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허영인 회장 '사망사고' 뒤늦게 사과 …진정성은?
SPC 허영인 회장 '사망사고' 뒤늦게 사과 …진정성은?
  • 한상설 기자
  • 승인 2022.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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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매운동 확산을 막고 윤대통령 '발언' 의식한 마지못한 사과라는 풀이
사고후 엿새만의 뒤늦은 사과여서 사고재발 막을 의지 확고한 지 의심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사옥에서 평택 SPC 계열사 SPL의 제빵공장 사망 사고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그러나 허 회장이 사고가 발생한지 6일만에 뒤늦게 사과를 했다는 점에서 진정성을 의심 받고 있다.

허 회장의 이날 사과는 작업장의 안전무방비로 노동자가 비참하게 희생 당하는 일이 다시는 없도록 하겠다는 다짐이기보다는 SPC제품에대한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란 급한 불을 끄고 자칫 관계당국의 조사와 처벌 강화로 이어질 수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의식한 마지못한 대응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노동계에서는 허 회장이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을 강조하는 경영을 해왔더라면 사고 발생 직후 현장을 찾아 고인 유가족과 국민 앞에 진즉 사과해야 했으나 사태가 심각하게 돌아가자 마지 못해 고개를 숙이는 행보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허 회장이 노조파괴를 서슴지 않는 비뚤어진 노조관을 보인 점에 비추어 작업장의 철저한 안전망 구축으로 노동자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 너무나도 중요한 가치라는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며 그러면에서 ”대국민 사과나 안전사고 재발방지대책이 과연 실행에 옮겨질는지는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SPC 그룹 허영인 회장(중앙)이 21일 ‘20대 노동자 끼임 사망사고’에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SPC는 이날 1천억원의 안전투자 등 사고재발방지책도 발표했다.(사진=뉴시스)
SPC 그룹 허영인 회장(중앙)이 21일 ‘20대 노동자 끼임 사망사고’에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SPC는 이날 1천억원의 안전투자 등 사고재발방지책도 발표했다.(사진=뉴시스)

SPC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계열사SPL 평택공장에서 발생한 ‘20대 노동자 끼임 사망사고’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1천억원을 투자해 그서룹 전반의 안전경영 시스템을 강화하는 내용의 재발 방지대책을 발표했다.

허 회장은 이날 “15일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고와 관련해 다시 한번 고인 유가족께 깊은 애도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아울러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거듭 사과드린다”고 밝히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국민 여러분의 엄중한 질책과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특히 고인 주변에서 함께 일했던 직원들의 충격과 슬픔을 회사가 먼저 헤아리고 배려하지 못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허 회장은 사망사고 이후에도 사고가 발생한 기계를 흰 천으로 덮은 채 계속해서 공장을 가동하고, 트라우마에 시달릴 직원들에게 휴가를 부여하지 않아 비난이 쏟아진데 대해서도 이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는 “특히 사고 다음날, 사고 장소 인근에서 작업이 진행됐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는 잘못된 일이었다. 그 어떤 이유로도 설명될 수 없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노동계는 허 회장이 뒤늦게 사과에 나선 것은 SPC의 작업장 안전소홀에 분노한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SPC의 인권경시와 안전무방비에 대한 소비자들의 분노는 불매운동으로 이어져 그 대상은 SPC그룹에 생산하는 전제품으로 확대되고 있다.

앞서 SPC는 사망사고 노동자의 빈소에 SPC 빵을 보내 조문객 접대용 등으로 사용토록 했다. 하지만 노조 등에서는 이는 산재사망사고에 대한 비판여론을 누그려 뜨리려는 얄팍한 꼼수라고 비난했다.

허 회장은 이날 사과에서 SPC는 ‘인간적인 배려’를 강조하고 나선 윤석열 대통령의 전날 발언을 의식한 듯한 발언도 이어져 윤 대통령의 발언이 서둘러 사과에 나서게 한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허 회장은 “언제나 직원을 먼저 생각하고 안전한 일터가 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뼈를 깎는 노력으로 안전관리 강화는 물론, 인간적인 존중과 배려의 문화를 정착시켜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SPC 이날 회견에서 사고 재발방지 대책으로 그룹차원에서 향후 3년간 총 1천억원을 투자해 안전경영 시스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안전시설 확충 및 설비 자동화에 700억원, 직원들의 작업환경 개선 및 안전문화 형성을 위해 200억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황재복 SPC 대표이사는 “고용노동부로부터 인증받은 복수의 외부 전문기관을 통해 사고가 발생한 에스피엘뿐만 아니라 그룹 전 사업장에 대한 ‘산업안전진단’을 즉시 실시해, 진단 결과를 반영한 종합적인 안전관리 개선책을 실행하겠다”며 “전문성을 갖춘 사외 인사와 현장직원이 참여하는 독립된 ‘안전경영위원회’를 구성해 산업안전에 대한 외부 관리 감독 및 자문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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