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 마저 심한 '돈 가뭄'…건설업계 돈줄 막혀 비상
롯데건설 마저 심한 '돈 가뭄'…건설업계 돈줄 막혀 비상
  • 한상설 기자
  • 승인 2022.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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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금융사 대출 어렵자 계열사서 5천억 빌려 PF대출 상환기로
대주단, '둔촌주공' 대출연장 거부 등 재건축 단지 자금갈증 심화
중소건설사, 공사대금 회수 부진에 PF대출도 어려워 줄도산 위기

건설업계가 갈수록 자금줄이 막히면서 줄도산을 걱정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제2금융권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이 부실규모가 빠른 속도로 불어나는데 따라 PF대출 고삐를 바짝 조이면서 중소건설사를 비롯해 많은 건설사들이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여기에다 부동산 경기침에 따른 분양 부진이 자금난을 심화시키고 있다. 잇따른 금리 인상으로 공사비는 대폭 늘었으나 미분양 증가 등으로 분양대금 회수가 원만치 않으면서 건설업계의 돈 갈증은 더욱 타고 있다. 최근 '레고랜드' 사태로 단기 자금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으면서 건설업계의 유동성위기를 한층 가시화하고 있다.

24일 금융계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시장이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사들은 PF대출을 거의 중단한 상태에 있어 중소형 건설사들이 정말 버티기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대형건설사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자금수급에 여유가 없는 실정이다.

시공능력평가 8위인 롯데건설마저 자금이 달려 자금시장을 누빌 정도다. 하지만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렵다. 롯데건설은 7천억원 규모의 PF대출의 만기가 연내 돌아오나 금융사에서 자금을 구하지 못해 결국 그룹 계열사에 손을 내밀었다.

롯데건설은 지난 20일 롯데케미칼로부터 3개월간 5천억 원을 차입한다고 밝혔다. 롯데건설이 18일 운영자금 목적으로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2천억원을 조달한다고 밝힌지 이틀 만이다. 롯데건설은 연내 만기가 돌아오는 7천억 원 규모의  PF대출을 갚아야 하나 연체율 상승을 우려한 금융회사들이  대출 창구를 사실상 닫는 바람에 그룹계열사에서 급전을 구한 것이다.

롯데건설은 분양지연으로 공사비 회수가 늦어지고 있는 데다 둔촌주공 재건축을 비롯해 정비사업에서 예상치 못한 우발 채무까지 발생해 유동성 부족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롯데건설 뿐만 아니라 정도의 차이는 있느나 상당수의 대형 건설사들이 자금난에 처해 있다.

특히 재개발 재건축 사업장의 신용경색은 건설사들의 자금난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서울의 초대형 재건축 단지인 둔촌주공 조합을 보자. 이 조합은 내년 1월 일반분양을 앞두고 채무상환 연장에 애를 먹고 있다. 이 조합의 경우 우량사업장인데도 PF 대출 채권에 대한 자산담보부단기채(ABSTP) 차환을 위한 투자자를 찾는 데 실패하면서 그 파장은 참여 시행사의 자금수급 차질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내 아파트 전경. 제2금융권 금융회사들이 연체율 상승으로 PF대출 고삐를 바짝 조이면서 건설업계가 자금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시내 아파트 전경. 제2금융권 금융회사들이 연체율 상승으로 PF대출 고삐를 바짝 조이면서 건설업계가 자금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뉴시스)

둔촌주공 조합과 시공사업단은 증권사들이 내년 1월 일반분양 전까지 두 달가량 자금을 수혈해줄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최근 PF대출 부실 증가에 바짝 긴장하고 있는 증권사들은 차환 요구를 거절했다.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은 부동산 PF대출을 통해 24개 금융기관으로부터 사업비 7천억원을 빌렸으나 공사비를 둘러싼 분쟁으로 공사를 한 동안 중단하면서 대주단은 지난 8월 만기 연장을 거부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둔촌주공 시공사인 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 롯데건설 4곳이 사업비 7천억원을 오는 28일까지 자체 자금으로 갚아야 하는 상황이다.

건설업계는 재개발및 재건축 시장에서 신용경색이 몰고 올 파장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우량사업장인 둔촌 주공이 돈을 구하지 못해 동분서주하는 상황인데 다른 재개발 재건축 조합의 자금사정은 더욱 빠듯하게 돌아가면 최악의 경우 중소건설사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부동산시장 과열기에 공격적으로 사업에 나섰던 중소형 건설사들이 최근 자금난으로 돈을 구하지 못해 백방으로 뛰었으나 결국은 빈손을 돌아올 경우 결국 부도를 맞고 쓰러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건설업계는 자금비상은 PF대출 부실 급증이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이미 PF 부실화는 초읽기에 들어간 국면이다. 이에 따라 금융사들은 부동산 시장 침체, 금리 급등, 수익성 사업성 악화 등으로 PF대출 연체율이 높아진데 따라 자체적으로 부동산 PF 대출을 취급하려 들지 않는다. 더욱이 금융당국이 제2금융권의 부실을 우려해  PF대출규제를 강화하면서 PF대출창구는 더욱 꽁꽁 얼어붙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4일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부동산 PF 관련 금융회사 건전성 우려가 확대되지 않도록 선제적인 리스크관리 노력을 지속해달라”면서 “사업성 평가를 내실화해 양호한 PF 사업장에 대해서는 원활한 자금공급을 유도할 것”을 주문했다.

사실상 부동산 PF 대출 총량규제를 실시하면서 사업성이 있는 곳들도 대출이 막히는 사태가 벌어지고  브릿지론에서 본 PF로 넘어가지 못하는 곳들도 생겨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지방 건설현장의 경우가 심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구와 경북, 대전과 세종 등지에서 대출문제로 브릿지론에서 본PF로 넘어가지 못하고 좌초 위기에 처한 아파트 사업장이 속속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경기 침체로 인한 미분양 증가와  PF 대출 연체율 상승은 이미 건설업계에 치명상을 안길 수 있는 위험 요인으로 떠올랐다. 국토교통부 집계를 보면, 8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는 총 3만2722호로, 전달보다 4.6% 증가했다. 이 가운데 수도권은 5012호로 전달 대비 10.7% 늘어나면서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지난 16일 경기 양주·안성시를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선정했는데, 수도권에 미분양 우려가 큰 관리지역이 재지정된 것은 2년 만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분기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4.7%다. 지난해 말(3.7%)보다 1.0%포인트 상승했다. 2019년 말(1.3%)과 비교하면 세 배 넘게 높아졌다. 한 건설사 간부는  “금융당국이 규제를 하고 시행사도 각종 비용이 너무 올라 시행사업에 몸을 도사리는 분위기에서 연체를 우려해 PF대출을 유치하거나 새로 취급하기가 지극히 어려운 것이 현실이고 기존대출을 관리하는데 급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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