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펀드] 원자재 가격 상승, 수익률도 '껑충'
[원자재펀드] 원자재 가격 상승, 수익률도 '껑충'
  • 김민지 기자
  • 승인 2005.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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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은 이미 오를 만큼 올랐고 부동산은 위험하고…. 어디 돈 좀 굴릴 데 없을까?" 경기도 일산지역의 '큰손'으로 통하는 정모씨(57)는 요즘 이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는 참다못해 한 증권사의 프라이빗뱅킹(PB) 담당자를 찾아가 고민얘길 꺼냈더니, 지금껏 듣지 못한 '원자재펀드'를 선뜻 추천했다. PB영업 담당자의 말을 빌리자면 '많이 알려진 투자처는 아니지만 시장 규모가 워낙 크고, 향후 원자재 가격 상승 추세도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또 장기간 여윳돈을 예치하기엔 '안성맞춤'이라고. 정씨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원자재펀드에 돈을 묻어두기로 했다. 최근 국제원유를 비롯해 구리, 금 등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가 지속됨에 따라 원자재 관련 해외펀드 수익률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원자재펀드란 간단히 말해 석유나 금, 귀금속 등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하지만 원자재펀드라고 하더라도 실제 현물에 직접 투자하는 펀드는 거의 없다. 대부분 상품선물에 투자하거나 관련 선도기업 또는 상품가격을 지수화시켜 이 지수에 투자한다. 지난 2004년 4월말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국내 투자자에게도 원자재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물론 초기에는 수익구조가 복잡한 데다가 투자자들의 인식이 충분치 않아 호응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에 힘입어 관련 펀드가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자 투자자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진 상태. 이렇게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원자재 ‘블랙홀'인 중국과 인도 등의 구매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현재 세계 1위의 원자재 수입국이다. 그만큼 제품생산을 위해 막대한 양의 원자재를 수입하고 공장가동과 자동차에 필요한 석유 수요도 대단히 많다. 반면 원자재 재고량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또한 상품 자체는 고수익, 고위험의 자산이지만 주식, 채권 등 다른 자산과 함께 투자했을 때 분산효과가 크다는 점도 인기 요인이다. 대우증권 상품개발팀 박형규 대리는 "중국과 인도 등의 경제 성장으로 엄청난 원자재 수요가 생겼다"며 "원자재펀드는 투자대상의 다양화라는 측면과 주식시장에 대한 대체투자로서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 어떤 상품들 판매하나 현재 증권사에서 판매되고 있는 원자재 펀드는 대부분 원자재 관련 기업에 투자하거나 포트폴리오 일부를 원자재 선물에 투자한 상품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메릴린치 월드에너지펀드'와 '메릴린치 뉴에너지펀드', '메릴린치 마이닝펀드' 그리고 '메릴린치 월드골드펀드' 등 해외주식형 펀드 4종을 판매하고 있다. 먼저 메릴린치 월드에너지펀드와 메릴린치 뉴에너지펀드는 원유와 천연가스 등을 개발하는 전 세계 선도적 에너지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펀드평가사 모닝스타코리아에 따르면 메릴린치 월드에너지펀드는 유가 급등에 힘입에 지난 20일 현재 연수익률이 65.84%에 달했다. 이는 판매중인 4개의 펀드 가운데 1년 수익률로는 최고치다. 메릴린치 월드마이닝펀드는 세계의 귀금속과 기초금속회사의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로서 주로 철과 석탄, 구리, 야연, 니켈 등의 기초금속과 금, 다이아몬드 등 귀금속을 생산하는 기업의 주식에 투자한다. 지난 20일 기준 연수익률은 34.69%를 나타냈다. 그밖에 세계의 금광주와 귀금속주에 투자하는 메릴린치 월드골드펀드도 최근 3개월 수익률이 17.41%를 기록하고 있다. 이들 상품의 최소 가입액은 1000만원이며 투자는 미국 달러화로 이뤄진다. 우리투자증권은 글로벌 주식선물, G7 국가 장기국채 선물과 원자재 선물 등에 투자하는 '월드챔프 파생상품 투자신탁 제1호'를 판매하고 있다. 이 상품의 특징은 무엇보다 상관도가 낮은 자산들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투자위험성을 크게 낮췄다는 것. 또 투자 지역과 투자 대상을 다양화해 분산투자의 효과도 얻을 수 있다. 투자운용전략은 우선 G7국가 우량 장기국채 선물투자로 펀드의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고 S&P500, Dow Jones Euro Stoxx50, KOSPI200 등 글로벌 주식에 대한 인덱스 선물투자로 분산투자 효과를 톡톡히 거둘 수 있게 했다. 여기에 금, 원유, 구리 등의 원자재선물 투자로 인플레이션을 극복해 펀드수익률을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운용된다. 이들 투자대상자산은 상관관계가 낮아 투자위험성을 크게 줄일 수 있고, 매월 펀드 전체의 변동성을 체크해 이를 지표로 위험관리와 자산배분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보다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환매시 수수료는 90일 미만은 이익금의 70%, 180일 미만일땐 이익금의 40%다. 지난 5월17일에 설정된 이 상품은 24일 현재 80억원의 판매고를 기록중이며 우리자산운용이 운용을 맡았다. 월드챔프파생상품을 운용하고 있는 강충모 펀드매니저는 "최근 국제유가가 사상 처음으로 배럴당 68달러까지 치솟았고, 인도와 브리질도 중국을 버금가는 급격한 경제 팽창세를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도 원자재 상품시장은 꾸준하게 자금이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 포트폴리오에 일부 투자해야 '승산' 이제는 상품(commodity)도 채권처럼 안전한 투자수단이 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투자자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점이 있다. 먼저 원자재 펀드는 가격 변동에 따라 고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반대로 위험손실이 높은 편이다. 따라서 원자재 외에 주식과 채권 등에 분산 투자가 가능한 상품을 고르거나 원자재 펀드와 함께 수익이 비교적 안정적인 상품에 동시에 가입해 위험을 줄이는 게 좋다. 또한 원자재 해외펀드의 경우는 해외펀드의 위험을 똑같이 가졌다. 미국달러로 투자하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 하락할 경우 환 차손을 입을 우려가 크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마지막으로 원자재 시장은 워낙 변동성이 큰 분야라 업계 현황을 모르면 손실을 보게 된다. 늘 업계의 동향과 정보에 관심을 갖고, 경험이 많은 운용사와 펀드매니저를 선택해야 낭패가 없다.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 황재훈 연구위원은 "원자재가격의 순환 사이클은 3∼4년 유지되기 때문에 한 번 상승곡선이 꺾이면 몇 년간 내림세를 보인다" 며 "가입 전에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자산구성을 다양화하는 차원에서 포트폴리오의 일부를 실물 투자로 구성하는 것은 괜찮지만 과도한 투자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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