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아그룹 직장내 괴롭힘 극단 선택 3년 만에 사과...대표 사퇴 '꼬리 자르기' 실질 경영 이태성 부사장 책임론
세아그룹 직장내 괴롭힘 극단 선택 3년 만에 사과...대표 사퇴 '꼬리 자르기' 실질 경영 이태성 부사장 책임론
  • 조경호 기자
  • 승인 2022.0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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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세아홀딩스 통해 세아베스틸 지배...직책은 부사장이지만 권한 막강
2018년 직장 내 괴롭힘 사망 고용노동부 산재 확인...3년 만에 사과 재발 방지
세아그룹 이순형 회장
세아그룹 이순형 회장

세아그룹(이순형 회장) 계열사 세아베스틸이 직장 내 괴롭힘이 논란이 뜨겁다. 3년전 직장내 성추행과 괴롭힘에 극단적 선택한 30대 노동자 유모 씨 문제가 뒤늦게 제기됐다.

MBC는 24일 세아베스틸 군산공장에서 근무하다 3년 전 스스로 생을 마친 30대 노동자 유모씨의 죽음이 직장 내 괴롭힘과 성추행이 원인이었음을 알수 있는  유서와 동영상을 공개했다. 

유씨는 지난 2018년 11월 25일 금강 하구 한 공터에 세워진 자신의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공장 앞 자취방에 다녀온다며 집을 나섰다가 연락이 끊긴 지 3일 만으로 차가운 시신으로 돌아온 것이다.

유씨는 2012년 4월 계약직으로 세아베스틸에 입사한다. 정규직이 된 이후 승진까지 앞두고 있던 시점이었다.  

차 안에서 발견된 유씨의 휴대전화에는 마지막 순간을 촬영한 25분 분량의 영상과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유서가 있었다. 유서에는 상사들로부터 당했던 성추행과 괴롭힘의 구체적 기록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MBC는 유씨 사건을 보도하면서 유씨가 입사한지 2개월째인 2012년 6월 회사 제강팀 동료들과의 야유회 사진도 공개했다. 사진에는 2명만 옷을 입고 있었다. A씨와 나머지 사원들은 발가벗은 채 가랑이만 손으로 가리고 있었다. 

유씨는 유서를 통해 해당 사진을 찍은 배경을 설명했다.

유씨는 "(옷을 입고 있던 남성 중 한 명인) A씨가 자랑으로 생각하는 사진"이라면서 "회사 PC에 더 있을 테니 낱낱이 조사해서 나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고 썼다.

이어 "입사한 달 A씨가 '문신이 있냐'고 물어봤다"며 "팬티만 입게 한 뒤 몸을 훑어보고 여러 사람 보는 앞에서 수치심을 줬다. 찍히기 싫어서 얘기 못 했다. 한이 맺히고 가슴이 아프다"고 주장했다.

유씨는 입사 직후부터  A씨가 지속적으로 성추행과 괴롭힘을 저질렀다고 했다. 

2016년 12월 10일 16시30분쯤 한 복집에서 볼 뽀뽀, 17시40분쯤 노래방 입구에서 볼 뽀뽀라며 구체적인 성추행 기록도 남겼다.

직장내 괴롭힘과 성추행은 직장 상사인 B씨도 가담했다. B씨는 유씨의 성기를 만졌던 것으로 알려진다. 유씨는 유서를 통해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고 적었다.

한편 근로복지공단은 지난해 1월 유씨의 죽음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산업재해가 맞다고 인정했다. 유족은 A씨와 B씨를 성추행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수사기관은 "오래 전 일이라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처벌할 수 없다고 결론냈다.

유씨 유족들은 검찰에 재조사를 해 달라며 항고장을 냈다. 가해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했다.

유씨 사건이 MBC보도를 통해 일파만파 번지자 25일 세아베스틸 군산공장 총괄책임자인 박준두 대표이사, 제강담당 김기현 이사가 사건의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했다.

김철희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2018년 11월 발생한 당사 군산공장 사망사고와 관련해 많은 분들께 안타까움과 실망감을 드리게 돼 진심으로 송구하다"고 사과하면서 논란이 불거지게 된 경위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수립을 약속했다.

김 대표는 "모든 반성과 되돌림의 출발점은 회사로부터 시작돼야 한다"면서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기에 결코 벌어져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고, 회사가 이를 제어하지 못했으며, 힘든 직원들이 목소리를 표출한 통로가 부재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번 사건과 상처를 반면교사 삼아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고 불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세아베스틸은 회사의 가치를 위협하거나 훼손하는 불합리한 행위에 대해 '무관용 정책(Zero Tolerance Policy)'으로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라고 알렸다. 원칙을 재확립하고 사규 및 의사결정 프로세스와 시스템 등을 전면 개정할 계획이다. 또, 구성원들이 직장에서의 고충이나 양심선언 등 용기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소통 창구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2년간 뭘 했나?

유씨 문제는 기업의 윤리 문제라는 지적이다. 직원에게 정직과 신뢰 등 투명성을 강조하면서도 후진적 경영철학을 갖고 있다는 것. 근로복지공단은 지난해 1월 유씨의 죽음을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산업재해라는 판단했다. 그런데도 회사 측은 1년 이상 근본적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MBC보도 이후 회사의 대표 등이 사퇴하면서 사태 수습에 나섰다. 사후 약방문 처방이라는 비판이다.

