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은 여전히 성행…'솜방망이' 처벌 때문
담합은 여전히 성행…'솜방망이' 처벌 때문
  • 한상설 기자
  • 승인 2022.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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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합적발기업에 대한 과징금은 관련 매출의 2.4%에 불과 '남는 장사'
공정당국의 규제·처벌강화 시급…윤석열 정부, 담합규제 완화 시그널

많은 기업들이 어느 정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담합을 감행하는 것은 폭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담합하다 적발돼도 과징금은 담합액이 2%에 불과한 솜방망이에 그쳐 담합을 하지 않는 기업이 바보 취급을 받을 정도다.

국민과 소비자부담으로 전가되는 담합을 뿌리뽑기 위해서는 공정당국의 규제와 처벌 강화가 시급하나 윤석열 정부는 담합 기업에 대한 제재를 중복규제라고 규정하고 처벌을 완화해 주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무분별한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어 새정부의 공정거래에 대한 감시후퇴가 소비자와 중소기업의 피해 증대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최근 김회재 의원(더불어민주당, 전남 여수시 을)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2년 8월까지 최근 5년간 기업들이 담합으로 얻은 매출액이 71조 8천 10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담합을 하다 적발된 기업에 대해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은 같은 기간 1조 7천 38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2.4%에 불과했다. 기업들은 담합을 하면 좋은 마진이 보장돼 큰 돈을 벌 수 있으나 적발시 제재는 미미해 담합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조달청 철근 입찰 담합 혐의로 11개 철강사에 2565억원의 과징금을 결정했다. 철강업계는 공정위 판단에 이견이 있다며 적극 소명한다는 입장이다.(사진=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조달청 철근 입찰 담합 혐의로 11개 철강사에 2565억원의 과징금을 결정했다. 철강업계는 공정위 판단에 이견이 있다며 적극 소명한다는 입장이다.(사진=뉴시스)

공정당국의 담합 규제가 느슨한 틈을 타 해마다 기업들의 담합 규모는 급증 추세다. 연도별 담합사건 관련 매출액을 보면 2018년 10조6천327억원에서 2019년 3조227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그러나 2020년 9조2천195억원에서 지난해 25조1천706억원으로 늘었고, 올해는 1∼8월에만 벌써 23조7천654억원으로 작년 연간 수치에 근접해 작년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공공분야 철근 담합 사건’은 담합에 대한 경미한 처벌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공정위는 지난달 철근 담합을 한 11개 제강사에 대해 관련 매출액 약 4조 9천 900억원의 1%에도 못 미치는에 2천 56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데 그쳤다.

제강사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크게 남는 장사여서 판매에서 입을 맞추는데 주저하지 않았던 것으로 짐작된다. 11개 제강사들은 2012~2018년 기간 동안 조달청이 정기적으로 발주한 철근 연간단가계약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 물량을 배분하고 투찰가격을 합의하는 방법을 활용해 담합을 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공정위는 11개 제강사 중 7개사와 이들 7개사의 전·현직 직원 9명은 검찰고발을 결정했다.

문제는 규제가 더욱 완화될 소지가 많아 담합이 근절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윤석열 정부는 친기업, 재벌정책에 따른 규제 완화를 추진할 방침이고 이는 전형적인 불공정거래인 담합에 대한 처벌 완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주고 있다.

 이윤추구가 기업의 본질인데 큰 이익이 보장되는데 비해 처벌이 경미한 상황에서 담합에 나서지 않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새정부의 기업규제 완화가 자칫 불공정거래 풍토를 조장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와 중소기업에 돌아간다. 앞서 정부는 공공 입찰에서 담합한 기업이 국가계약법과 판로지원법으로 중복 제재를 받지 않도록 규제를 정비하겠다고 발표했다.

김회재 의원은 “윤석열 정부는 담합 기업 제재까지 중복규제라며 풀어주려고 하고 있다”면서 “정부의 무분별한 시그널이 공정경제를 흔들고, 담합으로 시장경제를 해치는 자들에게 부적절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무분별한 규제완화를 꼼꼼하게 검증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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