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허술한 공시제도 운용으로 시장혼란만 초래
한국거래소, 허술한 공시제도 운용으로 시장혼란만 초래
  • 한상설 기자
  • 승인 2022.0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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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집단의 투자계획 공시대상 여부 질의에 "대상으로 볼 수 없다"
이사회 결의 등 확인 않고 자의적 판단으로 공시대상으로 보지 않아

한국거래소가 공시제도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해 공시제도의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5개 대기업집단의 대규모 투자계획 결정이 공시대상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인데도 수시공시, 조회공시 대상이 아니라고 자의적으로 판단, 조회공시를 요구하지 않아 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다.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우찬, 고려대 교수,이하 경개연)는 최근 낸 논평을 통해 15개 기업집단의 투자계획 발표와 관련, 지난달 지난 6월 7일 한국거래소에 공시 위반 여부 및 조회공시 등을 질의⋅요청한데 대해 거래소가 공시제도를 방만하게 운용하고 있다는 내요의 회신이 돌아왔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답변에서 이들 대기업집단의 투자계획은 구체적인 투자대상, 금액, 시기 등을 통해 결정된 것이 아닌 것으로 보여 수시공시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밝혔다. 거래소는 ”조회공시의 경우 보도⋅풍문 내용이 공시의무 기준에 해당되고 구체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요구하는데, 현 단계에서는 수시공시의 대상으로 보기 어려운바 조회공시를 요구하지 않은 것이고, 공시의무가 발생하지 않으므로 위반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개연은 거래소의 회신내용을 납득하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유가증권시장 공시규정에 따르면 상장법은 신규시설투자, 시설증설 등에 대한 결정이 있을 때 공시의무가 발생한다. 여기서 결정이란 이사회가 결의하거나 임원이나 주요주주의 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시제도를 자의적으로 운용해 투자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한국거래소.(사진=뉴시스)
공시제도를 자의적으로 운용해 투자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한국거래소.(사진=뉴시스)

그런데도 거래소는 이들 대기업집단의 중장기 투자계획의 경우 구체적인 사항이 이사회 결의를 통해 결정된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수시공시대상이 아니라고 보았다. 이에 대해 경개연은 거래소가 조회공시 등 공식적인 방법으로 확인하지 않고 이같이 단정하는 것은 자의적인 판단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경개연은 해당 대기업집단의 계열회사가 이사회에서 투자계획을 결의했는데도 수시공시를 하지 않은 것인지, 또는 이러한 절차가 생략된 채 총수의 뜻대로 그룹이 투자계획을 발표했는지 명확하지 않은 상태라면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한국거래소는 각 대기업집단의 상장회사들에게 투자계획과 관련한 조회공시를 요구했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사안의 경우 조회공시의 대상도 아니라는 거래소의 판단에 대해 관련 언론보도에서 대상회사를 특정하거나 사업별로 투자규모를 추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투자계획의 구체성을 확인하기 위해 거래소가 조회공시를 요구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고, 투자자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거래소는 적어도 이번 투자계획이 어느 정도의 구체성을 가지고 있는지, 수시공시 대상으로 볼 여지는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조회공시를 요구해야 하는 데도 공시대상으로 볼 수 없다는 답변은 매우 무책임한 것이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경개연은 윤석열 정권 출범후 15개 대기업집단이 일제히 발표한 투자계획이 구체성을 결여한 막연한 계획이고 매 정권 초기마다 재벌의 대규모 투자계획이나 고용계획 발표가 반복되는 이유는 정부 출범 초기 경제성장에 대한 긍정적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지배주주나 그룹 총수가 정권과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고자 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경개연은 그러나 이는 보이기식 투자계획 발표가 회사나 일반주주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고 막연하고 구체성 없는 투자계획이나 고용계획이 이사회 등을 통해 충분히 검토됐을 가능성도 거의 없으며 십중팔구는 지배주주나 총수의 의중대로, 누구도 책임질 수 없는 그룹 전체의 대규모 투자계획이 급히 만들어지고 발표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개연은 만일 그룹이 발표한 투자계획 등이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중에 확인될 경우 상당한 부담을 떠안아야 하고, 시장에도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이런 대규모 투자계획 발표 대신, 각 계열사 별로 투자계획을 세워 발표하고 제대로 공시하는 새로운 관행이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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