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빈센트반고흐' 김경수 "가장 힘들 때, 나를 구원해 준 작품"
[인터뷰] '빈센트반고흐' 김경수 "가장 힘들 때, 나를 구원해 준 작품"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2.0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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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별을 그린 화가, 그가 들려주는 달과 별의 하모니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가 돌아왔다. 지난 3월 개막해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는 자신의 삶을 바쳐 그림을 그렸던 화가 빈센트 반 고흐와 그런 그를 묵묵히 뒤에서 지원해 주었던 동생 테오 반 고흐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이야기는 빈센트 반 고흐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지 6개월 후 동생 테오 반 고흐가 형과의 기억을 되새기며 형의 유작전을 준비하면서 두 사람이 실제 주고받은 편지를 바탕으로 펼쳐진다.
 
본지는 극 중 빈센트 반 고흐 역을 맡은 배우 김경수와의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 일답으로 공연과 관련된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음을 밝히며,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는 오는 6월 26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된다.

사진 ⓒ HJ컬쳐㈜

Q.  자기 소개와 인사를 부탁한다.

김경수  안녕하세요. 뮤지컬 배우 김경수입니다.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로 인사드리게 되어 진심으로 기쁩니다. 인터뷰도 정말 오랜만인데 요청해 주셔서 감사드리고, 빈센트 반 고흐로 인터뷰를 할 수 있어 더욱 기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Q.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라는 작품을 만난지 7년 차, 초연과 19시즌을 제외하고 모든 시즌에 함께하고 있는데 이 작품을 처음 만났을 때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김경수  제가 빈센트 반 고흐를 설명할 때 늘 하는 말이 있습니다. "가장 힘들 때의 나를 구원해 준 작품"이라고요. 세세한 부분들을 다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배우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 가지는 다양한 고민 중 가장 어두운 부분들이 제 머리와 가슴속을 짓누르던 시기였고, 타인에게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아픈 감정들도 참 많이 느낄 수 있던 시기에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의 오디션 공고를 알게 됐습니다. 오디션을 통해 이 작품을 만났고 흠뻑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에 함께 했던 모든 분들이 이 작품에 너무나도 열정적으로 임했고 푹 빠져있었던 게 생각납니다. 그 당시 여름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대학로의 많은 공간 중 아마도 우리 연습실이 가장 뜨겁지 않았나 감히 생각해봅니다.

Q.  2015년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그리고 2022년의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의 차이점이 있을까? 달라진 점일 수도 있고, 플레이어로서의 성장한 부분이나 작품을 대하는 자세 등에서도 조금씩의 변화가 있었을 것 같다.

김경수  변화라기보다는 이렇게 얘기하고 싶어요. <빈센트 반 고흐>를 공연하면서 점점 제 마음속에서 크게 자리 잡게 된 사람은 테오 반 고흐라는 인물입니다. 심지어 테오로 만난 배우들은 제겐 너무도 애틋한 존재가 되었고 작품 이후에는 늘 보고 싶은 그리움의 대상입니다. 빈센트 반 고흐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보통 빈센트를 ‘고흐’, ‘반 고흐’라고 부릅니다. 잘못되었단 얘기는 절대 아닙니다.(웃음) 그리고 꽤 많은 분들이 테오의 존재 자체를 모르시기도 합니다. 물론 그 역시 그럴 수 있습니다. 그저 제 개인적인 마음으로는 테오도 ‘고흐’인데 빈센트의 유명세라는 큰 그림자 속에 숨어있는 것만 같아 너무 속상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친한 지인이 고흐라고 부르며 제게 무언가를 물어볼 때 빈센트? 아님 테오? 누구 얘기하는 거야?라며 굳이 구분을 해주기도 했습니다. 그냥 테오를 좀 더 언급하고 알리고 싶었어요. 테오가 없었다면 빈센트도 없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테오의 무한한 지원과 믿음에, 빈센트는 계속해서 그림을 그릴 수 있었거든요. 다행히도 이제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를 찾아주시는 분들은 테오를 모르시는 분들은 거의 없는 것 같아서 너무 뿌듯합니다. 테오가 보고 싶어서, 궁금해서, 너무 좋아서 와주시는 분들도 더 많아진 것 같아 그게 더 기쁘고 감사합니다. 사실 그렇지 않더라도 괜찮습니다! 열심히 연기하며 그를 더 알리겠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2022년에서 바라보는 이 작품에 대한 제 자세는 특별한 변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이 작품과 치열하게 사랑에 빠졌었다면, 지금은 이 작품을 여전히, 치열하게 사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Q.  이번 시즌, 다시 참여한 이유가 있을까? 

