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산그룹 특별세무조사, 세금없는 편법승계 '응징'?
벽산그룹 특별세무조사, 세금없는 편법승계 '응징'?
  • 한상설 기자
  • 승인 2022.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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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정예요원 투입해 승계자금등 집중조사
오너일가, 개인회사 만들어 내부거래로 재산 불리고 지배력 강화

벽산그룹이 국세청의 특별세무조사를 받게 된 것은 높은 내부거래에 의한 사익편취의 단꿈에 취해 공정의 룰을 무시해 온 때문으로 풀이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최근 서울 중구 벽산그룹 사옥에 인력을 투입해 세무 관련 자료들을 확보했다. 기업들의 탈세 제보나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는 기업들을 타깃으로 특별조사를 벌이는 조사4국은 벽산이 오랜동안 계열사 간 밀어주기에 의해 오너일가의 승계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세금탈루 여부를 집중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벽산일감몰아주기의 중심에는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가 있다. 벽산그룹은 오너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로 건축자재와 난방장치 도매업을 영위한다. 김희철 벽산그룹 회장의 장남 김성식 벽산 사장과 차남 김찬식 벽산 부사장 형제와 김성식 사장의 세 자녀인 주리·태인·태현씨 등 벽산가(家) 3·4세 5명이 지분을 각각 20%씩 보유하고 있다.

벽산그룹 계열사들은 오너일가의 배 불리기를 위해 지난 2010년 설립 직후부터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에 일감을 몰아줬다. 설립 3년째인 지난 2013년에는 내부거래 비중이 94.18%(총매출 343억원중내부거래액 323억원)로 90%를 넘겼다.

당시에도 공정당국은 일감몰아주기 감시를 강화했다. 전형적인 불공정거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벽산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를 아랑곳 하지 않았다. 공정위 지적에도 벽산의 내부거래비율은 꾸준히 90%대를 유지했다.

이 회사의 연도별 내부거래 비율을 보면 2014년 96.22%(344억원-331억원), 2015년 95.39%(313억원-299억원), 2016년 94.23%(339억원-320억원), 2017년 90.02%(360억원-324억원), 2018년 97.22%(334억원-325억원), 2019년 93.69%(341억원-319억원) 등으로 모두 90%를 웃돌았다.

그동안 공정위는 대기업의 사익편취 규제를 강화했다. 하지만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는 내부거래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자생력이 거의 없는 상황이어 90%를 넘는 과도한 내부거래 비중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지난 2020년 내부거래 비중은 96.69%(348억원-337억원)에 달했고, 지난해에도 전체 매출 380억원 중 97.44%에 해당하는 371억원을 그룹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올렸다.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는 내부거래로 마련한 승계자금을 지배력 강화 등에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가 그룹 지주사인 벽산의 최대주주(12.42%)에 올라 있는 것은 사익편취 강화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오너 일가가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를 소유해 벽산에 이어 벽산페인트를 지배하는 순환출자 구조로 돼 있다.

국세청은 내부거래에 의한 승계자금 마련과정에서 탈세여부에 조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감몰아주기 과정에서 단가나 비용조작으로 세금 탈루가 있었는지 여부를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가 계열사와 거래에서 시장가와는 달리 구입가 등을 유리하게 적용받을 수 있는 입장에 있어 기업회계와 세무회계 차이에 의한 탈세 가능성은 없지 않다고 세무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국세청의 이번 세무조사로 탈세가 사실로 드러나면 벽산그룹 오너일가는 그동안 내부거래에 의해 편취한 승계자금의 상당액을 뱉어 내야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감시가 허술한 틈을 타 개인적인 부를 늘리고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여념이 없었던 오너일가의 빗나간 경영행태는 더 이상 지속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앞으로의 벽산 경영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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