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동탄물류센터 50대 여성 노동자 또 사망... 관리자 119신고보다 사내 보고 먼저
쿠팡 동탄물류센터 50대 여성 노동자 또 사망... 관리자 119신고보다 사내 보고 먼저
  • 최남일 기자
  • 승인 2022.0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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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지난달 1월 26일 인천 서구 쿠팡 인천4물류센터에서 밤샘하고 퇴근하는 노동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지난달 1월 26일 인천 서구 쿠팡 인천4물류센터에서 밤샘하고 퇴근하는 노동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정의당

쿠팡에서 노동자가 또 사망했다. 동탄물류센터에서 일하던 50대 여성노동자가 사망했다.  이 여성 노동자는 지난해 성탄절 전날인 12월 24일 쓰러져 병원에 옮겨졌으나 회복하지 못하고 11일 끝내 숨졌다. 

14일 경기 화성시 동탄물류센터에서 전산 업무를 하던 ㄴ(53)씨가  지난해 12월24일 오전 두통과 메스꺼움을 호소하며 쓰러져 병원에서 뇌출혈 진단을 받았고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지난 11일 오전 숨졌다. 

ㄴ씨 언니는 “생전 육체적·심리적으로 업무 스트레스를 많아 받았다. ‘죽어서 여길(물류센터를) 나갈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결국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ㄴ씨는 뇌혈관 질환 등 지병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회사의 늑장대응에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2월 24일 오전 11시25분께 쓰러진 ㄴ씨는 처음 동료에 의해 발견된다. 현장관리자는 119신고 대신 사측에 보고한다. 결국 20분이 지난 오전 11시45분께 119신고가 이뤄졌다.

1차 응급조처는 보건팀이 맡았다. ㄴ씨에게 핫팩을 붙이고 혈당·혈압체크 등을 했다. 소방 기록으로는 119 신고 28분이 지나서야 구급차가 도착했다. ㄴ씨를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느라 시간은 더 지체됐다. ㄴ씨는  1시간20여분 지난 낮 12시49분 병원에 도착했다. 결국 골든타임을 놓쳐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지적이다.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비판했다. 대책위는 성명을 통해 “생명을 잃은 수 있는 위급한 상황에서 곁의 동료는 응급구조 요청을 할 수단이 없고 관리자마저 절차를 밟아야만 구조요청을 할 수 있었다. 기업이 노동자 생명보다 통제를 우선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쿠팡 동탄물류센터는 '죽음의 작업장'으로 불린다. 지난해 1월 ㄴ씨와 비슷한 50대 여성 노동자 사망 사고가 있었다. 노동 환경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난방 시설이 없어 겨울철이면 핫팩과 방한복에 의지해야 한다. ㄴ씨가 쓰러진 날은 바깥 최저기온이 영하 6도였다.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강도 높은 노동을 견디며 일을 하고 있다. 로켓배송 마감을 지키기 위해 뛰어다니기 일쑤다. 그런데도 대다수 노동자가 일용직, 단기계약직 근무자로 알려진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노동자들의 연속된 야간노동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새벽배송, 로켓 배송이라는 쿠팡식 혁신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당장 새벽, 야간 노동이 필요하다면 교대 형태로 근무할 수 있게 하여 야간노동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70% 수준으로 추정되는 일용직 비율을 낮춰야 한다. 야간노동을 통해 야간수당을 받아 생활임금을 마련해야 하는, 다른 일자리가 없어 이곳 물류센터에서라도 일해야 하는 노동자들의 상황을 이용한 고용구조는 이 산업의 지속성에 대해 의심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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