김경수  예전에 마지막 공연 무대인사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제작사에서 캐스팅하지 않는 이상 전 끝까지 하고 싶다고요. 일단은 분명히 해두고 싶은 건 전 제가 작업한 모든 작품을 소중히 생각합니다. 근데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는 뭐랄까 좀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모두가 절 외면할 때 제 손을 잡아준 작품이거든요. 그래서 각별할 수밖에 없습니다. 많은 작품들을 만났고 그 작품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받았는데 너무 <빈센트 반 고흐>만 좋아하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혹여나 누군가에게는 실례가 되지 않을까 싶어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지난 시즌은 당연히 참여하고 싶었지만 이미 예정된 공연과 같이 병행하는 게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쉽지만 참여하지 못했고 올해에는 다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제게 위로가 되어주고 구원이 되어준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한 회 한 회 소중하고 절실하게 공연하겠습니다.

사진 ⓒ HJ컬쳐㈜
사진 ⓒ HJ컬쳐㈜

Q.  빈센트 반 고흐, 실제로 고흐란 화가를 좋아하고 진심이라고 들었다. 듣기로는 전시나 네덜란드나 프랑스 여행도 갔었다고 들었다.

김경수  그의 삶은 너무나도 처절했고 그 누구도 인정해 주지 않았지만 자신의 길에 대한 끊임없는 믿음과 확신이 너무나도 위대하게 느껴졌어요. 그 당시 너무나도 나약한 제게 큰 영향을 주었기에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처음 만났던 2015년에는 공연을 끝내고 바로 빈센트와 테오의 흔적을 느끼고 싶어 프랑스로 갔습니다. 파리뿐만 아니라 빈센트와 테오의 무덤이 있는 오베르에도 가서 시간을 보냈죠. 아쉽게도 아를이랑 네덜란드는 일정이 안 맞아 가보질 못했어요. 문득 고흐의 작품이 걸려있는 오르세 미술관을 갔던 기억이 나네요. 빈센트 파트 옆에 고갱의 파트도 있었던 게 기억납니다. 또다시 떠나고 싶네요. 빈센트와 테오의 흔적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Q.  본지에겐 빈센트 반 고흐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해바라기, 자화상, 별이 빛나는 밤만 떠오른다. 혹시 좋아하는 그림이 있을까. 있다면 이유는? 

김경수  좋아하는 그림이 누군가 물어볼 때마다 다른 것 같아요. 무언가 특정하기에는 그의 모든 그림들이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오늘의 그림은?'이라는 질문으로 답을 해보겠습니다.(웃음) 해바라기. 요즘 고갱과의 장면을 연기할 때 더더욱 느껴지는 건데, 빈센트는 정말 고갱과 함께 하는 그 순간을 너무나도 고대했던 것 같고 기대도 컸었던 것 같아요. 그 마음이 담긴 그림이 바로 해바라기이거든요. 고갱이 해바라기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해바라기를 여러 점 그려내었죠. 그리고 고갱이 좋아하는 담배와 술도 함께 준비를 해두었다고 합니다. 함께 행복하게 수많은 그림들을 그려낼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하지만 그 둘은 달라도 너무 달랐습니다. 

Q.  작품으로 들어가서, 작품은 테오를 중심으로 형제들이 주고받은 편지를 통해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개인의 역량도 중요한데 테오와의 호흡도 빼놓을 수 없었을 것 같았다. 4명의 상대 배우가 함께하고 있는데 어떤가?

김경수  우선 윤승우 배우는 승우는 이번에 처음 만난 친구예요. 기본적으로 바른 친구인 것 같습니다. 대화를 할 때 느낄 수 있고 그 바른 모습이 테오에게서도 많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늘 변수가 있는 무대 위를 유연하게 풀어나갈 수 있는 센스가 있는 것 같아요. 항상 제게 살갑게 대해줘서 참 고마운 좋은 동생입니다. 

