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신아연 다큐 기록"스위스 안락사 현장을 다녀오다"
소설가 신아연 다큐 기록"스위스 안락사 현장을 다녀오다"
  • 정연숙 기자
  • 승인 2022.0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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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죽음과 삶의 성찰...인문학적 대화 기록"
국내 존엄사법 발의 눈앞..갈 길 먼 국내 '웰 다잉'
소설가 신아영 @블로그 캡처
소설가 신아연 @블로그 캡처

'세계 최고의 미남' 프랑스 배우 알랭 들롱(Alain Delon)이 안락사安樂死, euthanasia, 그리스어: ευθανασία →good death, 아름다운 죽음)를 결정했다. 2019년 뇌졸증 수술을 받은 뒤 투병 생활을 이어오다가 지난 3월 안락사로 생을 마감하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결정은 국내 안락사 논의에 불을 지폈다. 국내에도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켰다.  '웰다잉(Well-Dying)'에 관심 갖게 됐다. 삶의 질 못지 않게 죽음의 질도 중요하며, 스스로 삶을 마감할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이다.

소설가ㆍ칼럼니스트 신아연 작가가 시한부 삶을 살고 있다는 한 독자와 스위스를 동행하며 기록한 철학 에세이 <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조력자살 한국인과 동행한 4박5일>(책과나무)을 펴냈다. 

신 작가는 작년 8월 호주 국적의 페암 말기 환자인 고(故) 박민철(64)씨에 죽음의 여행을 동행하게 된다. 박 씨는 한국인으로는 세 번째이다. 스위스의 대표적인 조력사 단체에 도움을 받는다. 이 단체의 도움으로 지난 한해 212명이 생을 마쳤다. 

신 작가는 "지난해 3월 저의 오랜 독자인 고인께서 스위스행을 제안했다. 간곡했다. 동행을 결심했다. 그 분은 호주에서 편도 티켓을, 저는 한국에서 왕복 티켓을 끊고 스위스로 출발했다."고 했다.

신작가와 일면식도 없는 박씨는 지난해 8월 24일 스위스에서 처음 만난다. 당시 박씨는 폐암 말기로 병원에서 선고했던 3개월 이상을 넘긴 상태였다. 

신 작가는 "그 긴장감, 그 절박함, 그 두려움, 그 안타까움이 다시금 떠올라 가슴이 먹먹하다"며 "납골당에 유골함을 모시듯 이 책을 펴냈다. 스위스에서 그를 보낸 뒤 1주기에 맞춰 출간책이 되어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죽음과 삶을 성찰하며 두 사람이 나눈 깊은 인문적 대화와 실제로 죽어야 하는 사람과 그 죽음을 간접 체험하는 사람의 공포와 두려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저자는 당시 느꼈던 감정적 파고와 안타깝고 절박하고 참담했던 현장의 상황을 내밀한 시선과 섬세한 필체로 담담히 써내려간다.

 

죽음을 택한 독자는 마지막 밤까지
마치 이 세상에서 소풍을 떠나듯 너무나 담담했다. 
이제 어디로 갈 것 같으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글쎄요... 어디든 가겠지요.”
“좋은 데로 가실 것 같나요?”
“있다면 갈 것 같아요.”
“지금 누가 가장 보고 싶으신가요?”
“어머니요. 부모님이 마중 나와 계시면 좋겠어요.” 
<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pp.96~97

저자는 그 독특한 체험을 바탕으로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의 시간으로 침잠한다. 안락사와 조력사 논쟁으로 뜨거운 우리 사회를 위태로운 시선으로 보고 있다. 

신 작가는 "스위스에 동행했다고 해서 본인이 조력사를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생명의 주인은 우리가 아니며 따라서 태어나는 것도 죽는 것도 우리의 선택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신 작가는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선 환자에 모습을 기록하면서 하나님을 믿게 된다.  종교를 갖게 되교 교회에 나가게 됐다는 것. 

신 작가는 "그분의 영혼을 안치하고 저는 이제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며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삶과 죽음의 여행을 아직은 계속해야 하니까요"라는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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