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경착륙 조짐…'반값' 투매에 단기거래 속출
부동산시장 경착륙 조짐…'반값' 투매에 단기거래 속출
  • 한상설 기자
  • 승인 2022.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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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역, 대출이자 감당못해 매입 1년 내 처분 15%…인천 역대최고로 전국서 가장 높아
송파 '헬리오시티'와 마포 염리동 래미안 특수거래 논란에도 '반값거래'는 거품붕괴 징후

아파트 경착륙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잇따른 금리인상에 대출이자부담을 감당하지 못할 지경에 이른 집주인들이 아파트를 헐값에 처분하는 투매 현상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다간 거래절벽 속에 분양받은 아파트를 시가보다 훨씬 낮은 값으로 파는 투매가 도미노를 이뤄 아파트 거품 붕괴가 본격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송파구에 이어 마포구에서도 '반값 실거래'가 신고돼 이것이 특수거래인지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인 가운데 올 들어 인천에서 아파트 매수 후 단기간에 처분하는 집주인 비율이 급증하고 있다. 잇따른 금리 인상으로 대출이자 부담이 커진데다 공급물량이 쏟아지면서 집값 하락세에 대한 우려가 커진 영향으로 보인다. 아파트값 폭락 가능성 읽을 수 있다.

20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인천에서 아파트를 처분한 매도인 4만1685명 중 6103명(14.6%)이 보유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아 아파트를 판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통계가 집계된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다. 인천이 전국 평균보다 1.5배 가량 높아 전국기준으로도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에 전국에서 83만4876명이 아파트를 매도했는데 이중 1년 이하 보유한 아파트를 판 집주인은 7만9932명으로 9.5%에 달했다. 단기 매도인 비율은 서울이 6만6608명 중 6451명으로 9.7%, 경기지역이 19만3062명 중 1만8432명으로 9.5%로 집계됐다. 인천은 전국 평균보다 1.5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지역이 단기매도가 많은 것은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한동안 급등세를 보인 인천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집값 상승세가 이어졌던 지난해 인천지역 아파트 가격은 20.38% 급등하며 전국 평균치(12.46%)보다 두 배 가까이 높게 올랐다. 해당 기간 같은 수도권 지역인 서울(6.38)과 경기(18.90%)와 비교해도 더 높은 수치다.

서울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송파구 아파트단지 모습.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련없음. (사진=뉴시스)
서울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송파구 아파트단지 모습.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련없음. (사진=뉴시스)

하지만 올 들어 주택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3.65% 떨어지는 등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연이은 금리인상으로 대출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집주인들이 아파트 처분에 나섰다. 이는 서울(-1.94%), 경기(-2.98%)의 하락률을 웃도는 수치다. 특히 인천 아파트 가격은 10월 둘째 주에만 0.38% 떨어지는 등 최근 들어 하락 폭이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부동산 업계는 여기에 공급물량이 넘쳐 인천지역의 아파트값 거품은 빠른 속도로 빠질 것을 보고 있다. 매년 4만가구가 넘는 공급물량이 쏟아지면서 가격 하락세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인천에는 지난해 4만3808가구가 분양됐으며, 올해도 4만5978가구의 분양 물량이 풀렸다. 여기에 내년에는 4만4074가구, 2024년에는 2만2810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특히 대출 비중이 높은 ‘영끌족’은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은 커진데 반해 분양 아파트를 신속히 처분하는 사례가 대폭 늘어나는 추세인데 가격 전망이 어두운 인천지역에선 영끌족을 중심으로 단기매각이 쏟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말고도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에 이어 마포구 '반값 실거래' 논란도 부동산 시장 경착륙의 징후로 여겨지고 있다. 물론 이것이 정상거래냐 아니면 특수거래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지만 가격의 대폭하락이라는 점에서 거품붕괴 조짐인 것 만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업계 일각에서는 마포 반값처분의 경우 최근 잇따른 금리인상으로 대출 부담이 갈수록 무거워지고 집값 하락으로 자산가치는 떨어지자 집주인이 값을 크게 다운시켜 매각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거래절벽 속에 집값이 폭락하게 되면 보유아파트를 처분하지 못해 금융비용부담에 시달리는 고통을 받지 않겠다는 생각에서 집주인은 이런 결정을 한 것 같다고 풀이한다. 앞으로 이런 헐값처분이 잇따를 수 있음을 예고한다.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거품붕괴를 우려한 전세수준의 과감한 처분이라기보다는 증여세를 피하기 위한 특수거래로 보고 있다.  통상 부모-자식 등 특수관계인 간 거래에서 최근 3개월 내 거래된 실거래가보다 30% 저렴하거나 3억 원이 낮게 거래도 정상거래로 취급한다. 급매 거래가 급증하는 현 하락장에서 특수거래가 빈번히 발생하는 상황에서 이번 마포의 반값 거래는 이 수준을 훨씬 밑돌아 특수거래일 가능성이 높다고 점친다..

논란에도 분명한 사실은 아파트 실거래가가 전반적으로 대폭 하락해 거품이 걷히는 속도가 빨라져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이 우려되고 있다는 점이다. 송파구나 마포구의 헐값처분이나 인천의 단기거래 급증은 공포의 부동산 시장시장 경착륙을 우려케 하는 징후임에는 틀림없다.

이와 관련,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정부가 국내 집값 폭락을 유도하고 있는 지적에 SNS를 통해 집값의 하향 안정화는 필요하지만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문제는 집값이 폭락할 수 있다는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데도 정부가 연착륙 대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원 장관은 "집값의 적정한 하향 안정화는 불가피하다"면서 "다만 (가격이) 절벽으로 추락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고도 했다. 부동산 시장이 경착륙할 경우 국내 경제 전체에도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점진적인 하향이 바람직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역대급 거래절벽이 지속하면서 가격 하락이 이어지는 등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연내 추가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렇지만 현재로선 별다른 움직이 없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추가로 규제지역을 해제하거나 취득세 등 부동산 세제를 완화해주는 방안 등의 방안을 검토할 시기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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