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대형 사고에 신용 '급추락'…손태승 회장 '퇴진론' 고개
우리금융, 대형 사고에 신용 '급추락'…손태승 회장 '퇴진론' 고개
  • 한상설 기자
  • 승인 2022.0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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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700억 횡령직원이 1년간 무단 결근 사실 몰라 '충격'
내부통제 와해된 상태…손 회장 징계취소 항소심서도 확인 돼
고객들, 돈 맡기는 데 불안…미스테리 대규모 외화송금도 악재

우리은행의 신용이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다. 신용은 은행의 생명이나 다름없는데 신뢰 실추는 금융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는 심각하다.

대형 금융 사고가 하루가 멀다 않고 터져 믿고 거래하기 어려운 은행이라는 불신감이 조성되고 있다. 고객재산관리에 단 1원의 착오도 없도록 철저하게 관리하는 곳이 은행인데 정작 큰 도둑이 은행 내부에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그것도 한 직원이 통도 크게 7백억 원을 횡령한 사실은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할 정도다.

보다 심각한 것은 우리은행이 거액의 횡령 사고를 장기간 몰랐다는 점이다. 내부기강이 얼마나 해이했으면 고객 돈을 지켜야 할 직원이 돈을 훔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을까. 그리고 그가 파견 근무한 사실을 1년간이나 몰랐다. 내부통제와 감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결과다.

게다가 우리은행은 최근 이상한 대규모 외환거래로 금융감독원의 검사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은 은행이 검은 거래의 온상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키운다. 투명하고 신뢰하는 우리은행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악재가 아닐수업다. 우리금융은 신용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질 수 있는 대형악재에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금융권에서는 우리은행의 대형금융사고의 원인은 손태승 회장과 이원덕 은행장의 경영실패에 뿌리는 두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에 두 최고경영자는 임기 도중에라도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거취를 표명해야 ‘중도하차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28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내부기강은 한마디로 엉망진창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금감원이 발표한 검사 결과를 보면 우리은행 직원의 횡령 규모가 애초 알려진 것보다 컸다. 우리은행 본점 기업개선부 직원 A씨는 8년간(2012년 6월~2020년 6월) 8회에 걸쳐 총 697억3천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지난 5월 검찰이 A씨를 구속, 기소할 당시 확인한 614억원보다 83억3천만원 더 늘어난 규모다.

그는 팀장의 일회용 패스워드(OTP)를 훔쳐 우리은행이 채권단을 대표해 관리하고 있던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계약금 총 673억8천만원을 7회에 걸쳐 횡령했다. 그는 관리자 직인을 도용하거나 관련 공·사문서를 위조해 출금 결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횡령액은 주식 투자 및 친인척 사업자금 등에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왼쪽)과 이원덕 우리은행장.(사진=뉴시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왼쪽)과 이원덕 우리은행장.(사진=뉴시스)

해당 직원은 파견을 간다고 속이고 1년간 무단결근을 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금감원 검사 과정에서 이 직원은 1년간(2019년 10월~2020년 11월) 파견근무를 한다고 허위 보고한 뒤 무단결근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우리은행은 금감원 검사가 있기 전까지 그의 거짓 파견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이 직원의 허위 보고만 믿고, 파견간 기관에 확인을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금융감독원 검사결과 해당 직원은 우리은행장의 직인을 맘대로 찍고 “파견 다녀올게요”라는 말만 남긴 뒤 1년간 무단결근을 한 것을 우리은행은 전혀 몰랐다는 사실은 우리은행의 내부감시와 견제 및 점검 시스템이 무너진 상태라는 것을 말해준다. 금감원 이준수 부원장은 “우리은행도 놀란 상태”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우리은행의 허술한 내부 통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앞서 지난 21일 서울고법은 'DLF 징계 취소' 항소심에서 손 태승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갖춘 만큼 내부적으로 어떻게 운영한 것과는 상관없이 법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손 회장은 승소했으나 재판 과정에서 우리은행의 내부통제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경제개혁연대는 항소심 판결에 대한 논평에서 “1심과 항소심 판결을 통해 당시 우리은행의 내부통제가 매우 부실했고, 경영진이 감독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명확히 확인됐다며 그 책임자인 손 회장의 재연임 명분이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요컨대 우리은행의 기강해이와 모러해저드는 그야말로 심각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은 앞으로 내부 통제를 못 한 우리은행을 제재할 방침이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 검사 결과를 검찰에도 통보해 수사를 의뢰했고 검찰은 현재 수사를 진행중이다. 이 준수 부원장은 “ 이번 사고는 우리은행의 내부 통제 기능이 작동하지 않은 것”이라며 “(제재 범위는 ) 사고 관련자가 팀장, 부서장에서 임원, 행장, 회장까지 갈 수 있는데, 관련자 범위를 어디까지 확대할지는 법적인 검토가 끝나야 한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은 인사관리 허점, 내부통제 허술, 문서관리 부실, 직무분리 취약, 실효성 없는 감시기능 등 오랜 기간 횡령사고가 발생 가능했던 환경이 됐다”고 판단하며 “행장까지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금융위원회와 함께 금융권 거액 금융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내부 통제 개선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손 회장의 재연임은 이미 물 건너간 것으로 보고 있고 검찰 수사가 끝나면 사고의 책임을 물어 손 회장과 이 원덕 행장의 퇴진론이 제기될 것으로 관측한다.

우리은행은 횡령사고 뿐 아니라 현재 수상한 외화거래 정황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금감원이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이상한 거액의 외화송금거래가 발생했다는 신고에 따라 내용을 살펴봤더니 그 규모는 당초 알려진 2조원을 훌쩍 넘는 4조원 규모에 달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이 지난 27일 발표한 ‘거액 해외송금 관련 은행 검사 진행상황’에 따르면 우리은행에서는 2021년 5월3일부터 지난 6월9일까지 5개 지점에서 931회에 걸쳐 총 1조6000억원 규모의 이상 외화송금이 이뤄졌다. 이는 당초 우리은행이 신고한 9000억원보다 2배에 약간 못 미치는 규모다.

이 중 일부 거래는 일반적인 상거래를 통해 들어온 자금이 있지만, 많은 금액이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로부터 흘러 들어온 자금으로 파악됐다. 자금이 이동한 수법을 보면 이상 송금거래 대부분이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이체된 자금에서 시작됐다. 거래소에서 이체된 자금이 국내 모 무역법인 대표이사 등 다수의 개인을 거쳐 해당 무역법인 계좌로 집금된 후, 수입대금 지급 명목으로 해외 법인에 송금하는 수법이 이용됐다.

금감원은 이같은 수법이 ‘김치프리미엄(한국에서 특정 가상자산이 더 비싸게 거래되는 현상)’을 이용한 ‘환치기(대표적인 불법 외화유출 방법)’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서울중앙지검 국제범죄수사부도 대검찰청으로부터 받은 수사 관련 자료를 검토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갈 전망이다.

우리은행에 대형악재가 겹치고 있다. 결코 우연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엄격한 내부통제가 작동하지 않고 기강은 바로잡히지 않고 있는 탓이다. 과감한 인적 쇄신과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 최고경영진은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퇴진해야 한다는 중도하차론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금융이 환골탈퇴 수준의 개혁을 단행하지지 않고서는 대형 사고는 결코 뿌리 뽑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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