캐릭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 언제나 즐겁게 열심히 작품을 준비하고 공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만큼 저도 초연 혹은 처음 작품을 맡을 때 열심히 고민하고 만들어나가는 것 같아요. 계속 말하지만 그렇게 만들고 선보였을 때 오는 성취감은 창작 초연이 가장 큰 것 같고, 제가 연기하는 역할 혹은 작품이 사랑을 받을 때 정말 더할 나위 없는 행복함으로 돌아와서 이 직업이 좋은 것 같습니다.

 

Q.  모딜리아니나 에곤 실레가 미래로 가게 된다면,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살아생전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 계속 생각했던 그가 전시를 하고 자신의 작품을 인정하는 사람들이 있는 걸 보게 된다면

김준영  모딜리아니와 에곤 실레의 차이점은 모딜리아니는 자신의 작품이 성공하는 걸 보지 못했다는 거거든요. 거의 구십 퍼센트 이상의 작가, 화가들이 생전에 돈과 명예를 얻지 못한다고 들었어요. 에곤 실레 같은 경우에는 그래도 생전 어떤 인기도 얻고 인정도 받았던 만큼 미래로 가게 된다면 "그래, 역시 내가 맞았어"라고 말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모딜리아니 같은 경우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감동과 기쁨, 인정받았다는 것에 행복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어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이 오갔을 것 같아요. 모딜리아니는 살아생전 계속 자신의 예술을 위해 살았거든요. 만약 그분이 조각을 계속하지 않았다면, 그가 계속해서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면 그만의 화풍 그리고 그만의 조각이 남았을까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Q.  어떻게 보면 그 과정들이 있었기 때문에 하나의 이야기가 완성됐고, 그렇게 하나의 작품이 된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김준영  맞아요. 그의 이야기가 완성됐다고 봤을 때 가치도 뛰어올랐겠죠. 

Q.  어떻게 보면 기쁘면서도 씁쓸한 것 같다.

김준영  실제로 어떤 화상 같은 경우에는 화가의 건강 상태를 체크한다고도 하더라고요. 항상 자기가 관리하는 화가, 작가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만약에 그가 몸이 안 좋다고 하면 그때부터 그 작가나 화가의 작품을 산다 고도 들었어요. 이게 슬프지만 되게 현실적으로 다가오더라고요. 

Q.  같은 역할에 세 배우가 함께하고 있는데, 어떤가. 다 다른 느낌이 들지 않나.

김준영  사실 연습 과정에서부터 이들에게서 되게 많은 영감을 받았었어요. 저희 네 명이 다 개성이 강하거든요. 색감으로 비유해달라고요? 너무 다른 것 같은데, 그래도 어떻게 해보자면 황민수 배우 같은 경우에는 빨간색의 느낌이 나는 것 같아요. 뭔가 강렬한 빨강은 아니고 부드러운 느낌의 빨간색이요. 성태 같은 경우에는 하늘색인 것 같고, 마지막으로 승우는 파란색에 가깝달까요. 저요? 저는 잘 모르겠지만 주황색이 아닐까 싶어요. 전 작품이 극적이어야 된다는 생각이 있어서 개인적으로 어떤 표현을 하는 부분들에 있어서 집중하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그렇다고 빨간색에 가까운 뭔가 강렬함은 없어서 그 빨강에 가까워지는 주황인 것 같습니다.

Q.  상대 배우 잔/빌리 그리고 싱어 역의 배우들은 어떤가.

김준영  제가 이번 작품에서 처음으로 맏형이 됐거든요. 다 동생들이고 제가 맏형이다 보니까 시작하기 전부터 걱정이 많았었죠. 거기에 이번 작품이 창작 초연이다 보니까 제가 이걸 이끌어갈 수 있을까란 고민이 많았는데 막상 연습에 들어가니까 다들 너무 각자에 자리에서 잘 하기도 하고 너무 의견도 잘 내고 좋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 으쌰 으쌰 해줘서 오히려 제가 맏형으로서 한 게 없더라고요. 좀 미안할 정도로 다들 너무 잘해줬었어요. 다 너무 좋은 배우들이고 그래서 정말 너무 즐겁게 공연을 만들었던 것 같아요. 잔과 빌리 역에 이수정, 금조, 이채민 배우들도 다 목소리 톤부터 연기하는 방향성도 다 달라서 정말 너무 재미있게 준비하고 공연할 수 있었어요.