이어서 황민수 배우는 경력직이잖아요. 든든하죠. 또한 오랜만에 함께 연기할 수 있어서 너무 좋고요. 예전에 <1446>이라는 작품에서 함께 할 때는 제가 엄청 괴롭혔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서로 애틋할 수 있어 더 좋습니다.(웃음)

윤은오 배우는 처음에 제일 막내인 줄 알았어요. 너무 어려 보이는 외모였지만 결국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말에 또다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죠. 너무나도 따뜻한 테오의 감성을 정말 잘 표현해 내는 멋진 친구였어요. 테오 역의 배우들은 다른 인물들도 동시에 표현하는데 그들에게도 따뜻함이 느껴질 정도예요. 개인적으로 저는 그 감성을 좋아하거든요.

마지막으로 황순종, 이 녀석이 막내였어요! 하하. 뭐랄까 조심스럽고 굉장히 이성적여 보이는 순종이는 몸도 엄청 좋아요~ 아, 은오도 엄청 좋아요! 다들 관리를 참 잘하네요? 멋지다... 어쨌든 성숙한 느낌이 들어서그런지 막내로 생각하지 못했나 봐요. 지후가 연습하는데 저랑 순종이가 닮았다는 얘기를 해줬는데 저는 참 기분이 좋았어요. 순종이한테 실례가 될지는 모르지만 저랑 비슷한 외모 결을 가지고 있다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괜히 더 형제 같아 보여서 좋기도 하고요. 그나저나 이 녀석 목소리가 정말 너무 예뻐요. 테오 넘버 좀 더 만들어주세요!

Q.  앞서 이야기를 했지만, 반 고흐의 이야기를 할 때 테오를 빼놓을 수 없다. 그들이 주고받은 660여 통의 편지, 그리고 그의 가족이 지켜낸 그림들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가 빈센트 반 고흐를 알고 있을 수 있었고, 그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았나 싶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듣고 싶다.

김경수  그중 테오의 아내였던 요한나의 역할이 컸죠. 빈센트의 그림 관리부터, 테오와 빈센트의 공동 무덤, 그 둘의 편지를 한데 묶어 책으로 내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영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죽기 직전까지 매달렸다고 해요. 빈센트가 인정을 받게 한 가장 큰 역할을 요한나가 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요한나로 소설이나 연극, 뮤지컬 혹은 영화로 제작해도 너무 멋질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게 있어 요한나는 ‘Special thanks to...

Q.  빈센트에게 고갱은 어떤 인물이었을까. 어떻게 보면 대체적으로 알려진 그의 이야기에 동조한 화가, 혹은 작품 속에서처럼 테오의 부탁을 받고 그와 함께 그림을 그리게 된 화가일 수도 있는데, 배우님은 어떻게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는 빈센트에게 어떤 선망의 존재였을까 아니면 그만이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던 걸까. 작품 속 연기를 보면서 다양한 생각을 했었다. 

김경수  파리에서 우연히 만났던 고갱이 빈센트의 그림을 인정해 줬죠. 체감상 유일했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다시 희망을 갖게 되었어요. 희망이라는 불씨가 흔들리고 있었지만 꺼지지는 않았었거든요. 그때의 기운과 기억으로 테오에게 부탁하고 부탁해서 결국엔 그를 만났죠. 고갱만큼은 자신을 이해해 줄 거라고. 그래서 각자의 생각을 존중해 주면서 사람들에게 모두의 그림이 인정받는 화가 공동체를 꿈꿨던 것 같아요. 하지만 결국은 모든 게 반대가 돼버린 것 같아 괴로웠던 것 같아요. 물론 그 이유 중 절반 이상은 빈센트의 문제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마찬가지로 고갱은 빈센트에게 꽤 많은 간섭과 지적, 빈센트 그림에 대한 인정이 있었지만 존중이 없었고 조금씩 고갱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금세 떠나려고 했죠. 빈센트를 조롱하는 그림을 그리기에 이르렀고 둘 사이는 멀어질 수밖에 없었죠. 고갱은 빈센트에게 마지막 희망이자 등불이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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