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우 홍지희 "좋은 기회, 놓칠 수 없었던 '렛미플라이'"
[인터뷰] 배우 홍지희 "좋은 기회, 놓칠 수 없었던 '렛미플라이'"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2.0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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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단 울린 창작극의 힘, 올해 3월 막을 올린 이대웅 연출의 창작 뮤지컬 <렛미플라이>(프로듀서 홍윤경·이영찬, 작-작사 조민형, 작-편곡 민찬홍)가 관객들의 환호 속에서 마지막 공연을 향해 순항 중이다.

창작 뮤지컬 <렛미플라이>는 앞서 지난 2020년 ‘우란문화재단’ 우란 2경에서 성공적인 트라이아웃 공연을 선보였던 작품으로 대학로를 이끌어가는 조민형 작가와 민찬홍 작곡가가 의기투합해 오랜 기간 대본과 음악에 힘을 쏟은 작품이다.

작품은 1969년의 어느 밤 패션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남원’은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담긴 편지를 받게 되고, 기대에 부푼 ‘남원’은 사랑하는 ‘정분이’와 함께 서울에 갈 약속을 하게 되는데, 내일을 기약하며 헤어지는 순간 점점 커지는 달을 마지막으로 ‘남원’은 쓰러지고, 눈을 떠보니 2020년의 어느 날로 이동했다.

‘남원’을 잘 알고 있다는 할머니의 도움으로 낯선 2020년에 적응해 가지만 ‘남원’은 어떻게든 사랑하는 ‘정분이’가 있는 1969년으로 돌아가려 고군분투한다. 과거로의 통로를 찾기 위한 미래탐사를 시작하며 선보이는 ‘남원’과 주변 인물들의 고군분투기는 재치 넘치는 코믹 요소와 탄탄한 드라마로 관객들에게 즐거운 웃음을 선사한다. 

또한 클래식과 어쿠스틱의 따뜻함과 대중음악의 밝은 색깔을 기반으로 알앤비, 힙합, 재즈 등의 다양한 장르를 접목시킨 다채로운 넘버들은 통통 튀는 캐릭터들이 이끄는 드라마에 듣는 재미를 더했다.

본지는 이번 초연에 참여한 뮤지컬 배우 홍지희를 만났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정분 역으로 참여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으로 공연과 관련된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음을 미리 밝히는 바이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Q.  첫 인터뷰 이후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홍지희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는게 신기하네요. 인터뷰가 잡히고 나서 과거의 기자님과 인터뷰를 했었을 때를 되돌아봤는데, 4년 전이면 막 서른을 넘어가고 있었을 때여서 생각이 많았었더라고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냥 계속 열심히 일을 했었던 것 같아요. 불안하고 걱정이 많았던 그 시기와는 다르게 지금은 감사하게도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었고 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30대 초반을 보냈네요. 

Q.  인터뷰 이후로 드라마나 영화 그리고 연극, 뮤지컬 무대 등 가리지 않고 활동을 했었던 것 같다. 방송을 보다가 나오는 모습을 보고 왠지 모를 반가움을 느꼈다. 

홍지희  네, 맞아요. 감사하게도 지인분들이 보시고 많이 연락을 해주시더라고요. 방송의 힘이 이런 거구나 생각을 했었죠. 

Q.  지난 인터뷰 때 <어쩌면 해피엔딩>이라는 작품을 해보고 싶다고 했었는데, 그 사이에 이 작품에 들어가지 않았나. 

홍지희  제가 그런 이야기를 했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나요. 그런데 항상 마음속에 생각하고 있었던 작품이었기 때문에 그때 그런 이야기를 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말 정말 엄청 엄청 행복하게 공연을 했었고, 그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공연을 끝낼 때까지 아쉬운 게 하나도 없을 정도였었거든요. 내가 할 수 있는 걸 다했다고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최근에 예전에 했던 공연의 실황 중계를 다시 봤었거든요. 제가 했던 공연을 다시 모니터를 했는데 공연 당시 보이지 않았던 부분들이 보여서 아쉬움이 조금 남더라고요. 당시에 최선을 다했다고 했는데 끝나고 나니 보이는 아쉬움이었다랄까요. 만약 다시 한번 기회가 오면 그때 또 이런 건 이렇게 해보고 싶다, 저건 저렇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들이, 마음이 생겼던 것 같아요. 아무튼 너무너무 재밌고 행복하게 했었던 공연이었습니다. 

Q.  그러고 보니 5년 후에도 계속 연기를 하고 있길 바란다고 했는데, 4년이 지난 오늘까지 꾸준히 연기를 하고 있다. 

홍지희  감사하게도 앞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꾸준히 연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마음가짐에 있어서는 여전히 앞으로 4년 뒤, 앞으로 10년 그리고 20년 뒤에도 연기를 하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생각과 마음은 그렇게 먹고 있고 열심히 노력하고 잘하려고 하고 있는데 사실 그게 쉽지만은 않거든요. 