Q.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나 넘버가 있다면?

김준영  '도시의 밤'이라는 넘버인데, 모딜리아니의 감정이 잘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요. 굉장히 몰입이 많이 되는 넘버이기도 하고 몰입하고 부르고 연기하는 넘버인데, 개인적으로 그 뒤로 그려지는 배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제일 좋아합니다. 모니터링을 했을 때도 그런 부분들이 좋았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그가 가진 내면의 모습을 제일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거든요. 그리고 음악적이나 가사가 너무 좋아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에곤 실레>에서는 '여름을 찾았어'요. 발리가 부르는 넘버인데 이 장면도 가사가 좋은 것도 있는데 장면으로 봤을 때 발리가 노래를 부르면서 펼쳐지는 그 장면들이 너무 예뻐서 좋아합니다.

Q.  확실히 '여름을 찾았어'가 인상 깊었다.

김준영  그 장면이 따로 만들거나 한 줄 알았는데 영상 감독님이 집 근처에 있는 풍경을 드론으로 찍으셔서 만들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런가 그 영상미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 게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배우들이 연기하거나 노래 부르고 표현하는 것 이상의 이야기를 설명해 주는 느낌이 들어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연습 과정에서 풀지 못했던 것들이 무대에 올라와서 테크 하는 과정에서 풀리거나 해결이 됐던 경우도 있었고 일단 너무 예쁘잖아요. 

Q.  그러고 보니 <에곤 실레> 작품에서 시작할 때 에곤 실레 입장 장면이 되게 재미있었는데, 긴장되거나 하진 않았나.

김준영  그 장면이 어떻게 보면 관객분들의 반응에 따라서 그날 공연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사실 입장 장면이 항상 긴장돼요. 어떤 날에는 다들 너무 즐거워해주셔서 저도 신나서 막 날뛰기도 하고, 다른 날에는 또 너무 잔잔해서 뭔가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서 노력하기도 했었고요.(웃음) 예전에 <리틀 잭>이란 작품을 했었는데 그 작품이 콘서트 형식의 장면이거든요. 그런데 코로나가 심해졌을 때였었어요. 관객분들이 반응할 수 없었고, 저희도 관객분들의 호응을 유도할 수 없었죠. 그 상황을 겪고 왔다 보니까 그런가 힘들거나 한건 없었던 것 같아요. 물론 가끔 식은땀이 날 정도로 반응이 없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이젠 반응을 유도하거나 이끌어낼 수 있다 보니까 수월하게 풀어나갈 수 있기는 해서 괜찮습니다.

Q.  그 장면이 확실히 <모딜리아니>와 다른 느낌의 작품이 될 것이란 걸 보여주는 것 같아서 중요하기도 하고 재미를 느끼는 관객들도 많을 것 같았다.

김준영  아무래도 두 작품을 다 보는 관객분들은 확실하게 공연의 분위기가 바뀌는 지점이라서 재미를 느끼시는 게 아닐까 싶어요.

사진 ⓒ 조나단 기자
사진 ⓒ 조나단 기자

 

Q.  남은 공연 기간 동안 공연을 보러 올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

김준영  <모딜리아니>같은 경우에는 전시회를 본다는 느낌으로 보시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한 시간이라는 짧은 공연시간이 짧게 느껴지거나 갑자기 끝나는 경우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한 전시회에 와서 그 전시회의 그림을 그린 작가의, 화가의 이야기를 듣고 간다라고 한다면 새로운 느낌의 재미를 찾으실 수 있고, 기존의 공연을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재미를 찾을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 부분들을 계속 찾아가고 싶고 채워나가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겠습니다. 그렇게 보여주고 싶고요. 마지막 공연까지 많은 사랑과 관심을 주면 나중에 재연 공연으로 올라왔을 때 또 다른 재미와 더 좋은 공연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계속해서 노력하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내가 나오는 공연을 봐야 할 이유가 있다면? 

김준영  저는 일단... 모딜리아니, 에곤 실레 중에서 키가 가장 큽니다.(웃음) 어느 자리에 앉으시더라도 제일 잘 보이지 않을까 싶고,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 거라고 자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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