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슈퍼, 태풍비상 속 '사재기'유도 …부적절 마케팅
롯데슈퍼, 태풍비상 속 '사재기'유도 …부적절 마케팅
  • 한상설 기자
  • 승인 2022.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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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태풍오자 고객에 문자보내 태풍관련 물품 구매유도
재해 대비 상황에 ‘사재기 조장’ 문자…상도의 벗어난 행동

롯데쇼핑의 롯데슈퍼와 엘포인트가 '힌남노'역대급 태풍이 상륙하면서 남부지역에 피해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고객들에게 태풍관련 물품의 사재기를 조장하는 듯한 문자메시지를 보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롯데계열 유통사는 고객들에게 태풍피해에 철저하게 대비하라는 격려의 메시지는 보내지 못할지언정 매출을 늘리려는 전략 아래 미리 태풍관련 물품을 사 둘 것을 유도해  부적절한 마케팅을 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슈퍼와 엘포인트는 지난 5일 기존 이용 고객들을 대상으로 ‘롯데슈퍼 태풍 사전 대비 안내’라는 제목으로 사전에 미리 물품을 구매하라는 내용의 광고 문자를 일괄 발송했다.

롯데는 이 문자에서 " 역대급 태풍 힌남노가 북상 중으로, 철저한 사전 대비로 피해가 없기를 기원한다”면서  “과거 태풍 상륙시 고객님들이 미리 구매하셨던 상품 품목을 안내드리오니 참고 부탁드린다”고 안내했다.

롯데의 태풍을 이용한 마케팅이 매우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많은 고객들이 태풍이 엄청난 피해를 발생시킬 것으로 예상해 피해 예방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할 상황에서 태풍에 대비한 물품을 사라고 유도한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롯데는 이 문자에서 과거 태풍이 상륙했을 당시 구매율이 크게 증가했던 품목들을 일일이 나열해 사실상 사재기를 유도했다. 롯데는 문자메시지에 지난 2020년 태풍 마이삭 당시 구매가 급증했던 상품군과 평균 증가율을 열거했다. 냉동반찬류(51.3%), 냉동분식류(47.9%), 유제품류(47.4%), 과자 간식류(46.3%), 통조림류(45.0%), 커피차 및 음료(44.5%), 라면류(43.0%) 등이다.

롯데가 태풍 '힌남노'가 상륙하면서  '태풍 대비 구입 품목' 문자를 소비자들에 발송해 '사재기'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한 고객에 온 문자메시지 캡처)
롯데가 태풍 '힌남노'가 상륙하면서 '태풍 대비 구입 품목' 문자를 소비자들에 발송해 '사재기'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한 고객에 온 문자메시지 캡처)

물론 롯데의 이같은 물품 구매유도는 고객에 대한 서비스 차원에서 진행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난리로 교통상황이 정상이 아닌 경우 필요 물품을 제대로 사지 못하거나 배달이 지연되는 일이 벌어질 수 있어 이런 경우에 대비하라는 안내로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서 이런 안내를 한 배경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만약 위기 대비를 위한 사전 안내 차원이라면, 태풍으로 인한 배송 지연이나 배송 불가, 혹은 물류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 재고가 부족할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가야 맞다”고 꼬집었다.

한 소비자는 “태풍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는 데 온 신경을 쏟는 불안한 상황에서 문자로 품절 전에 물품들을 미리 사놓으라고 하는 것은 사실상 사재기 권고행위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태풍으로 경황이 없는 데 롯데가 태풍을 이용해 더 많은 매출을 올리겠다는 마케팅은 아무래도 상도의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유통업계는 롯데의 '태풍 마케팅'에 대해 일반적인 마케팅 방식이 아닌 것으로 문제가 있다는데 입을 모은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마케팅 문자는 구매를 유도하려는 것으로, 자연재해 위기에 사용할 수단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대형마트 관계자는 “재해 관련 문자는 재해 발생 후 침수 피해 등으로 점포 이용이 불가할 때, 인근 이용 가능한 점포를 안내한 정도”라며 “이를 마케팅에 활용한다는 발상은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쇼핑 측은 이번 태풍 마케팅 문자 발송과 관련해 “오해의 소지가 있으나 조금 더 신경을 쓰지 못한 건 사실”이라며 “사재기를 조장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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