이태성 부사장과 김철희 대표는 책임에서 빠졌다는 점이 지적됐다. 1976년생인 이 부사장이 실질적 오너이다.  김 대표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지만, 이 부사장이 경영기획부문 총괄을 맡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분기보고서 자료에도 김 대표보다 이 부사장이 먼저 기재될 만큼 이 부사장의 위치를 보여주고 있다. 

세아베스틸의 최대주주는 세아홀딩스이다. 세아홀딩스(61.72%), 이운형문화재단(0.63%), 이순형(0.30%), 허은홍(0.00%)등이다. 세아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이태성 세아홀딩스 부사장 겸 대표(35.12%)이다.

세아홀딩스 지분현황(2021.9.31)
세아홀딩스 지분현황(2021.9.31)
세아홀딩스(2021.09.31)

세아그룹은 세아홀딩스와 세아제강의 두 개의 지주사를 갖추고 있다. 세아홀딩스는 이운형 세아제강 회장의 장남 이태성 부사장이, 세아제강은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의 이주성 부사장이 각각 맡고 있다. 1978년생 동갑내기로 사촌지간이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세아베스틸은 세아홀딩스에 속한 계열사로서 이태성 부사장의 경영 책임하에 있는 기업이다. 

재계는 김철희 대표와 이태성 부사장의 책임있는 사과 없는 한 사고 발생 3년 만에 뒤늦은 사과와  박준두 대표이사, 제강담당 김기현 이사 사태로 해결되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직원이 직장내 괴롭힘으로 사망한지 3년여 만에 회사가 나서 뒤늦게 대표이사와 이사가 경질성 사퇴하는 것으로 마무리된 사건을 두고 노동계 일각에서는 세아그룹에 경영철학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사과문 전문.

안녕하십니까. ㈜세아베스틸 대표이사 김철희입니다.

먼저, 어제 뉴스에 보도된, 지난 2018년 11월 발생한 당사 군산공장 직원 사망사고와 관련해
많은 분들께 안타까움과 실망감을 전해드리게 돼 진심으로 송구합니다.

이 자리를 빌어, 회사 내에서의 괴롭힘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소중한 저희 직원의 명복을
빌며,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형언할 수 없는 슬픔 속에 살아가고 계신 유가족분들께
진심을 담아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저를 비롯한 ㈜세아베스틸 경영진 모두는 본 사건을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모든 반성과 되돌림의 출발점은, 회사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정 개인의 일탈행위로 치부하기에는, 결코 벌어져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었음에도
회사가 미리 파악하고 제어하지 못했고, 힘든 직원이 목소리를 표출할 통로가 부재했으며
무엇보다 소중한 구성원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사실에 무겁고 참혹한 마음입니다.

이에 대한 책임을 깊이 통감하며, ㈜세아베스틸 군산공장의 총괄책임자인 박준두 대표이사와
제강담당 김기현 이사가 금일 자진 사퇴를 결정했습니다.
그 외 관련자 처분은 인사위원회를 조속히 개최해 명명백백히 밝혀나가고자 합니다.

책임자의 사퇴가, 피해 직원과 유가족의 크나큰 상처에 비견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과 상처를 반면교사 삼아 잘못된 부분은 바로잡고, 두 번 다시 이와 같은 불행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그것이야말로, 고인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는 길이며, 유가족분들 또한 가장 바라시는 바라고 생각됩니다.

앞으로 당사는 회사의 가치를 위협하거나 훼손하는 불합리한 행위에 대해 '무관용 정책(Zero Tolerance Policy)'으로 강력히 대처할 것입니다. 기업의 원칙을 재확립하고, 사규 및 의사결정 프로세스, 시스템 등을 전면 개정해 그 어떠한 부담이나 손해를 감내하고서라도 철저히 원칙을 지켜나가는 토대를 만들 것입니다.

또한, 구성원들이 직장에서의 고충이나 양심선언 등 용기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소통 창구를 마련하고 우리의 가치에 반하는 행동이나 용인될 수 없는 행위를 목격하거나 직장 생활에서의 괴로움을 느낄 때, '회사가 구성원을 지켜줄 것'이라는 안심감을 느끼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다양한 계열사, 지역, 직군 등에서 발생하는 위험 요인들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대비책을 마련해 나갈 것입니다. 이 모든 노력들을 통해 전 직원이 회사의 가치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뿌리 깊이 내재화하는 데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금번 사건으로 인해, 당사에 관심과 지지를 보내주셨던 많은 분들, 특히 세아의 가치에 대한 신뢰와 자부심으로 살아온 대다수의 구성원들이 느꼈을 상처와 충격을 감히 가늠조차 할 수 없습니다. 회사는 이들이 마음과 신뢰를 조속히 회복하는 데 진심과 전력을 다할 것입니다.

세아를 믿고 입사하신 소중한 우리 구성원들과, 자녀와 배우자를 보내주신 세아 가족분들께 부끄럽지 않은 회사, 자랑스러운 회사가 되기 위해 더욱 변화하고 발전해 나가겠습니다.

다시한번 이번 일로 실망감을 느끼셨을 모든 분들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2022. 1. 25
㈜세아베스틸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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