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의 삼성?…'이슬람 모독' 논란은 허술한 유통관리가 원인
관리의 삼성?…'이슬람 모독' 논란은 허술한 유통관리가 원인
  • 한상설 기자
  • 승인 2022.0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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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신도들의 격렬한 항의 시위로 이미지 급추락…현지사업 차질 우려

삼성전자가 파키스탄에서 이슬람을 모독했다는 논란에 휘말려 이미지가 급 추락하면서 이제 시동을 건 현지 사업이 일대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삼성이 종교에 편향적인 시각을 드러낸데 대해 현지 이슬람 신도들의 격렬한 항의 시위로 삼성의 이미지가 먹칠을 당하면서 전자제품 판매는 물론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러 난관에 봉착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더익스프레스 트리뷴 등 현지 매체와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파키스탄 이슬람 신도 수십 명은 삼성전자 현지법인이 이슬람 지도자를 모독했다며  최대 도시인 카라치에 위치한 대형 쇼핑몰이 있는 거리에서 쇼핑몰 외부에 걸린 삼성전자 광고판을 부수고 불을 질렀다.

이들은 삼성전자 매장에서 사용한 와이파이 기기의 식별 명칭에 이슬람 국가의 정치·종교적 최고 지도자인 칼리파를 조롱하는 내용이 담긴  것에 분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경찰은 이번 사건에 연루된 삼성전자 관계자 27명을 체포하고, 연방수사국과 협력해 해당 와이파이 설치자를 추적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파키스탄 법인은 사건 당일 발표한 공식 성명에서 "삼성전자는 모든 종교적인 신념과 감정을 존중하고 이슬람교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확고히 한다"며 "회사는 즉시 이 문제에 대한 내부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삼성전자 측은 "자사 소속 직원이 아닌, 삼성전자 제품을 판매하는 현지 유통업체 관계자들의 일탈이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삼성전자 파키스탄 현지법인의 신성모독에 분노한 이슬람 신도들이 간판을 떼 내려 불을 지르는 등 격렬할 항의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더익스프레스 트리뷴)
삼성전자 파키스탄 현지법인의 신성모독에 분노한 이슬람 신도들이 간판을 떼 내려 불을 지르는 등 격렬할 항의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더익스프레스 트리뷴)

삼성전자 측은 해당 사태가 자사 현지 법인 소속 직원들의 소행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삼성전자 측은  "와이파이 문제는 삼성전자 제품을 판매하는 현지 유통업체 소속 직원들에 의해 벌어진 일로, 삼성전자 파키스탄 법인 소속 직원은 한 명도 없다. 경찰에 구금된 인원들은 전원 파키스탄 현지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구금됐다는 내용도 와전된 것"이라며 "체포가 아니고 시위가 너무 격렬해 신병 확보 및 보호 차원에서 데려간 것으로 안다. 현재는 모두 풀려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삼성전자 현지법인의 책임이 없다고 강변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유통업체 소속 직원들이 벌인 일이라고는 하지만 와이파이 기기 식별 명칭을 관리 감독할 의무가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중심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어떻든 삼성전자는 이번 사태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아 이제 막 첫발을 뗀 현지사업이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파키스탄 시장 공략에 나섰다. 현지 기업과 함께 스마트폰 생산공장을 설립해 지난해 말부터 생산라인 가동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파키스탄 공장에서 연간 300만대 수준의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파키스탄 R&R인더스트리와 공동 설립한 TV 조립공장도 지난해 말 가동한 것으로 전해진다. 연간 5만대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되며, 2년 안에 생산량을 10만대로 늘릴 예정이다.하지만, 일각에서는 신성모독 사태에 함께 거론된 것만으로도 현지에서 이미지 타격은 불가피하다.

전체 인구 2억2000만 명 중 약 97%가 무슬림이고, 이슬람교가 국교인 파키스탄에서 신성모독은 매우 예민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현지에서는 신성모독죄에 대해 사형 또는 종신형까지 선고할 정도로 중대 범죄로 다뤄지고 있다. 삼성이 신성모독의 혐의를 받은 만큼 이것이 파키스탄사업 추진에 결코 플러스 요인은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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