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제103화 -그날 밤의 충격
[과학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제103화 -그날 밤의 충격
  • 이상우 언론인·소설가
  • 승인 2022.0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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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린윙과 함께 비키니 수영복 차림으로 해변 벤치에서 햇볕을 즐기며 권익선의 서핑 묘기를 즐겼다.

린윙이 냉장고에서 꺼낸 파인애플에 빨대를 꽂아들고 내 벤치로 왔다.

비키니 수영복 차림.

동그란 얼굴에 굴곡이 선명한 몸매가 동양 여인의 매력을 물씬 풍겼다.

“얘, 이거 정말 시원해.”

린윙은 눈을 권익선에게서 떼지 않으며 나한테 말했다.

린윙은 권익선을 좋아하는 눈치였다.

호텔 방을 배치하면서도 권익선의 방이 있는 층으로 갔다.

나는 당연히 내가 있는 층 옆방으로 올 것으로 예상했는데, 나중에 그렇게 정한 것을 알았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유성우와 같은 층의 옆방에 들어야 했다.

내가 시원한 야자수를 몇 모금 빨고 있는 동안에 서핑하던 권익선이 바다에서 나와 우리 곁으로 왔다.

“성우는 어디가고 너희들만 있냐?”

“오빠, 서핑 타는 모양 너무 멋져.”

린윙이 권익선의 굵은 팔뚝을 만지면서 말했다.

그러나 권익선은 슬그머니 린윙의 손을 떼 내면서 내 곁으로 와서 앉았다.

“수지야, 서핑 배우지 않을래?”

권익선은 매달리는 린윙을 본체도 않고 나의 팔을 잡아 일으키려고 했다.

“오빠, 나 서핑 가르쳐줘.”

그때 린윙이 다시 권익선의 팔을 잡아끌었다.

권익선은 나한테 웃어 보이고는 린윙의 손에 이끌려 바다 쪽으로 갔다.

“수지야, 저기 성우 오빠 온다. 같이 선탠 하고 있어.”

얼른 보기에 권익선과 린윙, 그리고 나와 유성우가 커플처럼 보였다.

나는 그게 싫었다.

나는 꼭 남자와 짝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싫었다.

왜 여자는 남자와 짝이 되어야 하는가.

생리적으로 서로 보완관계에 있지 않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나는 그게 더 싫었다.

내가 왜 어느 남자를 보완하는 물건이 되어야 하는가? 나는 나일 뿐인데.

그런데 그날 밤.

나는 평생 잊지 못할 충격적인 모습을 목격했다.

하와이안 빌리지는 해변에 연결되어 있어 호텔 룸에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해변으로 나가 선탠도 즐기고 서핑을 할 수 있게 되어있었다.

모래사장과 연결 되어있는 쇼핑센터와 오락시설, 바는 사람들로 항상 붐볐다.

그러나 밤이 되면 기온이 내려가기 때문에 투숙객들은 거의 실내로 들어가고 데이트 하는 커플이나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

나는 12시 가까이 해변 노천 바에서 맥주를 마시다가 늦게 방으로 들어갔다.

유성우와 같은 층을 쓰기 때문에 함께 21층에 내렸다.

린윙과 권익선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21층에 함께 내린 유성우는 내 방문 앞까지 와서 내가 도어 키를 여는 동안 뒤에서 나를 껴안았다.

백 허그.

물론 약간의 술기운은 있었으나 자세가 흐트러질 정도는 아니었다.

나는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 잠깐 숨을 멈추었다.

“방에 잠깐 들어가도 돼?”

유성우가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러나 나는 너무 황당해서 어쩌면 좋을지 생각하느라 잠깐 망설였다.

그리고 나온 말이 내가 생각해도 엉뚱했다.

“들어가서 어쩌게?”

“밤이 아깝잖아.”

“그래서?”

“너를 느끼고 싶어.”

나는 이 말을 듣자 엄청난 모욕감이 치솟았다.

나는 팔 뒤꿈치로 유성우의 가슴을 힘껏 올려쳤다.

“윽!”

유성우는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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