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엔 아직도 '꺾기' 성행…농업인 '수호천사'는 빈말
농협은행엔 아직도 '꺾기' 성행…농업인 '수호천사'는 빈말
  • 한상설 기자
  • 승인 2022.10.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꺾기 의심거래 2017년 이후 올 상반기까지 6만2088건
대출 창구에선 "적금을 가입해야만 대출이 수월하다"
금감원, 관계형금융 평가서 우수은행1위 타이틀 무색

 NH농협은행이 금융당국의 규제와 감독을 피하면서 거의 관행적으로 꺾기 의심거래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농협은행이 금융감독원의 관계형 금융 평가에서 우수은행 1위를 차지해 과연 금감원의 이같은 제도가 금융소비자의 은행 이용에 도움이 되는지에 의문이 따르고 있다.

농협은행이 아직도 불건전금융 관행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농업인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금융을 강화해야 하는 본연의 역할을 망각하고 돈 장사에 너무 눈이 멀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농업인들이 대폭 늘어난 금리부담에 힘겨운 상황에서 농협은행은 대출을 미끼로 다른 금융상품을 끼워파는 이른바 꺾기 의심거래를 상습적으로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은행은 말로는 농업인 지원을 강조하면서도 뒷전에서는 중소기업을 비롯해 개인사업자와 개인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해주면서 다른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불건전 금융거래를 서슴지 않았다. 농협은행에서 발생한 꺾기 의심거래 건수는 지난 2017년 이후 올 상반기까지 6만2088건에 금액으로는 5조4639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꺾기' 등 불건전 금융행위로 농업인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농협은행. (사진=뉴시스)
'꺾기' 등 불건전 금융행위로 농업인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농협은행. (사진=뉴시스)

정치권에서도 농협은행의 꺾기 의심거래에 대한 질타는 이어지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회의원은 "농협은행은 농업인들의 재정적 지원을 담당하고 있는데 대출을 미끼로 한 편법 끼워팔기인 이른바 꺾기 의심거래 건수가 천문학적이다"며 "농협은행이 대출을 미끼로 끼워팔기와 실적쌓기에 몰두해 오히려 농업인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농업인들은 조건부 금융거래에 큰 부담을 느낀다며 불만을 터뜨린다. 실제 꺾기 강요로 울며 겨자먹기로 적금 상품 등에 가입했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전라남도에서 과일 농사를 짓는 박모(78)씨는 "비료값, 운반비 등 모든 생산비가 늘어 대출을 받으러 농협은행에 방문했는데 적금을 가입해야만 대출이 수월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면서 "적금에 가입할 만한 여유자금이 충분하지 않아 대출을 포기해야 했다"고 말했다.

농협은행과 거래하는 농업인의 대부분이 고령이고 금융지식이 낮아 이 은행 대출창구에서는 꺾기 거래가 쉽게 이뤄지고 있다. 농협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농업인의 대부분은 창구직원의 꺾기 요구를 당연한 대출 조건으로 알고 제시하는 금융상품 가입을 수락한다. 이들은 불공정금융행위라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해 우선 대출을 받은 생각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이로인해 농업인들은 노후자금 운용에서 큰 위험에 노출될 소지도 없지않다.

불건전 금융행위가 성행한 탓인지 농협은행은 민원 발생건수에서도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해 1, 2분기에 모두 80건 이상의 민원이 발생했고 이 가운데 꺾기 관련 민원 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의 2분기 민원건수는 신한은행에 비해 거의 두 배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농협은행은 올해 금감원이 발표한 '2022년 상반기 국내은행의 관계형금융 취급실적 우수은행 평가 결과'에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저신용자 대출비중, 초기기업 대출비중, 업무협약 체결건수 등에서 우수한 점을 인정받았다.

농협은행은 수많은 농업인을 대상으로 꺾기 거래를 진행해 숫자상으로 취급실적을 대폭 늘려 관계형 금융 평가에서 우수은행 1위를 차지했으나 그 과정에서 고객에 대한 약탈적 금융에 의한 성과가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타이틀의 빛이 바랜다.

대출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꺾기가 존재했다면 농업인을 제대로 지원하기보다는 오히려 부담을 늘려 이익 위주의 불건전 금융에 치중했다면 우수은행 평가는 별 의미가 없다. 그 것도 성과가 수많은 농업인을 상대로 한 꺾기가 바탕이 됐다면 ‘최다 불공정 금융거래’ 은행이라는 평가가 오히려 걸 맞는지 모른다.

관계형 금융이란 재무·신용등급 등 정량적 정보에만 의존하지 않고 기업에 대한 지속적 거래·접촉·현장 방문 등을 통해 얻은 비계량적 정보를 바탕으로 지분투자, 장기 대출 등을 지원하는 방식을 말하는데 농협은행은 이에 역행하면서도 우수은행 평가를 받은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은행권에서는 금감원이 농협은행의 꺾기 거래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철저한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감원은 지난 2015년부터 꺾기를 '민생 침해 5대 금융악'으로 지정해 강력히 규제하고 있으나 농협은행의 꺾기성 금융행위는 사실상 방치된 상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농협은행은 꺾기 거래를 상습적으로 자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부적으로 개선책이 논의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금감원 등 정부 부처가 나서 꺾기 거래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