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미드나잇' 전혜주 "해석은 관객 몫, 그래서 재밌어"
[인터뷰②] '미드나잇' 전혜주 "해석은 관객 몫, 그래서 재밌어"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2.0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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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미드나잇 : 액터 뮤지션>(이하 '미드나잇')이 돌아왔다. 

지난 2018년 초연 이후 202년 재연과 삼연을 올렸던 <미드나잇>은 코로나가 기승이던 올해 1월 19일 사연으로 돌아와 공연 중이다. 작가 엘친(Elchin)의 희곡 <Citizens of hell>을 원작으로한 뮤지컬 <미드나잇>은 독특한 소재와 밀도 높은 구성, 그리고 액터뮤지션이라는 악기 연주자들이 함께 무대에 올라와 장면들을 만들어내며 화제를 모았다.

본지는 이번 시즌, 주인공 우먼 역으로 합류한 뮤지컬 배우 전혜주를 만났다. 그는 데뷔 4년차 신예다. 2019년 데뷔 이후 <독립군> <아이 캔 플라이> <바보사랑> <스프링 어웨이크닝> 등에 무대에 올랐으며 올해 뮤지컬 <미드나잇>에 캐스팅됐다.

다음은 앞서 진행한 인터뷰 ['미드나잇' 전혜주, "첫 공연 부담감? 오히려 마음 편해져"]에 이어지는 내용이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Q.   우먼의 입장에서 맨의 가면을 확인하는 순간은 언제일까. 가면이 벗겨지는 순간은?

전혜주  맨이 무너지고 있는 순간 말씀하시는 거겠죠? 우선 우먼의 입장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 뒤부터 우먼은 맨에게 안정감을 느끼려고 해요. 사랑해서 결혼을 했지만 우먼은 자신을 지켜줬던 아버지의 부재, 안정감을 맨에게서 찾으려고 하죠. 그런데 비지터라는 존재가 그들의 집안으로 들어오면서 우리 집의 기둥이라고 생각했던 맨의 비밀들이 하나하나 드러나기 시작하죠.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안정감이라는 게 없어진 맨을 보는 그 순간부터 시작되는 것 같아요. "아니야, 그런 거 아니잖아"라고 말을 하는데 거기서 눈빛이 흔들리거든요. 표현을 하지는 않지만 바로 느꼈어요. 우먼은 쟤가 무너지기 시작하는구나라고 느끼죠. 초반부터요. 

Q.   남편의 비밀을 알고 있던 건 아니었을까

전혜주  그런 건 아니었을 것 같은데, 남편이 비지터의 말을 듣고 눈빛이 흔들릴 때 바로 그 모든 걸 캐치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물론 모든 걸 알고 있기보다는 이게 정말 사실인가 하면서 의심을 하고 감지하는 거죠. 그래서 계속 물어보거든요. "아니지?" "거짓말이지?"라고 물어보는 것도 믿고 싶지 않아서 말하는 편이라고 생각해요. 아니었으면 좋았겠지만 사실 흔들리는 눈빛들을 바로바로 캐치하고 있었습니다.

Q.   그럼 반대로 우먼은 언제 가면을 벗게 되는 걸까

전혜주  사실 어떤 안정감이라는 부분을 앞서 말했었잖아요. 그게 우먼이라는 인물에게 중심이 되는 건데 남편이 당황하고 무너지기 시작했을 때부터 안정감이 사라졌기 때문에 같이 무너지기 시작해요. 내가 안정감, 안도를 할 수 없다는 그 상황에 놓여있다는 걸 느꼈을 때부터 우먼은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죠. 가족으로서, 남편과 아내로서의 목표보다 나 자신의 삶이 더 우선이기 때문에 우먼은 남편이 무너지는 모습을 목격한 순간부터 배신감을 느끼면서 나 자신을 챙기기 위해서 독해지죠. 그 부분이 어떻게 보면 가면을 서서히 벗게 되는 그런 과정들이 아닐까 싶어요.

