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추리 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108화 - 정욕이 없는 세상
[과학 추리 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108화 - 정욕이 없는 세상
  • 이상우 언론인·소설가
  • 승인 2022.07.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는 다시 혼란스러워졌다.

사람에게서 욕심, 아니 욕정을 뺀다면 어떻게 변할까? 

남자가 아무리 예쁜 여자를 봐도 썸 타는 일이 없을 것이다. 

여자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훈남을 만나도 데이트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결과는 섹스를 바라는 인간이 없을 것이다.

결국은 임신하는 일이 없기 때문에 한 세대로 인류는 소멸하고 말 것이다.

나는 남자를 사귈 때 처음에 혼란과 회의로 골치가 아팠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남자가 그냥 남사친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나노 바이오 연구소에서 인간의 마음을 바꾸는 융합 DNA의 연구에 정력을 쏟는 것으로 열정을 불태웠다.

그러나 UEC 신자가 되지는 않았다.

조진국 사장은 아버지의 친구였다.

미국에 들르면 늘 내 걱정을 해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를 워싱턴의 냉면 집 우래옥으로 초대했다.

거기서 뜻밖의 제의를 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우리 회사 일을 좀 도와주지 않겠니?”

“저 여기서 잘하고 있는데요. 지금 연구소에서 배울 것이 많아요.”

조진국 아저씨는 한참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 연구소 위험한 곳이다. 잘못하면 일생을 망칠 수도 있단다. 내가 너의 아버지라면 말렸을 것이다.”

조진국 아저씨는 무엇인가를 알고 말하는 것 같았다.

조진국 아저씨는 아버지 동창생 중에도 가장 착실하고 고지식한 분이었다.

엄마를 둘러싸고 동창들끼리 경쟁을 벌였지만 가장 소극적인 사람이 조진국 사장이었다고 엄마가 여러 번 말했다.

“왜 그 연구소가 문제가 돼요?”

한수지가 숟가락을 놓으며 조 사장에게 물었다.

“그 연구소에 돈을 댄 배후가 기독교를 빙자한 사이비 종교 단체라고 하더라. 이 조직이 급속히 퍼져서 유엔에서까지 비밀리에 조사를 한다는 소문이 있어.”

조진국 사장은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 이야기라면 저도 좀 알아요. 아마 UEC라고 하는 에덴동산 교회 연합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요. 그 단체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연구소가 추구하고 있는 나노 바이오 계획은 정말 획기적인 연구랍니다. 저는 그 연구에 꼭 참여하고 싶어요.”

“나노 바이오 연구라면 우리 ‘한강 메디팜’에서도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테마인데 우리 회사로 와서 나를 좀 도와주는 것이 어떻겠니?”

조진국 사장은 나를 위해 진정으로 하는 이야기 같았다.

자신의 회사가 하는 일을 위해서도 내가 필요한 것이 절실해 보였다.

나는 이 일을 가지고 크리스틴과 상의를 해 보았다.

“한국에 나노기술을 연구하는 회사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에요. 수지 씨가 만약 한국에서 그 연구를 한다면 나는 찬성이에요. 장차 우리 UEC가 한국에 진출할 발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만약 수지 씨가 한국에서 그 연구를 계속한다면 우리 교회에서 필요한 자금은 물론 모든 지원을 하겠어요.”

나는 크리스틴의 권유도 있고 해서 한강 메디팜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얼마가지 않아 고민에 빠지게 됐다.

조진국 사장의 나노 바이오 개발에 관한 의견이 나와 달랐기 때문이다. 

이것이 뒤에 내가 한국바이오 컴퍼니로 자리를 옮기게 된 중요한 동기이다.

나와 유성우, 권익선, 오민준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보겠다..

세 사람은 나의 의견은 전혀 무시하고 나의 상대가 될 자격을 자기들끼리 결정하려는 무모한 게임을 계속했다.

나는 처음에 호기심 반, 장난 반으로 거기에 동조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상황이 심각해지는 것 같아 아예 상대를 하지 않았다.

토머스 제퍼슨 기념관의 치킨 게임 외에도 유성우와 권익선 두 사람은 다시 포토맥 강변에서 자동차 치킨 게임을 한 일이 있었다.

그때는 자동차를 서로 정면으로 달려와 충돌하는 게임인데, 겁을 먹고 먼저 피하는 사람이 지는 게임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충돌 직전 서로 피했기 때문에 사고도 나지 않고 승부도 내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만약 충돌을 했다면 둘이 다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