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배신, '택시 갑질' 때 상생 다짐하고는 매각 '꼼수'
카카오의 배신, '택시 갑질' 때 상생 다짐하고는 매각 '꼼수'
  • 한상설 기자
  • 승인 2022.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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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카카오, 사모펀드에 모빌리티 파는 건 ‘먹튀’”
매각반대 한목소리…계열사 임직원 대상 서명운동

카카오 역시 돈이 된다면 약속 파기를 서슴지 않는 배신의 기업문화를 드러내고 있다. 기존 재벌과는 기업문화나 조직구조에서 차이가 있다는 항간의 인식과는 의사결정에서 기존 재벌과 별반 차이가 없다.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추진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모습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데 서 신흥재벌의 참신성을 사라지고 있다. 카카오노조와 시민단체가 이에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카카오모빌리티 지난해 시장 독과점에 의한 ‘플랫폼 갑질’로 택시업계의 강력한 반발을 샀다.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막강한 파워로 택시 호출 요금을 인상하려다 비판적인 여론이 형성되면서 카카오모빌리티는 결국 요금 인상 계획을 철회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호출 앱 1위 회사로, 국내 택시 플랫폼 시장의 90% 가량을 장악한 막강한 파워를 자랑한다.

카카오는 사태가 험악해지자 결국 500억원의 상생기금을 조성하는 등 택시업계와 상생방안을 발표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약속이다. 하지만 이 약속은 공염불이 될 공산이 짙다.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을 선언한 카카오가 책임을 성실하게 이행하는 대신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지분매각을 협상하고 있다.

배재현 카카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사내 공지를 통해 “카카오는 모빌리티 서비스의 수익화와 사업영역 확장, 나아가 IPO(기업공개)에 대한 사회의 우려를 경청하게 됐다”며 매각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 노조와 시민단체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카카오 노동조합인 ‘크루 유니언’(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카카오지회)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는 책임을 회피하는 '꼼수'라며 강력한 저지투쟁을 선언했다. 이들은 11일 서울 중구 상연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을 선언한 카카오가 책임 이행 대신 매각을 선택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카카오 노조가 모빌리티의 매각은 책임회피라며 계열사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매각반대서명운동을 벌인다. (사진=뉴시스)
카카오 노조가 모빌리티의 매각은 책임회피라며 계열사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매각반대서명운동을 벌인다. (사진=뉴시스)

이들은 “MBK 홈플러스를 사들인 뒤 이윤에만 혈안이 돼 수많은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고 기업은 만신창이가 된 선례가 있다”며 “카카오는 매각협상을 중단하고 단체교섭 및 이해당사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실질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57.5% 중 최대 15%가량과 TPG컨소시엄과 칼라일그룹이 보유한 35.2%의 지분을 더한 절반 이상의 지분을 MBK 넘기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카카오가 지분을 넘기면 지분은 40% 초반대를 유지해 2대 주주가 된다.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크루유니온)노조는 사측의 매각 추진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승욱 지회장은 “사회적 책임이나 이미지를 포기하면서까지 왜 매각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며 “대주주가 전환되고 경영권이 넘어가면 사업방향도 바뀔 가능성이 크고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고용위기가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국정감사 이후 카카오가 발표한 상생안도 매각이 가시화되면 표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노조는 플랫폼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며 추진한 대리운전노조와의 단체교섭이 휴지조각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노조 관계자는 “8차 교섭을 거치면서 ‘프로서비스’ 폐지 시점을 조율 중이며 처우개선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인데 매각 이슈가 터지면서 지금까지 해 왔던 교섭이 연속성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카카오노조는 무엇보다 사모펀드가 대주주가 되면 노동자 해고와 처우 악화 문제 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한다. 김주환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위원장은 “카카오모빌리티가 국민 앱이 되기까지 노동자들의 피와 땀이 있었는데 구성원들과 아무 협의 없이 매각이 추진된 상황에 배신감을 느낀다”며 “사모펀드의 회사 인수는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더 힘든 노동조건을 강요하고 이용자들에겐 비용 부담을 가중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사용자 데이터들이 사모펀드의 이윤 추구를 위해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배달종사자 노조인 ‘라이더 유니온’의 박종훈 위원장은 “1천만명이 넘는 월 활성 이용자를 통해 쌓인 공적 성격의 데이터들이 사모펀드에 넘어가면 이윤 추구만을 위해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노조는 최근 사측과 매각 문제를 놓고 두 차례 협의를 진행했으나 이견은 좁혀지지 않고 있으며 사측은 조만간 카카오모빌리티 직원들과 소통하는 온라인 미팅을 가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가 진행되더라도 양측 입장차가 큰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우려를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서 지회장은 “매각이 이뤼지면 기술 기반 업체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모빌리티기업으로서 경쟁력을 이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내부적 우려도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회와 대리운전노조는 MBK를 상대로 하는 매각 반대 투쟁을 추진하고, 카카오 계열사 임직원들의 서명운동 등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서승욱 지회장은 “대화가 전혀 안 되고 MBK 매각이 가시화된다면 쟁의행위를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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