그래서 조금 내려두는 게 필요한 시기인 것도 같아요. 저를 성장하게 만드는 것도 좋지만 그만큼 저를 많이 괴롭히는 게 있었거든요. 누군가는 이걸 보고 타협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너무 나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는 선에서 열심히 할 수 있는 거를 찾아보려고요. 그런 방법을 찾아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유라는 걸 찾아보려고요. 무슨 말이냐면 사실 지금까지 여유 있게 공연을 하고 있다기보다는 조금 치열하게 작품 그리고 연기하는 인물을 대하고 있었거든요. 조금 내려두고 여유를 찾고 싶어요. 이런 생각을 할 수 없었는데 지금은 그래도 생각을 할 수 있을 정도는 된 것 같거든요. 최근 들어서 선배들이 여유를 찾자는 말을 했던 게 많이 떠오르더라고요. 선배들이 이런 걸 겪었고, 시간들을 지나갔다는 생각과 이걸 어떻게 견뎌냈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연락을 드려서 고민들을 털어놓기도 하고 물어보기도 했었어요. 선배들이 해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위로를 받기도 하고 저도 버텨내고 넘어갈 수 있는 힘을 얻었던 것 같아요.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Q.  <렛미플라이>는 알고 있던 작품이었을까 

홍지희  우란 문화 재단에서 트라이아웃 공연을 했을 때 봤었어요. 민찬홍 작곡가님하고도 사적으로 친분이 있었고, 지금 같이 공연을 하고 있는 오의식 배우님과도 워낙 친한 동료 선후배 사이거든요. 그래서 트라이 아웃 공연을 준비하고 있을 때부터 의식 오빠한테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이런 좋은 작품이 있구나 꼭 보러 갈게 했었는데, 시간이 돼서 볼 수 있었죠. 공연을 본 소감이요? 관객의 입장에서 "그래서 이거 언제 본 공연으로 올라와요?"라고 물어봤을 정도였죠. 빠르게 올라올 줄 알았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어요. 항상 궁금했었는데, 정말 감사하게도 저한테 기회가 와서 참여할 수 있었죠. 

Q.  어떤 역할을 맡았나. 

홍지희  저는 일단 박정분 이라는 역할을 맡았어요. 정분이는 시골에 살면서 달에 가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는 19살 소녀예요. 그 동네에서만 나고 자랐지만 굉장히 씩씩하고 탐험과 모험을 즐기는 소녀입니다. 많은 경험을 해보지는 못했지만 꿈을 위해서 영어 공부도 하고 열심히 사는 친구입니다. 

Q.  준비 과정에서 참고한 인물이나 작품이 있을까 

홍지희  사실 어떤 인물이나 작품에서 참고한 건 없어요. 그냥 시골에서 자란 친구이고, 19살 때까지 그곳을 벗어난 적이 없는 친구거든요. 호기심도 많고 모험심이 많은데 이 친구를 바라볼 때 떠오른 건 사실 엄마였어요. 저희 엄마가 딱 떠올라서 엄마가 어렸을 때 어땠을까, 이런 면이 있었겠다를 상상하면서 정분이라는 친구를 준비했었던 것 같아요. 

Q.  실제 나, 홍지희와 비교해 봤을 때 같은 결이 있다면? 

홍지희  어떤 저랑 같은 결이라고 한다면, 정분이가 굉장히 책임감이 강하고, 그 나이 때 친구들에 비해서 많이 철이 들어있거든요. 제가 지금 철이 들었다고 해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나이 때를 생각해 본다면 저도 그랬던 것 같거든요. 정분이는 제가 생각했을 때 낭만적인 면이 많은 아이라고 생각을 했었어요. 되게 현실적이고 야무진 것 같지만 뭔가 자기의 꿈에 대해서는 되게 관대하고 상상하는 걸 좋아하고 계속 생각하는 부분들이 있어요. 그런게 낭만적이거든요. 그런 부분이 비슷한 것 같아요. 현실적이고 이성적이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가장 좋아하는 연기라는 일을 너무 좋아하고 음악을 사랑하는 저랑 맞닿아있는 부분들이지 않나 싶어요.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Q.  연습 때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 

홍지희  어려웠던 건 딱히 없었는데 고민이 있었던 시기가 있어요. 뭔가 작품 속 인물, 정분이라는 인물의 나이에 대해서 되게 갇혀있었을 때가 있었어요. 내가 이런 역할을 하기에는 나이가 많지 않나 하는게 고민이었죠. 대본을 처음 봤을 때 사실 정분이라는 역할보다는 선희 할머니 역할이 되게 많이 다가왔었거든요. 더 많이 공감이 갔어요. 정분이보다는 선희 할머니가 더 공감이 된다는 게 잘못됐다는 건 아니지만 어떻게 보면 정분이로서 살아있는 연기를 하기에는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냐하면 다른 인물을 알고 연기하면 안 되니까 그런 부분들이 고민이 됐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고민이 있다고 언니 오빠들에게 이야기를 했는데 의식 오빠가 저한테 이야기를 해줬어요. "할머니가 그리워하는 인물을 연기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정분이로 살면 될 것 같다"라고 말을 해줬었는데 되게 명쾌한 답이었어서 인상 깊게 남았어요. 그렇구나, 내가 이런 부분들을 간과하고 있었구나 생각을 했었고, 그런 고민을 털어냈던 기억이 있습니다. 

Q.  본 공연에 들어와서는 어려웠던게 없었을까 

홍지희  사실 작품을 하고 있는 배우여서가 아니라 누가 봐도 정말 잘 쓰인 작품이거든요. 배우가 힘든게 정말 없어요. 너무 좋은 작품이고 잘 쓰여있는 작품이거든요. 탄탄한 대본과 더불어 작곡가님도 너무 좋은 노래를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준비했기 때문에 정말 좋은 작품이고 참여하고 있다는게 되게 감사한 작품이다 보니 특별하게 어렵거나 힘든 건 진짜 없었어요. 되려 내가 잘해야 되는데 내가 못하면 어떡하지 하는 고민이나 걱정이 조금 있달까요?(웃음) 나만 잘하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연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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