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통행세’ 박태영 항소심 징역1년6월 집행유예 2년 구형
하이트진로 ‘통행세’ 박태영 항소심 징역1년6월 집행유예 2년 구형
  • 조경호 기자
  • 승인 2022.10.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실형 선고 받으면 경영에서 손을 떼야 하는 위기 상황
경영권 승계 차질...통행세 지목 서영이앤티 사업 불투명
하이트진로 박문덕 회장, 박태영 부사장
하이트진로 박문덕 회장, 박태영 부사장

하이트진로그룹(박문덕 회장)이 경영 승계에 차질이 예상된다. 박태영 부사장의 사법 리스크 때문. 본인 소유 계열사에 일감몰아준 혐의로 항소심 재판에서 검찰이 집행유예를 구형했다. 재판부의 최종 선고 결과에 따라 경영에서 손을 떼야 할 상황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박 부사장은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의 장남. 차기 승계가 유력하다. 

서울중앙지법 제4-3형사 항소부(차은경 김양섭 반정모 부장판사)는 20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넘겨진 박 부사장에 대해 징역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과 같은 판결을 구형했다.  김인규 대표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1년, 김창규 전 하이트진로 음료관리본부장(상무)에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하이트진로 법인에는 벌금 2억원을 각각 선고했다.  집행유에는 범죄자에게 단기의 자유형을 선고할 때 그 정상을 참작하여 일정 기간 그 형의 집행을 유예하는 제도이다. 

박 부사장 등은 2008~2017년 하이트진로와 삼광글라스의 알루미늄 맥주캔 거래에 계열사 서영이앤티를 끼워넣는 방식으로 일명 '통행세'를 거뒀다.

서영이엔티는 박 부사장이 최대주주인 회사이다. 박태영(본인ㆍ58.44%), 박재홍(동생ㆍ해외담당 부사장ㆍ21.62%), 박문덕(부친ㆍ하이트진로회장ㆍ14.69%), 기타(0.09%)등이다 박 부사장의 일가가 100%에 가까운 지분을 가진 개인회사나 다름없다. 

하이트진로와 삼광글라스는 맥주 냉각기를 제조하는 기업인 서영이엔티에 통행세를 거둬주는 방식으로 43억원의 일감을 몰아줬다. 삼광글라스는 유리용기, 알루미늄 캔 제조·판매 업체다. 특히 알루미늄 캔 최대 고객은 하이트진로다.  

통행세는 실질적 역할 없이 특수 관계인이나 다른 회사를 매개로 둬 이들 회사에 중간 수수료를 주는 방식으로 지원하는 행위를 말한다. 공거거래법에서 부당지원행위의 하나로 금지하고 있다.

하이트진로가 2013~2014년 맥주캔 제조용 코일과 2014~2017년 밀폐용기 뚜껑을 구매하는 과정에도 서영이앤티를 끼워넣어 각각 8억5천만원, 18억6천만원 상당의 일감을 몰아줬다.

사건은 지난 2018년 부당한 내부거래를 포착한 공정거래위원회가 하이트진로에 1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박 부사장 등 3명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알려졌다. 

박 부사장은 최후변론에서 "깊이 반성하고,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하이트진로측 변호인도 "내부거래를 대폭 줄이고 내부 시스템 정비, 리스크관리위원회 설치,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 ESG컨설팅, 사회활동 등을 하고 있다"며 "박태영과 김인규는 초범이고 김창규는 교통사고 벌금형만 있는 점을 고려해서 벌금형의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항소심 선고는 12월 22일로 예정됐다.  

서영이앤티 지분현황(2021.12.31)
서영이앤티 지분현황(2021.12.31)

◆사익편취 논란 끊이지 않는 이유

같은 사건과 관련 사익편취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정위가 부당내부거래와 관련해 과징금을 부과했고, 이를 내지 않으려고 소송을 제기했다가 대법원에 패소했다.

지난 5월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논평을 통해 "하이트진로의 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종결된 만큼, 이제 하이트진로 총수일가에 의한 사익편취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원인을 제공한 이사들에 대해 책임을 물어 회사의 손해를 보전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이트진로 감사위원회는 사건의 책임 있는 이사들을 상대로 회사가 입은 손해 168억 8000만원(과징금 손해 최대 79.5억원 및 부당지원으로 인한 손해 89.3억원 등)을 회복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