Q.   사실 작품 속에서 우먼은 그 이후에 어떻게 되는지 나오지 않는다. 우먼을 살아남았을까? 나만의 에필로그를 써보자면

전혜주  전혜주로서는 비지터에게 영혼을 빼앗기는 상황을 선택했을 것 같아요. 나 자신만 생각하던 우먼이 맨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어떤 새 삶을 선택하기보다는 차라리 비지터에게 영혼을 빼앗기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을 하는 삶을 살 것 같아요. 실제 우먼이라면 정반대로 그걸 느끼지 못하고 나 자신의 삶을 최우선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겠죠. 

Q.   본지는 비지터가 악마라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어딘가를 들어갈 때, 극 중에서 맨과 우먼의 집에 들어갈 때 그들의 초대를 받고 들어가지 않았나 싶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극 중에서도 초대를 해주지 않냐면서 말하지 않나.

전혜주  네, 맞아요. 생각은 해보긴 했는데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는 작품이지 않나 싶어요. 실제로 제 지인들도 다양한 해석을 하더라고요. 공연을 보고 나서 이 상황에서 이런 선택을 하는 이유가 뭐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이걸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다고 말해주기도 하더라고요. 그런데 사실 그런 말들에 어떤 답을 해주진 않았어요. 그 모든 게 보는 입장에서 정답이거든요. 그래서 정말 재밌게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Q.   이어서 맨 역에도 세 배우가 함께하고 있는데

전혜주  맨도 정말 다 다르죠. 그런데 제가 느끼기에 공통적으로 다들 사랑꾼이라는 건 변함없는 것 같아요. 다들 정말 사랑이 넘치거든요. 다른 점은 각자 비밀이 밝혀졌을 때 그걸 대하는 게 다르거든요. 매번 공연이 새롭달까요.

Q.   어떤 특징들이 있을까

전혜주  우선 선영 배우님은 제가 느끼기에 세 배우분들 중에서 여린 부분이 가장 강한 것 같았어요. "난 못해, 약하다고"라고 말하는 그 대사가 있는데 제가 정말 좋아하거든요. 흔들리는 모습이 매력적이라고 해야 할까요. 한국 배우님은 든든한 매력이 조금 더 있는 맨인 것 같아요. 초반에 비지터가 들어오기 전의 모습을 보자면 정말 든든하고 의지할 수 있고 안정감이 있거든요. 마지막으로 성원 배우님과는 아직 무대를 많이 서보지 않아서 조금 더 해봐야 알 것 같습니다.

Q.   비지터로 이번에 장보람 배우가 합류했는데, 다른 두 배우와 또 다른 느낌일 것 같다.

전혜주  네, 다르지 않게 임하려고 하는데 어쩔 수 없이 느껴지는 게 있달까요. '누구나 악마죠 때로는'이나 여러 장면들에서 보이거나 느껴지는 부분들이 다를 때가 있어요. 그런데 크게 신경이 쓰이진 않아요. 다들 정말 너무 잘하기도 하고 비지터라는 인물이 남자이고 여자이고는 중요하지 않거든요. 그저 "이 사람이 왜 여기를, 우리 집에 오게 된 걸까. 이 사람은 뭐지? 사람이 맞는 걸까?"라는 생각을 계속하거든요. 그래서 재밌는 것 같아요. 관객분들도 재밌게 보는 요소가 되지 않나 싶기도 하고요. 

Q.   좋아하는 대사가 있다면? 아니면 공연을 하면서 울림이 있게 다가왔던 대사나 가사는?

전혜주  초반에는 "프로텍션! 우리는 안전해 영원히~ 내 사랑"이라는 '자유롭게 살아'라는 넘버의 대사를 정말 좋아했었어요. 그런데 공연을 하면 할 수록 "난 못해 약하다고, 그들이 당신에 대해 캐묻겠지"라고 말하는 대사가 저한테 크게 다가오더라고요. 든든하게 계속 제 앞에 서서 비지터를 맡아주면서 저를 지켜주려고 하던 맨인데, 어떤 순간이 우리에게 닥쳤을 때 뒤를 돌아서 "나는 못해, 약하다고"라고 말해요. 남편이 진짜로 무서워하는 무너져버린 남편의 모습과 그 말들이 어떤 큰 울림을 주고 마음이 너무 아프더라고요. 앞서 말했던 어떤 가면이라는 게 다 벗겨진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을까요. 괜찮은 척을 하고 있었지만 이때는 그냥 날것의 모습이 됐기 때문에 더 가슴 깊이 박히는 대사가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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