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잡는 LG생건, 가습기살균제 성분 든 유아 물티슈 '늑장'처리
사람 잡는 LG생건, 가습기살균제 성분 든 유아 물티슈 '늑장'처리
  • 한상설 기자
  • 승인 2022.0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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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회수·폐기 명령을 이틀 후에 공지…다른 광고 뒤로 오픈하는 '꼼수' 동원도
안전에 소홀하는 기업문화의 발로라는 풀이…제품의 '프리미엄' 표시는 기만행위

LG생활건강 수 천명의 사상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의 공포를 잊은 것일까. LG생건에는 돈 벌이가 된다면 국민건강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잘못된 기업문화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LG생건의 유아용 물티슈에서 가습기 살균제와 동일한 원료가 검출돼 식약처(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 제품에 대해 판매 중지·회수 및 폐기 명령을 내린 것으로 밝혀져 충격적이다.

더욱 기 막힌 사실은 LG생건이 아기들의 건강을 크게 위협하는 심각한 사건이고 보면 식약처의 판매중지 및 폐기처분 명령을 즉각 이행해야 하는데도 마냥 늑장으로 대응한 것으로 확인됐다.이 물질들은 인체에 닿으면 피부 염증과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20일 뉴스전문채널 YTN보도와 식약처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자사 홈페이지에 식약처로부터 특정 물티슈 제품에 대한 판매 중지 및 회수·폐기 명령을 받았다고 공지했다. 해당 제품은 베비언스 온리7 에센셜55(핑크퐁 캡 70매 물티슈) 중 제조번호가 1LQ인 제품이다.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함유된 것으로 확인된 LG생활건강의 문제의 유아용 물티슈.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함유된 것으로 확인된 LG생활건강의 문제의 유아용 물티슈.

이 제품에는 살균 보존제인 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CMIT)과 메칠이소치아졸리논(MIT) 혼합물이 검출됐다. CMIT와 MIT는 과거 90여 명 사상자를 냈던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로 사용됐던 성분으로 위생용품에선 사용할 수 없는 성분이다.국내에선 CMIT와 MIT를 세척제나 헹굼 보조제, 물티슈 등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LG생건을 이 성분을 유아용티슈에 사용했다. 제품 상세 설명서에는 판매증대를 위한 좋은 표현들이 총동원됐을 정도다. '프리미엄' 이란 표현은 다른 경쟁사 제품에 비해 품질면에서 더 좋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원단, 원료 선정부터 개발까지 전문 연구진의 철저한 검증 완료했다는 표현도 볼 수 있다.

LG생건의 유아용 물티슈에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검출됐다는 소식을 들은 소비자들은 국내굴지의 재벌그룹 계열사가 안전불감증 빠져있는 것 같다며 크게 분노하고 있다. 경기도 일산에 사는 한 40대 주부는 “숱한 인명을 빼앗은 공포의 살균제 성분을 사용하고는 제품에 '프리미엄'이란 표현을 한 것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기만행위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유아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는 “유아용품을 살 때에 무슨 성분이 들어갔나, 어떻게 만들어졌나 등을 하나하나 꼼꼼히 챙기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며 LG생건은 돈벌이에 눈이 어두워 부모의 이런 마음을 철저히 배신했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인재(人災)인 가습기 살균제 원료를 어린이용 제품에 첨가한 LG 생활건강에 대해 ‘보이콧 움직임’이 일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LG생활건강 측은 “소비자를 보호하고 소비자 사용상 불편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해당 제조번호에 국한하지 않고 한울생약에서 생산한 베비언스 온리7 물티슈 모든 제품을 교환하겠다”고 밝혔다.

LG생활건강 물티슈 회수 안내문. (자료=인터넷 캡처)
LG생활건강 물티슈 회수 안내문. (자료=인터넷 캡처)

더욱 심각한 문제는 숱한 생명을 앗아간 가습기의 살인의 악몽을 잊었는지, 이번 사건에 늑장으로 대응했다는 점이다. 식약처는 지난 4일 문제의 유아용 티슈를 판매 중지하고 회수해 폐기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LG 생건 측은 이틀 뒤인 6일에야 홈페이지에 이를 공지하고 일간지에는 나흘 뒤에야 이 사실을 알렸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틀 늦게 홈페이지에 올라온 물티슈 판매 중지 알림 글도 얼마 지나지 않아 첫 화면에서 사라졌다”라고 밝혔다. 뜬금없이 한국소비자원의 공익 광고가 무더기 게재되면서 판매 중지 알림 글은 뒤로 밀려 첫 화면에서 볼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식약처가 이를 인지하고 "첫 화면에 제대로 알려라"는 시정 명령을 내리자 LG생건 측은 그때서야 티슈 공지를 앞세워 잘 볼 수 있도록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LG생활건강 측은 한국소비자원 등 협력 기관이 홈페이지 게재를 요청해와 해당 광고를 게시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한국소비자원은 궁색한 변명이라고 반박했다. 한국소비자원은 매년 수 차례 정례 회의에서 공익 광고 게재를 요청해왔는데도 실제 LG생활건강 홈페이지에 공익 광고가 게재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한국소비자원 측은 LG생건이 가습기성분 함유 티슈처럼 소비자 건강 문제에 직결되는 공지가 있으면 당연히 이를 초기화면에 잘 보이도록 앞세우는 것은 상식이라고 지적했다. LG생건의 조치와 해명이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비판이 이 때문에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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