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97화 - 누드화 뒤의 음모
[과학 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97화 - 누드화 뒤의 음모
  • 이상우 언론인·소설가
  • 승인 2022.04.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는 깜짝 놀라 몸 주위를 살펴보았다.

호주머니도 뒤져 보았으나 아무 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내 몸 어디다 붙였나? 이거 원 참...”

“선생님이 아버지와 말씀 나누고 계실 때 선생님의 구두에 심어 놓았습니다. 육안으로 찾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나를 쭉 감시하고 있었다는 말인가?”

“기분 나쁘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그럼 아까 그 난동 부리던 사람들이...”

“맞습니다. 선생님을 암살하려 한 자들이었습니다. 지금 연행하여 우리 정보기관에서 조사를 하고 있을 것입니다.”

“몇 사람이었어요?”

듣고 있던 한영지가 물었다.

“두 사람이었습니다. 제가 그 정보를 입수하고 현장으로 달려갔던 것입니다.”

“어쨌든 고맙네.”

나는 기분이 야릇했다. 내가 표적이 되었다는 것이 흥미로우면서도 두려웠다.

“그보다 오늘 한영지 어머니와 변 사장이 사라진 이유를 아십니까?”

유성우가 양주잔을 비우고 나와 한영지의 얼굴을 번갈아보며 말했다.

얼굴이 긴장되어 보였다.

“프라이버시 아닌가?”

내가 말하자 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럼 예술 작업? 그림 완성에 쫓기고 있다고 하던데...”

“그런 게 아닙니다. 지금 엄청난 음모의 한 가운데 있습니다.”

“예?”

나와 영지가 동시에 소리를 질렀다.

“바이오 컴퍼니에서 도대체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말인가?”

나는 유성우에게 다시 물었다.

“그런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지수 씨와 장주석 씨, 그리고 이정근 이사의 피살과 관련이 있는지 없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뿐 아니라 국제적인 조직이 개입되어 있다는 정보도 있습니다.”

유성우는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강혜림 여사와 변하진 사장이 지금 그 일의 중심에 있다는 이야기인가요?”

“그런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 남성 누드 그림을 완성시키기 위해 함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다른 작업을 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도대체 그 작업이 무엇이란 말인가?”

“자세히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바이오와 관련된 일이고, 그것이 완성되면 인류에게 중대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정도입니다. 우리 정보 당국에서는 그것을 밝혀 사전에 차단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나는 들을수록 황당했다.

도대체 무엇을 만들기에 인류의 장래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단 말인가?

그때 유성우의 핸드폰이 신호음을 냈다.

카톡이 아니면 문자 메시지일 것이다.

핸드폰을 열어본 유성우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항상 근엄한 표정을 짓는 사람이라 특별히 긴장한 것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었다.

“이거 어떡하지요? 전무님이 급히 가보라고 하는 데가 있어서 나가야 하겠네요. 선생님...”

유성우가 다급하게 말했다.

그가 미안하다고 말 할 것 같았으나 나는 오히려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한영지와 단 둘이 남게 되기 때문이었다.

“아, 우리는 염려 말고 가 봐요. 우리도 나가지.”

나는 한영지를 돌아보며 말했다.

“아닙니다. 여기서 술 한 잔 더 하고 쉬시다가 천천히 가셔도 됩니다.”

“그래도 주인 없는 방에서...”

“괜찮아요. 제가 있어도 주인 없는 방은 마찬가지입니다. 나가실 때 그냥 문을 닫으면 자동으로 잠깁니다. 그럼...”

유성우는 내 대답도 듣지 않고 황급히 나가버렸다.

한영지와 단 둘이 남으니 좀 어색했다.

폐쇄된 공간에서 한영지와 단 둘이 마주 앉아 있는 것은 처음이었다.

“영지야, 한잔 더 할까?”

나는 마시다가 둔 와인 병을 들고 영지의 잔에 따랐다.

“선생님, 우리 함께 여행 한번 갈까요?”

한영지가 와인 잔을 들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행?”

심쿵!

나하고 여행을 가자는 한영지의 말은 내 심장을 정말 쿵쾅거리게 하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