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빈센트반고흐' 윤승우, "따뜻한 에너지 전하고 싶어요"
[인터뷰②] '빈센트반고흐' 윤승우, "따뜻한 에너지 전하고 싶어요"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2.0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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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앞서 진행한 [인터뷰] '빈센트반고흐' 윤승우, "어렵지만 너무 즐거운 2인극"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바람과 온도, 달과 별의 하모니. 모든 시름을 잊을 만큼 아름다운 오베르의 밤.”
 
춤추는 별을 그린 화가, 그가 들려주는 달과 별의 하모니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가 개막했다.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는 자신의 삶을 바쳐 그림을 그렸던 화가 빈센트 반 고흐와 그런 그를 묵묵히 뒤에서 지원해 주었던 동생 테오 반 고흐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이야기는 빈센트 반 고흐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지 6개월 후 동생 테오 반 고흐가 형과의 기억을 되새기며 형의 유작전을 준비하면서 두 사람이 실제 주고받은 편지를 바탕으로 펼쳐진다.
 
본지는 이번 시즌 새로 합류한 윤승우 배우를 만날 수 있었고, 그가 바라보고 있는 빈센트 반 고흐 그리고 그가 맡은 역할 '테오 반 고흐' 역에 대해서 들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 일답으로 공연과 관련된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음을 밝히며,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는 오는 6월 26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된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Q.  작품 속에서 네 명의 형님들과 연기를 하고 있는데, 각자 다 너무나도 다른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윤승우  네 맞아요. 제가 느끼는 형들을 말해보자면 일단 경수 형님은 정말 그림을 그리는 일을 너무나 사랑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는 빈센트인 것 같아요. 그래서 보고 있으면 형이 무너지고 힘들어할 때 더 마음이 아파지더라고요. 그가 가지고 있는 그림에 대한 진심이 느껴지니까 저도 같이 고통을 느끼는 것 같달까요. 그래서 같이 공연을 하고 있으면 테오로서 형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를 계속 생각을 하면서 연기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유덕형의 빈센트는 되게 힘들어하는데 테오한테는 엄청 티 내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것마저 저는 아니까 이 형이 정말 힘든데 나한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힘든 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는구나라는 걸 알아서 더 마음이 아픈 빈센트인 것 같아요.

민성이 형 같은 경우에는 어떻게 보면 형보다 동생 같은 빈센트 같았어요. 제가 동생이지만 저보다 더 동생 같은 형이랄까요. 형이 정말 동생 같은 형의 끝판왕이 아닐까 싶어요. 되게 장난도 심하고 칭얼대고 개구쟁이인 빈센트의 모습이 보여요. 

마지막으로 지후 형은 일단 되게 커요. 정말 큰대 뭐랄까 덩칫값을 못하는 빈센트랄까요. 형을 바라보고 있으면 형의 눈이 되게 이쁘거든요. 되게 매력적인데 공연을 하고 있다 보면, 형이 연기하는 빈센트의 눈을 계속 보게 돼요. 중간중간 형이 되게 슬픈 눈을 하고 있을 때가 있는데 그냥 보고만 있어도 제가 되게 공감되더라고요.

Q.  그럼 다른 테오들은 어떤가. 모니터링했을 때 조금 다른 결을 가지고 있던가

윤승우  네, 다 봤었는데 정말 하나같이 다 너무 잘해요. 그리고 제가 테오로서 형들을 사랑하는 만큼, 빈센트를 사랑하고 그가 행복하길 바라는 가족으로서 그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고 싶어 하는 만큼, 그 모습들을 다 자기들의 결로 만들어서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서 너무 좋아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형을 바라보느냐의 차이가 조금 있을 뿐 가족이자 친구로서 그를 응원하고 있지 않나 싶어요.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Q.  테오의 존재가, 지금 우리가 빈센트 반 고흐라는 작가를 알 수 있게 만든 게 아닐까 싶었다.

윤승우  사실 테오도 그렇지만 그의 아내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이걸 알 수 있었거든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태오는 정말로 형의 그림이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충분히 인정받고 팔릴 수 있는 그림이라고 봤거든요. 그가 그림을 사고팔았던 만큼 그 누구보다 그림을 보는 눈이 있다고 봤어요. 그렇기 때문에 그는 형을 믿어주고 지원했죠. 그리고 사실 형을 바라보고 있을 때 어떤 위로를 해주고 싶어 했을 것도 같았어요. 아버지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 노력했던 그가, 아버지라는 존재에게서 질책 받고 스스로를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낮추고 자책하고 있을 때 그를 위로해 주고 싶지 않았을까 싶더라고요. 형은 그림을 통해서 조금 자신감을 얻고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어떤 목표를 찾잖아요. 그래서 테오는 그를 더 밀어주려고 하지 않았나 싶기도 한데, 일단 그렇다고 무작정 지원을 한건 아니라고 봤어요. 형의 그림은 그가 봐도 훌륭했고, 인정받을 수 있는 그림이었으니까. 테오는 이 그림을 모두가 알아봐 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형을 지원하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그리고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형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그가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줬던 거죠. 처음에는 형의 그림 실력이 뛰어났고, 그가 아버지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지원을 했다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위해서, 그리고 우리 형제, 우리 가족이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형을 지원했을 것 같았어요.

