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기요 '벼룩의 간을 빼먹지'…오·배송책임 라이더에 전가 일쑤
요기요 '벼룩의 간을 빼먹지'…오·배송책임 라이더에 전가 일쑤
  • 한상설 기자
  • 승인 2022.0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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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 유니온 기자회견, 우월적 지위의 갑질 중단하고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라 촉구

“벼룩의 간을 빼어 먹지..” 요기요 배달앱 라이더들은 회사측이 음식물 오배송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데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라이더들은 요기의 횡포에 강력히 반발,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플랫폼 배달노동자들의 모임인 ‘라이더유니온’은 27일 기자회견을 "사측이 오배송에 대한 합리적인 사후 처리 기준 없이 임의적으로 처리하며 모든 책임을 라이더에게 전가한다"며 배달 플랫폼 회사에 기준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요기요의 라이더에 대한 지나친 갑질은 곳곳에서 확인된다. 지난 8일, 요기요 플랫폼 배달노동자 A씨는 배달 '콜'을 잡아 고객이 주문한 비빔밥과 육회 등을 배달했다. 하지만 그 후 A씨는 요기요 고객센터로부터 '고객이 받은 음식에서 육회가 빠졌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러면서 회사 측은 책임을 이 라이더에 돌렸다. 그는 '육회를 빠뜨렸으나 육회 가격 2만 3천원을 다음 수수료 정산일에 차감하겠다“'는 연락을 회사로부터 받았다고 설명했다.

라이더유니온 조합원들이 '요기요의 불합리한 음식값 차감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라이더유니온)
라이더유니온 조합원들이 '요기요의 불합리한 음식값 차감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라이더유니온)

그는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검은색 비닐봉지에 포장된 음식의 겉면에 붙은 영수증의 주문번호까지 확인한 후 정확히 배달한 사실을 증명했다. 육회는 더운 날씨 등으로 상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위해 라이더가 올 때까지 냉장고에 보관하는데 당시 가게 측에서 이를 꺼내주지 않았다고 그는 주장했다. 잘못은 음식점에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그는 추가 배송하면 이 문제제가 해결될 것으로 생각했으나 이미 고객이 육회를 부분적으로 주문 취소한 상황이라 이마저도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배달앱을 통해 주문한 음식 중 일부가 누락돼 오지 않았다면 이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요기요는 그 책임을 라이더에게 전가하고 있다.

라이더유니온은 이런 주문 누락뿐만 아니라 잘못 배송된 음식물을 회수해 폐기하는 부당한 지시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1일, 배달노동자 김태현씨는 배달 '콜'을 잡았다. 해당 콜은 음식 주문이 아닌 이틀 전 잘못 배송된 음식을 회수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이어 사측은 김씨에게 음식을 회수 후 자체적으로 폐기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잘못 배달된 음식물을 회수하는 건으로 보통 때처럼 음식물을 식당에 가져다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픽업 완료 버튼을 누르자 “이틀 지난 주문건이라 (즉시) 폐기 부탁드린다”는 안내를 받았다. 김씨는 “‘음식물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라는 말인데 문제가 생기면 그 책임은 누가 지냐’고 물으니 그제야 배차 취소를 해 줬다”며 “20분 이상을 도로 위에서 보냈는데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이 뿐만 아니라 식당에서 음식을 빠뜨리고 포장한 경우나 교통사고로 배달을 완료하지 못한 경우에도 음식값은 배달수수료에서 공제됐다. 익명을 요청한 한 라이더는 “배민과 쿠팡, 요기요를 다 하고(콜을 받고) 있는데 포장불량으로 인한 음식값까지 물리는 것은 요기요가 유일하다”며 “플랫폼업체는 배달 중개와 정산을 하고, 식당은 조리와 포장을 하고, 라이더는 안전하게 배달하고 갖다주면 되는데 모든 책임을 라이더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요기요는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앱을 통해 배송 시 라이더가 지켜야 할 유의 사항을 공지하고 있다. 픽업 시 음식을 모두 챙겼는지 필수적으로 확인하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노조에 따르면 요기요는 라이더에게 앱을 통해 ‘배송시 유의사항’을 수시로 통지하고 있다.

유의사항에는 △픽업시 주문번호·금액·메뉴명·포장상태 필수 확인 △파손에 취약한 음식이라 판단되면 업장 도착시 랩핑포장 여부 확인 및 업장에 문의해 추가 랩핑포장 요청해 예방 △물품을 고정할 수 있는 고정장치 구비해 쏠림 및 터짐 방지 같은 내용이 들어있다.

포장불량으로 인한 재주문·재배달 책임을 라이더에게 전가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노조가 공개한 라이더와 요기요 담당자와의 대화 내용을 보면 “모든 음식 포장을 다시 풀고 확인하라는 의미냐”는 라이더 질문에 요기요측은 “원칙적으로 그렇다”고 답했다.

배달노동자들은 이런 유의사항이 '현실성이 없다'고 반박한다. 배달노동자 김 모씨는 "매장에서 일일이 포장을 다 열어서 음식점 사장에게 메뉴가 맞냐고 묻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배달노동자 B씨는 "매장에서 포장을 여는 순간 '잘 포장해놨는데 왜 여나'며 다툼이 벌어진다"며 "시간이 돈인 라이더의 책임과 의무는 안전하게 포장된 음식을 안전하게 가져다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조는 일방적으로 라이더에게 책임을 지울 게 아니라 대화를 통해 음식값 차감 기준과 배송사고 처리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정훈 위원장은 “배달업무를 하는 라이더에게 음식 포장과 확인까지 떠넘기는 것은 과도한 요구”라며 “노조와 협의를 통해 기준이 정해지지 않은 것들에 대한 ‘합리적 기준’을 만들 것을 제안한다. 대화 자리를 거부할 경우 정식 교섭 요청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요기요 측은 “라이더들과 위탁계약시 계약서상에 귀책으로 인한 책임 소재 기준에 대해 명시하고 동의하에 서비스 위탁을 하고 있다”며 “라이더 안전이나 라이더의 책임 부담에 관한 자사의 정책이 다른 회사들과 비교해 과도하거나 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사측은 “타사와 달리 라이더의 오배송시 음식값만 차감하고 수수료는 그대로 지급한다”고 덧붙였다. 라이더유니온의 대화 요구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라이더, 레스토랑 파트너 등과의 협력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리적으로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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