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공단, 연체료 징수에서 '사채업자' 뺨쳐
건강보험공단, 연체료 징수에서 '사채업자' 뺨쳐
  • 한상설 기자
  • 승인 2022.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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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체이자는 사체금리보다 높아…국만건강권 보호 공기능 망각
추심에서 피도 눈물도 없이 가혹해…개인사업자 도산속출우려

국민의 노후자금을 관리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채권 추심에서 사채업자를 뺨친다. 공공기관이라는 본문에도 불구하고 보험료를 조금만 연체해도 살인적인 고금리를 물린다. 체납자에 대한 결손처분 기준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해 일부 개인사업자들이 사업을 접는 사태도 발생한다.

물론 건강보험공단으로서는 체납액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게을리할 수는 없다. 이는 기금을 축내 만족한 보험서비스 제공을 어렵게 하는 요인을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건강보험공단이 피도 눈물도 없는 사채업자의 얼굴을 해서는 결코 안 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건강보험제도는 시민의 건강과 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보장제도이다. 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은 돈 장사를 하는 곳이 아니고 국민건강권을 보장하는 공적 기능을 수행한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건강보험공단이 납부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과도한 징수와 보험급여를 제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한다. 일각에서는 공단이 국민 건강권을 보장하는 곳인데 체납자들의 재산 가압류, 통장 압류까지 하는 것은 사실상 국가 용인하에 행해지는 범죄로 국민 건강권 보호라는 본래의 역할을 망각한 행위라고 비판한다.

가혹한 연체 보험료료 징수로 높은 비판여론에 휩싸인 건강보험공단. (사진=뉴시스)
가혹한 연체 보험료 징수로 높은 비판여론에 휩싸인 건강보험공단. (사진=뉴시스)

19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과 체납자 등에 따르면 건강보험을 비롯한 국민연금, 산재보험, 고용보험 등 4대 사회보험료의 최초 30일 동안 연체이자율은 3%에 달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체납보험료에 매일 0.1%(1/1000%)씩 한 달 동안 총 3%의 연체료가 붙는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무려 36%의 연체이자률이 적용되는 셈이다.

한 달 후부터는 매일 0.033%(1/3000%)씩 6개월 동안 총 6%의 연체료가 붙는다. 6개월간 연체료로 매달 1%씩 추가돼 연간으로 환산하면 12%에 이른다. 즉 4대 보험료를 연체할 경우 연체 발생 이후 7개월 동안 총 9%의 연체료를 내야 하는 구조다. 보험료 연체 첫 달의 연 환산 연체료 36%와 이후 6개월 동안 연환산 연체료 12%를 감안하면 연체이자률은 9%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살인적인 고금리가 아닐 수 없다는 평가다. 대부업체들이 물리는 연체료보다 높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법인세 연체이자율의 3배가 넘고, 전기요금의 월 1.5%, 이동통신사의 2%보다도 훨씬 높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4대 사회보험이 공 기능의 본분을 망각하고 사채업자와 같은 고리대금업을 하는 행태를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4대 보험료를 제때에 납부하지 못해 500만원을 연체할 경우 총 연체금은 7개월 동안 45만원에 이른다. 연체 첫 30일 동안은 연체이자률 3% 적용에 따라 연체금으로 15만원을 내야 한다. 여기에 1개월 후에도 계속 연체되면 체납보험료를 납부할 때까지 6개월 동안 추가로 매달 5만원씩 30만원의 연체금이 붙는다. 첫 1개월 연체이자율 3%는 개인 간 금전거래 시 일반적으로 지불하는 사채이자인 2부(월 2%)보다도 높다.

연체 건강보험료 징수에서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공단의 가혹하고 완강한 체납 기준이다. 개인사업자 A씨는 직원들의 4대보험 2400만원을 연체해 최대한 결제했으나 6월 마지막으로 내지 못해 지난 8월, 2금융권까지 모든 계좌들이 지급정지되는 일을 당했다. 건보공단측으로부터는 계좌정지 등과 관련해 어떠한 통보도 받지 못했다.

