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추리 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84화 - 사장실의 정사용 밀실
[과학추리 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84화 - 사장실의 정사용 밀실
  • 이상우 언론인·소설가
  • 승인 2022.0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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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과장은 내 질문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장주석 씨는 한수지 씨를 좋아했다고 하는 사람도 있던데요?”

“말도 안 돼요. 한수지 하고는 연구 실적을 두고 서로 다투는 라이벌 사이였는데 어떻게 좋아할 수가 있겠어요? 그뿐 아니라 한수지가 어떤 여잔데요.”

“어떤 여잔데요?”

“한마디로 남자를 남자로 보지 않아요. 안하무인, 독불장군, 모두 그렇게 불렀어요.”

한수지를 비난하는 현유빈의 얼굴은 원한을 가진 사람처럼 매몰차게 보였다.

“그래도 오민준 씨는 한수지를 끔찍하게 좋아했다고 하던데...”

“맞아요. 거의 스토커 수준으로 한수지에게 치근댔으니까요. 한수지는 미국에서 부터 남친이 세 명이나 있었다는 것은 아세요?”

유성우와 권익선, 그리고 오민준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장주석 이야기를 더 캐물었다.

“장주석 씨 부인은 장주석 씨가 현 과장과 사귄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나요?”

“선생님, 제가 장주석 팀장과 사귄 것은 아닙니다.”

“아, 실례.”

나는 금방 사과를 했다.

그러나 현유빈은 오히려 나의 사과를 무색하게 했다.

“마음에 드는 남녀끼리 한두 번 모텔 다니는 거야 요즘 세상의 트렌드 아니겠어요?”

“변 사장도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나요?”

나는 내친 김에 다시 궁금하던 것을 더 물어 보았다.

“변 사장님은 제가 오랫동안 모셔 와서 집안 오빠 같아요. 모시고 해외 출장도 여러 번 다녀왔어요. 우리는 서로 숨기는 게 없거든요. 집에 들어가면 수지 엄마가 사모님이지만 밖에 나오면 그 역할을 제가 해야 하거든요. 하지만 장주석 팀장 이야기는 아직 하지 못했어요.”

나는 말뜻을 정확하게 이해하지는 못했으나 보통 사장과 비서 사이를 넘어선 것이라는 짐작은 할 수 있었다.

“한수지 씨나, 장주석 씨가 특별히 다른 사람의 원한을 산 일은 없었나요?”

“한수지 씨와 장주석 씨를 죽인 사람이 동일 인물은 아닌 것 같아요. 공통적으로 원한을 살 만한 일은 없었던 것 같거든요.”

내 질문에 현유빈은 다른 대답을 했다.

드라마'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한 장면

 

“한수지를 살해한 범인과 장주석을 살해한 범인이 다르다는 말인가요?”

개인적으로 적을 만들 만한 일이 따로 있었을 테니까요.”

“살인을 예고한 방법이나, 첨단 과학을 이용한 살해 수법 등 공통점이 있지 않아요?”

“두 번째 범인이 첫 번째 사건을 모방한 것 아닐까요?”

“오늘 아침 일찍 사장실에 들어갔을 때 변 사장이 내 소설책을 보고 있었다고 했지요?

유성 살인 예고 협박 암호가 실린 그 책 말이에요.”

“악녀 날다는 그 소설책 말씀이세요? 전 중학교 다닐 때 읽었어요.”

“중학생이 그 소설을 읽었다고요? 그거 ‘19금’인데...

남녀 두 쌍이 여행 갔다가 서로 바뀌어 밤을 보내다가...

“그러면 한수지를 살해한 범인과 장주석을 살해한 범인이 다르다는 말인가요?”

“그렇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 적을 만들 만한 일이 따로 있었을 테니까요.”

“그런데 살인을 예고한 방법이나, 첨단 과학을 이용한 살해 수법 등 공통점이 있지 않아요?”

“두 번째 범인이 첫 번째 사건을 모방한 것 아닐까요?”

“오늘 아침 일찍 사장실에 들어갔을 때 변 사장이 내 소설책을 보고 있었다고 했지요? 유성 살인 예고 협박 암호가 실린 그 책 말이에요.”

“악녀 날다는 그 소설책 말씀이세요? 전 중학교 다닐 때 읽었어요.”

“중학생이 그 소설을 읽었다고요? 그거 ‘19금’인데... 남녀 두 쌍이 여행 갔다가 서로 바뀌어 밤을 보내다가... 그건 그렇고, 매일 그렇게 두 사람이 일찍 출근하나요?”

“그건 아니고... 사장님이 가끔 집에 들어가지 않고 회사에서 주무실 때가 있어요.”

“왜요?”

“사모님하고 싸운 날이나 술 접대 하신 날 같은 때.”

“그때마다 현 과장이 함께 있었어요?”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누군가가 옆에 있어야 하는 것 아녜요? 오늘 아침에도 새벽 5시에 문자가 와서 부랴부랴 7시께 나와서 심부름했지요.”

“무슨 심부름을 하나요?”

“속옷 갈아입는 일, 아침 식사, 샤워 등 남자들이 출근 준비하는 일을 돕지요.”

“사장실에 침대 같은 것도 없던데?”

“아, 모르셨군요. 사장실 안쪽 문을 열면 침실과 화장실, 간단한 식사 준비하는 곳이 있어요. 사장님이 휴식을 취할 때나 집에 가시지 않을 때는 거기서 지내요. 그런 부속실이 있는 건 비서실 외에는 아무도 몰라요.”

“변 사장이 거기서 잘 때 현 과장님은 불편하겠네요. 밖에 의자에서 밤 새우나요?”

그 말에 현유빈은 그냥 웃다가 대답했다.

“선생님은 별 상상을 다 하시나 봐요. ㅋㅋㅋ.”

“그 방에 그런 비밀 공간이 있다고?”

나는 여러 번 변 사장실에 들어가 보았지만 그런 비밀 방이 있다는 것은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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