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99화 - 해변의 남녀
[과학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99화 - 해변의 남녀
  • 이상우 언론인·소설가
  • 승인 2022.0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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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언니가 여러 가지 개인적인 일에 관한 것을 입력해 놓은 것인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것이 있어요. 선생님이 한 번 보세요.”

영지가 컴퓨터를 켜고 USB를 열었다.

- TJ의 추억

- 버지니아 생활

- 3M

- 한강에서

이상과 같은 4항목이 폴더에 나타났다.

“이건 언니의 일기장 같은 것인데, 토머스 제퍼슨 기술고등학교 때 찍은 사진과 동영상과 함께 일기 같은 것이 오디오로 들어 있어요. 버지니아에서 살던 우리 가족 이야기, 그리고 친구들, 한강 메디팜 회사에서의 생활 등이 들어 있어요.”

“한강 메디팜이라면 한국 바이오 컴퍼니로 오기 전의 회사 말이지? 조진국 사장이 운영하는...”

“예. 맞아요.”

“3M이란 무슨 뜻일까?”

“글쎄 그건 잘 모르겠는데, 친구들 이야기예요. 여기 오민준, 유성우, 권익선 오빠 이야기가 조금 나오고 그 외는 대학 시절의 캠퍼스 풍경 사진 등이 있어요.”

“소중한 추억거리군.”

“근데 이것을 꼭꼭 감추어 두었거든요.”

“꼭꼭 감추어 두었다고?”

한수지가 남긴 비밀 일기로 추측되는 USB는 한영지가 엉뚱한 곳에서 발견했다.

“언니의 죽음에 대해 저 나름대로 단서를 찾기 위해 며칠 동안 언니의 방을 샅샅이 살펴보았지요. 혹시 제가 모르게 원한을 산 사람이라도 있나 해서였어요. 그러나 워낙 깔끔한 성격인 언니는 단서가 될 만한 것을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어요. 경찰 수사본부에서도 두 차례나 언니 방을 수색했지만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어요. 특히 언니의 남자관계에 대해서는 손톱만큼의 단서도 없었으니까요. 언니는 남자에 대해서는 결벽증이 있을 정도로 관심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언니의 책을 낱낱이 꺼내 책장을 다 넘겨보다가 나노 바이오에 관한 책에서 이것을 발견했어요. 책 한 귀퉁이를 잘라내고 그 안에 이 USB를 넣어두었더라고요.”

“으음, 영지의 말을 들어보니 상당히 중요한 내용이 담긴 것 같은데...”

나는 USB를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별 것이 없었어요. 버지니아 시절 모바일 동영상으로 찍었던 동영상이 대부분이었어요.”

“여기 폴더 중에 ‘3M'이라고 한 것은 무엇을 뜻하는 건가?”

“그게 좀 이해하기 어려워요. 주로 유성우, 권익선, 오민준 오빠의 동영상이 많이 나오는데 그림은 이해가 되는데 오디오는 말이 안 되는 잡음으로 되어 있어요. 내용은 굉장히 길어요. 한 시간 분량이거든요.”

“3M은 아마 세 남자라는 의미 아닌가 싶어요.”

“세 남자? 버지니아의 세 남자?”

“예.”

 

“그런데,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 녹음되어 있다는 말인가?”

“예. 말이 아니고 소리 같아요. 원시인들 말 같기도 하고 짐승들의 말 같기도 하고...”

“뭐야? 짐승들 말 같다고?”

“한번 틀어볼까요?”

한영지가 USB를 컴퓨터에 꽂고 화면을 열었다.

폴더에서 ‘3M'을 찾아 클릭했다.

첫 장면으로 거대한 파도위에서 서핑을 하는 남자의 모습이 나왔다.

위험하기 짝이 없는 거대 파도와 싸우는 남자는 서핑 솜씨가 프로급이었다.

낯익은 몸매였다.

“저건 권익선 아닌가?”

“맞아요. 내가 여러 번 돌려 봤는데 익선 오빠에요. 오빠는 대학에서 서핑 달인으로 이름을 날렸거든요.”

거대한 파도가 줄을 서서 밀려오는 바다의 배경이 어쩐지 낯이 익었다.

“저건 하와이 같은데.”

“맞아요.”

“호놀룰루의 노스쇼어 아닌가?”

“예. 선생님도 거기서 서핑하셨어요?”

“아니, 몇 년 전에 하와이 대학 동서 문화 센터에서 한국 추리소설에 대한 특강 요청이 있어서 가서 한달 쯤 있었지. 파도타기는 전혀 할 줄 몰라. 나는 물에 들어가면 맥주병이거든. 그래서 바닷가에 앉아 구경은 많이 했지.”

그러나 시원한 파도타기와 바다 풍경이 펼쳐지는데 녹음된 오디오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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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소리에 불과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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