Q.  테오가 만약 전시를 무사히 열고, 관객들이 빈센트 반 고흐의 첫 전시를 보고 있다면 테오는 어떤 감정을 느낄까

윤승우  제 예상이 맞았을 수도 있고, 안 맞을 수도 있다고 봐요. 그런데 관객들이 형의 그림을 좋아하든 말든 그게 중요한 건 아니거든요. 그들에게, 이 전시를 찾은 모든 관객들에게 형의 그림을 알렸다는 것 자체가 테오를 행복하게 했을 것 같아요. 

Q.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윤승우  극 중에서 형인 빈센트 반 고흐가 귀를 자르고 난 다음 제가 무대에 있는 물건들을 정리하는 장면이 있거든요. 거기에서 제가 꼭 해야 되는 하나가 붓이 있는데, 그걸 형의 화구 가방에 넣어 놓는 거예요. 그런데 그때 붓이 없더라고요. 제가 지후 형이랑 첫 공연을 할 때였는데 붓을 넣어야 하는데 안 보이는 거예요. 정말 짧은 그 순간에 어디 있지, 어떻게 해야 되지 하면서 고민했어요. 그 짧은 찰나에 순간 형에게 빵을 가져다주는 박스에 붓이 있다는 걸 깨닫고 거기에 있는 붓을 일단 형의 화구 가방에 넣어뒀죠. 그래서 붓을 찾지는 못했지만 형이 만약에 이걸 보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붓을 꺼내겠지 하고 퇴장을 했어요. 형이 마지막 밀밭 장면에서 첫 넘버 가사가 "붓을 들면"이거든요. 그런데 이 장면이 사실 초연 때는 "붓을 들면"이 아니라 "여긴 밀밭"이라고 했거든요. 그래서 연습 때 만약에 가방을 열었을 때 붓이 없으면 당황하지 말고 "여긴 밀밭"이라고 하면 된다고 했었는데, 저는 소대로 들어와서 다음 장면 준비를 하는데 갑자기 "붓을 들면"을 안 하고 "여긴 밀밭"이라는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순간 붓을 넣어놨는데? 아닌가 했었는데 알고 보니까 형이 붓을 보긴 봤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빵 바구니에 있던 붓은 사실 큰 붓이 아니라 빨대처럼 가는 붓이었거든요. 형은 그런 뉘앙스로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정말 감정이 고조되는 장면인데 얇은 붓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이야기를 한다는 게 약간 멋이 없어서 안 꺼낸 게 아닐까 싶었어요. 형도 붓을 보고 이걸 꺼낼지 말지 그 짧은 순간에 되게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형한테 붓을 못 찾았다고 하니까 형도 첫 공연이니까 제가 보기 쉽게 저를 배려해 줘서 가방 근처에 던져뒀던 거죠. 그런데 거기가 정말 어두워서, 제가 또 밤눈이 어둡기도 하고 연기하고 집중하고 있다 보니까 놓쳤던 거였어요. 그래서 못 찾았던 거였죠. 

Q.  그래도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다.

윤승우  그래서 그 뒤로는 빵 바구니에 있는 스페어 붓도 멋있는 붓으로 바뀌었습니다.(웃음)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Q.  좋아하는 넘버

윤승우  넘버는 '사람을 닮은 그림'이란 곡인데, 형이 자신이 그리고 싶은 게 어떤 그림인지 설명하거든요. 그래서 좋아해요. 

Q.  최근 가장 울림이 있었던 가사나 대사는?

윤승우  형에게 하는 대사 중에 "형의 그림에는 진심이 담겨있어, 진심은 사람을 감동하게 하잖아"라는 대사를 제일 좋아해요.

Q.  마지막으로 공연을 보러 올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윤승우  1인 다 역을 되게 자신 있어 하고, 실제 테오 반 고흐처럼 형 빈센트 반 고흐를 사랑할 수는 없겠지만, 그것에 준하는 사랑으로 형들을 바라보고 연기하고 호흡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극장에 오셔서 저희 두 형제를 사랑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사랑스러운 에너지를 얻어가주시고 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6월 26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열심히 무대를 지키고 있을 테니까 보러 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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