그는 건보공단에 이럴 수 있느냐며 항의했다. 건보공단측은 측은 체납액의 70%인 1600만원을 내야 풀어줄 수 있다고 했고 A씨는 사정을 얘기하고 50%인 1200만원을 내기로 합의했다. 우선 절반만 내면 지급정지가 해지될 것이라는 건보공단 직원의 말을 믿고 대출을 받아 직원 급여를 지급했다. 하지만 이후 추심도 계속됐고 지급정지도 풀리지 않았다. 그는 사업을 접어야 할 입장이다. 건보공단의 가혹한 연체징수가 사업자를 사지로 몰고 있다.

실제 건보공단은 장기 체납자에게 급여를 제한시켜 의료 서비스 이용에 제약을 두고 있으며 ‘체납처분제도’를 통해 건보료를 내지 않으려면 생계 자체를 포기시키는 관리를 시행 중이다. 이에 대해 수년간 국회나 감사원 등을 통해 지적받아왔지만, 공단은 해당 제도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단은 체납 문제에 대해 적절한 관리를 외면한 채, 제도 본분을 망각하고 ‘관리를 위한 관리’만 하고 있다”면서 “이는 제도에 실효성이 없을 뿐더러 비효율적”이라고 꼬집었다.

일본과 대만에 비추어도 건보공단의 연체관리방식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정부 지원금만 보더라도 우리나라는 12.5%에 불과한 반면, 대만은 36%, 일본 48.5%에 달해 차이가 크다. 체납자 제재 방안의 경우 한국은 부당이득 징수를 하지만, 대만은 없고, 일본은 납부기한별로 급여를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만의 경우는 체납자 지원방안이 갖춰져 있고, 보험료를 경감하거나 지원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등 의료 사각지대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보호장치’가 마련돼있다.

시민사회단체들도 건보공단의 징수 강도를 대폭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공단은 국민 건강권을 보장하는 곳인데 체납자들의 재산 가압류, 통장 압류까지 하는 것은 국가 용인 하에 행해지는 범죄”라며 중단을 요청했다.

또 다른 시민단체 관계자는 “건보공단은 두 얼굴이다. 겉으로는 국민 건강권을 위한 공공기관 같지만, 수입이 불규칙한 사람들이나 실직자에게는 가혹한 곳”이라며 “생계를 위한 자동차를 뺏거나 연 5회 이상 납부를 독촉하는 등 마치 대부업체와 같은 곳”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이어 “공단은 생계형 체납자들의 사회 복귀와 치료받을 권리 등을 외면한 채 무분별한 징수만을 행하고 있다. 이 같은 행정 편의주의적인 행동은 공공기관의 목적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물론 건보공단의 입장은 달랐다. 성실 납부자와의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체납관리는 엄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체납관리를 적당히 할 경우 성실한 납부자의 강한 반발을 설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건보공단 측은 “현재 건강보험 부담은 능력에 따라 하고 있기 때문에 체납 시 징수하는 것이 합당한 것”이라며 “독촉과 급여제한 등의 징수 절차도 건강보험법에 따른 합법적인 행위”라고 강조했다.그러면서 무엇보다도 체납자에 대한 미비한 관리와 체납률 증가 등은 성실한 납부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게 되고, 건강보험 재정 누수로 인해 지속 가능성의 위협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건보공단 최근 들어 무분별한 징수 행위도 지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이 관계자는 150만원 미만 소액 예금은 압류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가구 구성을 불문하고 미성년자 체납자의 연체료는 결손처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체납자들에 대해서는 가장 먼저 분할납부 안내 등 포지티브 정책 시범사업을 시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는 결손처분 기준을 추가로 완화하고, 저소득·취약계층의 부담을 완화하는 데 힘쓰겠으나 납부 능력이 있는 체납자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징수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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