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솥기업 쿠첸, 단가 인상 요청 협력업체 기술자료 빼돌린 뒤 밥그릇 뺏어
밥솥기업 쿠첸, 단가 인상 요청 협력업체 기술자료 빼돌린 뒤 밥그릇 뺏어
  • 정연숙 기자
  • 승인 2022.04.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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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임원 빼고 애먼 실무 직원만 검찰에 고발 지적
이동건 회장의 부방 100%자회사...실적 악화로 고심
부방그룹 본사 @카타오맵
부방그룹 본사 @카타오맵

전기밥솥 쿠첸이  협력업체의 기술자료를 빼돌려 다른 업체에 준 것으로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 중견 가전업체 부방(회장 이동건)그룹의 계열사이다.  협력업체가 단가 인상을 요구하자 쿠첸이 거래선을 바꾸기 위해 벌인 일이다. 법인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법인과 실무자만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는 20일 하도급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혐의(하도급법 위반)로 쿠첸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8억7000만원을 부과했다.  법인 쿠첸과 구매팀 차장급 직원을 각각 검찰에 고발했다. 하도급법상 기술자료를 유용한 자는 하도급대금의 최대 2배에 이르는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이동건 회장
이동건 회장

쿠첸은 수급사업자 ㄱ기업에서 제공받은 기술자료를 2018∼2019년 네 차례에 걸쳐 제3의 업체에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된 부품은 밥솥에 들어가는 인쇄 배선 기판 조립품으로, 쿠첸은 제조공정도와 작업표준서 등이 포함된 승인원을 빼돌렸다.

승인원은 부품이 사양에 부합한다는 승인을 얻기 위해 수급사업자가 원사업자 쪽에 발송하는 자료다.

쿠첸은 ㄱ기업을 다른 협력업체로 대체하기 위해 이런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쿠첸은 경쟁업체인 ㄴ기업을 새 협력사로 등록하기 위해 기술자료를 전달했다. 이후 ㄱ기업이 납품단가를 올려달라고 요구하자,  거래선을 바꾸기 위해 또 다시 업체 두 곳에 기술자료를 넘겼다.

쿠첸은 ㄱ기업과의 거래 규모를 단계적으로 줄이기로 계획하고 다시 한 번 기술자료를 다른 업체에 제공했다. 실제 ㄱ기업은 2019년 2월에 마지막 발주를 받은 뒤 쿠첸과의 거래가 끊겼다.

공정위가 임원을 제외하고 실무자만 검찰에 고발하는 것은 드문 일. 보통 임원을 고발하거나 임원과 실무자를 함께 고발하는 것과는 대비된다.

 2019년 현대건설기계의 기술 유용 건에서는 임원 1명과 직원 1명을 각각 고발했다. 쿠첸 건과 비슷한 사례는 2018년 부장 2명과 차장 1명, 과장 2명을 고발한 두산인프라코어 기술 유용 사건 정도다.

공정위는 쿠첸 사건에서는 임원이 지시하거나 관여한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고발된 직원은 “(문제된 행위를) 일선에 보고했다”고 진술했지만 증거로 확인되지는 않았다고 것.

안남신 공정위 기술유용감시팀장은 “대표이사를 고발해야 기업에 경각심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임원이 기술 유용을) 승인했는지 여부가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쿠첸은 수급사업자 6곳에 기술자료 34건을 요구했다. 관련 서면을 제공하지 않은 혐의를 받았다. 시정명령과 과징금 5200만원을 부과받았다. 쿠첸이 물게 되는 과징금 총액은 9억2200만원이다.

테크로스홀딩스 지분현황(2021.12.31)
테크로스홀딩스 지분현황(2021.12.31)

쿠첸은 부방이 100%을 지분을 가진 자회사로서 지주회사인 테크로스홀딩스에 지배를 받고 있다. 테크로스홀딩스는 2000년 5월 설립된 뒤 2021년 7월 지주회사로 주된 사업을 변경했다. 테크로르홀딩스의 지분현황은 이동건(14.18%), 이중희(39.74%), 이희원(5.77%), 이희정(5.74%), 정영자(0.78%)등 이다. 

중간 지주회사 성격을 지닌 부방의 지분현황은 테크로스홀딩스(35.52%), 이동건(1.72%), 이중희(4.88%), 이희원(1.84%), 이희정(1.84%), 제이원인베스트먼트(5.33%), 박재순(0.12%), 이재성(0.01%)등이다. 

이동건 회장의 차남인 이중희 부회장은 테크로스홀딩스를 통해 실질적 지주회사 겪인 부방의 계열사 쿠첸, 부방유통, 지즈앤테크컨설팅, 시즈밍, 쓰리원이알피 등를 지배하며 그룹을 경영하는 모양세이다. 

장남인 이대희 쿠첸 부회장이 그룹 경영권에서 물러나 있는 모양새이다. 부방의 지분(4.88%)만을 보유하고 있다. 지주회사인 테크로스홀딩스에 지분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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